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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Jun 29. 2020

슬기로운 공보의 생활(김영서 선생님)

평범한 공보의의 조금 특별한 내일

5월의 어느 날에,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알파카와 올빼미는 전남 함평으로 향하였습니다.

바로, <처방 공부법> 포스팅으로 유명하신 함평 나산 지소 공보의 김영서 선생님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인데요,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평탄한 시골길을 계속 달려, 마침내 함평군 나산면에 도착!

Q.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전남 함평 나산 보건지소에서 환자분들을 성심껏 진료하고 있는 2년 차 공보의 ‘김영서’입니다. 저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심심풀이 한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처방 공부법’ ‘본초학교실’ ‘공보의 일상’ 등에 대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Q. 혹시 한의대에 오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어릴 때 키가 작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병원에 가서 성장판 검사도 해보고 여기저기서 상담도 받아봤지만 제대로 된 답변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고 대개는 성의 없이 몇 초 만에 마무리되는 진료를 경험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찾아간 어느 한의원에서 젊은 한의사 선생님께 받은 정성 어린 진료, 따뜻한 말씀들이 가슴에 너무나도 확 와 닿는 거예요. 그 선생님의 따뜻한 말씀이 ‘아. 나는 한의사가 될래!’ 하고 첫 번째로 불을 지폈던 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나 더 추가하면, 저는 5살 때부터 서당에서 한문공부를 8년 정도 했기에, 한문과 굉장히 친숙한 삶을 살았습니다. 한자 한문을 공부하고 쓰고 익히는 것이 참 재밌었던 것 같아요. 자연히 동양철학이나 동양의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요. 마음속으로는 나중에 이렇게 공부한 한자 한문을 응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수의대 다니면서 반수를 하던 때에, 한의대에 우여곡절 끝에 합격하고도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나 고민을 잠시 했었어요. 사색의 시간을 가지려고 모교를 방문하여 학창 시절의 학생기록부를  조회해보았는데 장래희망이 한결같이 한의사더군요. 고민한 제가 바보였단 생각을 하고 바로 한의대로 등록했습니다. (웃음)     


Q. 학부 시절엔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 학부시절이라 하면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수의대를 다니다가 다시 수능을 봐서 한의대로 왔습니다. 그렇기에. 대학 생활 초반에는 또래에 비해 늦어진 시간들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따라서, ‘훌륭한 한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또한, ‘될 수 있으면 장학금을 받아 가계에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남들이 봐도 인정할 정도로 성실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하지만, 너무 무리한 나머지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건 예사고, 식사를 잘 못하고 무리함으로 인한 미주 신경성 실신으로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을 정도였어요. 실신 후 깨어나서 첫마디가 아! 내일 강의 들으러 가야 하는데 어떡하지? 였으니... 말 다했죠. 여하튼,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스스로 몸을 고쳐보자’는 생각으로 성적을 내기보다는 치료를 위한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이렇게 대학 생활 후반을 보낸 것 같네요.

     

