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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Feb 08. 2022

신경정신과진료 & 한의계를 말하다, 주성완 원장님

#신경정신과진료 #독서 #콘텐츠 #PBRN #네트워킹 #PR

2번째 리부트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주성완 원장님입니다! 2018년 <별 헤는 밤> 이후 4년 만에 찾아뵙기 위해 원장님의 서재로 향했는데요. 때로는 진지한, 때로는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다시 한번 깊어간 밤이었습니다. 그날의 시간을 여러분들께 전해드립니다.


Q.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간단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해아림한의원 강남점과 통합심신연구회를 운영하고 있고, 강남구 한의사회에서 정보통신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주성완입니다.  


Q. 요즘 원장님의 일과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거의 집과 한의원을 오가고 있어요. 진료하고 독서하는 게 주된 일과입니다. 주말에는 영화나 예능을 많이 보고, 여유가 있는 시기에는 강의를 해요. 강의한지는 8~9년 정도 됐고, 많이 할 때는 일 년 내내 주중이나 주말에 강의를 했어요. 요즘은 시국이 안 좋아서 12월, 1월은 건너뛰고 몇 달에 한 번 정도 하고 있어요.           


Q. 2018년 인터뷰 이후로 원장님 생활에서 변한 부분들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코로나로 인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어요. <별 헤는 밤>에서 사업 관련해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당시 2017~18년이 제 사업하는 Identity가 가장 호황이던 시기예요. 직접 운영하는 게 1~2개, 등기이사로 활동한 게 3~4개 정도로 사업체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2019년부터 여러 상황상 정리를 했어요. 지금은 본업인 진료로 온 정신을 돌려놓은 상태입니다.        

        

Q. <해아림 한의원>으로 새롭게 시작하셨는데, 네트워크 한의원에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일단 오랫동안 혼자 진료를 보고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외로웠어요. 광고도 혼자 해야 하고, 진료에서의 정보나 경험을 교류할 일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많은 분들과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년과 재작년에 여러 일로 심정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혼자 하는 게 버거워졌어요. 이러던 차에 타이밍이 좋게 돼서 네트워크 한의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이전에 비해 소아 환자들도 진료를 보면서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전에는 성인 환자가 90%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성인이 60%, 소아가 40%에요. 소아환자들은 대부분 틱 아니면 ADHD인데 아무래도 성인 환자보다 심적으로 편한 부분이 있어요. 성인 환자에 비해 심각하게 문제가 될 환자가 적고 질환의 경과도 단순해서 스트레스가 훨씬 덜해요. 예후도 좋죠.   

       

Q. 왜 소아 환자가 예후가 더 좋나요?

약이 상당히 잘 들어요. 약뿐만 아니라 침 치료도 고령환자보다 훨씬 잘 듣죠. 특히 정신과 외에 다른 질환의 경우 고열, 소화불량, 피부질환 등에 치료를 하면 바로바로 티가 나요. 소아는 단순하거든요. 생활리듬도 단순하고 먹는 것도 단순하고, 그러면서 대사활동도 왕성해서 회복이 빨라요. 정신과는 이런 질환들보다는 어렵지