Q. 졸업 후 공보의 배치까지의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국시가 끝나면 2주 정도 후에 합격자 발표가 나와요. 그 후에 2월부터 공보의 지원을 합니다. 입대일이 나오면 집에 우편이 오고, 훈련소 가서 한 달 정도 훈련을 받아요. 훈련소 수료 후에는 집단으로 법규사항, 기본수칙에 대한 공보의 교육을 받습니다. 마지막 날엔 드디어 번호 뽑기로 자신이 쓰고 싶은 지역을 씁니다. 참고로 저는 원하던 지역엔 못 가게 되었고 전남으로 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에요. 같은 지역 내에서도 지소마다 근무여건이나 교통 등의 차이가 커서, 선배님들이 각 지소의 기초적인 설명을 적어 놓은 자료와 포맷들이 있습니다. 그 자료를 빨리 보면서 전남의 지소들을 보면서 표를 만들었어요. 어디에 갈지 하루 종일 조사했죠. 그 후에 전남에 배정된 공보의들이 지정된 장소에 집결합니다. 오면 벽보가 붙어있고, 일전에 제가 뽑은 번호를 거기서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참고로 전남은 89명 정도의 한의과 공보의가 있는데, 일전에 뽑은 번호 순대로 새롭게 숫자가 적힌 종이를 뽑습니다. 이 번호는 전라남도 지역에서 지역과 지소를 정할 수 있는 순서예요. 저는 17번 상위권이라 도내 어디든 갈 수 있었기에, 조사한 대로 함평을 쓸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각 지역별로 공무원분들이 깃발을 들고 있죠. 거기서 가운 수치 재고 맞추고 당일에 그곳으로 가서 공무원 분들과 상의해서 이사 기간을 잡고 바로 다음 주부터 진료를 시작합니다. 참고로, 도서 지역의 경우에는 미리 지낼 짐을 싸서 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함평 지소에서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A. 보통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내려오면 환자분들이 번호표 순서대로 줄을 서있습니다. 그렇게 약 20명 정도의 오전 진료를 보다가 12시 전에 끝내고 점심을 먹습니다. 보건소 주사님들 혹은 의과 선생님과도 먹을 때도 있고, 요리를 하거나 혼자 맛 집 탐방을 하기도 합니다. 이후 오후 진료를 시작하면 5시 이전엔 끝내서 하루 평균 40명 정도 진료를 봅니다. 이후엔 당일의 환자분들 케이스를 피드백하고 목표로 한 공부를 하며 남는 시간엔 여가나 취미를 즐깁니다. 


나산 보건지소의 모습입니다 :)


Q. 공보의 3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은데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요?

A. 저도 이제 겨우 1년을 보낸 한의사이고,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도 잘 몰라 답변을 드리기 어렵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사실 누구나 다 아는 답이에요. 특별한 게 없으니깐요. 그저 계획을 잘 짜서 실천하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게끔 계획을 잘 짜게 해 주고 내가 실천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뭘까?

바로 '목표'와 '열망'이에요.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와, 그에 해당하는 '열망' 혹은 '욕망'이 있어야 성취를 해나가며 시간을 깔끔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공보의 생활에서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없어요. 대신, 자기가 가고 싶은 '목표'와 '열망'이 있으면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그 '목표'의 대상이 꼭 한의학 공부가 아니어도 좋다 생각해요. 공보의 기간 내에서는요. 여행도 좋고, 게임도 좋고,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최소 1개 정도는 목표를 잡고 정말로 열심히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목표'와 '열망'을 가지고 사는 삶은 공보의뿐만 아니라 한의사 인생 50년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뭐가 됐든 키워나가는 재미가 없고 시들해지는 것이죠.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들은 재미가 없잖아요(웃음).

    

Q. 공보의를 가야 할 수많은 후배 분들에게 조언해줄 것이 있을까요? 

A. 하기 싫은 거 해봐야 효율이 좋지 않은 것처럼, 목표와 열망이 없으면 강제적으로 억지로 하는 느낌이 들잖아요. 공보의를 오실 분들에겐 이 시기가 제일 자기 계발하기 좋은 거 같아요. 공보의 때 열심히 지내셨던 분들은, 개원하시고도 오히려 더 열심히 사시죠. 허송세월 보내는 것을 경계해요. 딱 한 가지라도 공부가 아니라도 좋으니 그 목표와 열망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을 열심히 하시면 좋겠어요.

     

Q. 하루에 40명 가까운 환자를 보시는데, 어떤 때에 보람을 느끼시나요?

A.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무료로 진료받으시는데, 그럴 때마다 어르신들이 항상 미안해하시고 굉장히 고마워하세요. 그러다 보니 식사 챙겨주시는 분들도 있고 커피나 음료도 가져다주시는 분도 계시고, 종종 반찬거리를 가져다주시는 분도 계시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곳에 와서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해드리고 처음 받은 선물이 어르신이 꼬깃꼬깃하게 휴지로 싸서 주신 자일리톨 껌이었는데, 그걸 받았을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즉, 환자들 치료 잘해드리고 주민들의 건강이 저로 인해 좋아지면서 정이 오고 갈 때 행복하고 보람도 느낍니다.


Q. 공보의 이후의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A. 음... 우선 석사과정을 생각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분야 결정은 못했지만요. 저와 잘 맞는 교수님을 찾아서 심화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참고로 공보의 중에 석·박사는 지자체마다 룰이 다르기 때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미리 조사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임상의로서 튼튼한 기본기를 통해서 난치의 영역까지 다뤄보고 싶고, 그렇게 매일 공부하고 그것을 적용해보면서 발전하고 환자와 소통, 공감이 가능한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네요.    

 

Q. 서두 자기소개에 블로그를 말씀해주셨는데, 시작하시게 된 계기, 그리고 특히 많은 호응을 얻은 공부법 관련 글들을 쓰게 된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A. 블로그는 제 임상자료와 데이터를 축적해나가기 위한 보물창고의 역할로써 만들었습니다. 처방 공부를 예시로 든다면 공부를 계속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어떠한 환자에 대한 처방기록을 여섯 달 뒤 일 년 뒤 바라보고 평가하는 점이 다르게 되거든요. ‘아, 이건 좀 부끄럽다 지금은 이렇게 안 할거 같다.’ ‘와 이거는 지금 봐도 괜찮은데?’ 등등 계속해서 나를 평가하고 발전하려면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가 대화할 수 있어야 하기에 지금 내가 공부하는 것들을 정리하고 남기자는 목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함께하고 있는 학회이자 스터디 모임으로 ‘평산 학회’가 있습니다. 스터디 시간에 처방 공부법에 대한 제 소견을 한번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제가 학생 때부터 처방을 공부해오면서 굉장히 고민했던 주제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구성원분들께서 이 내용을 정리해서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는 호응을 해주셔서 이야기 나눈 주제들을 토대로 정리한 것이 현재의 ver1.01 처방 공부법입니다. 다섯 개 정도의 글로 마무리하려던 글이 많이 길어져 총 14개의 글로 완성되었고, 다행히 도움이 되신다는 피드백을 굉장히 많이 받아서 더 열심히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추후에도 계속 공부해나가면서 수정해나갈 계획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한의대생분들 한의사 선생님들 그리고 환자분들까지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만남을 가지게도 하고, 격려의 따뜻한 말씀을 들을 때도 있고 또한 블로그를 통해 직접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환자분들까지... 앞으로도 진심을 담은 일상과 공부 기록들을 남겨 제게도 그리고 제 글을 봐주시는 다른 분들께도 보탬이 되는 블로그로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김영서 선생님의 블로그의 일부입니다.

(출처는 김영서 선생님의 블로그입니다.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kimdudtj)


Q. 다음 인터뷰 대상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유재현 원장님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이고, 공부 그리고 인생에 관하여 조언을 아낌없이 주시는 분입니다. 

또한 대전 윤한의원의 윤상희 원장님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탈출 만성피로』, 『새롭게 쓰는 상한잡병론 강의록』 등을 쓰신 임상 상한론의 대가로 제가 고방에 눈을 뜨게 해 주신 분입니다. 엑스제 활용해서 다양하게 치료를 하시는 점에서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산돌 한의원의 최가원 원장님을 추천드리고 싶은데,  근골격계 만성통증에 대해서 제게 눈을 뜨게 해 주신 분입니다. 강추드려요. 

마지막으로 김조영 원장님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무엇보다도 대다수 한의대 남학우들이 생각하고 있는 길인 ‘공보의 이후의 개원’을 하신 분이거든요. 그것도 공보의 마치고 바로요! 저와 함께 학회도 하는 사이고, 제가 정말 많은 것을 배운 분이라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내용과 더불어 궁금했던 공부법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가 나눌 수 있었던 정말로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시간 내주신 김영서 선생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Interviewer: 알파카, 올빼미

Editor: 알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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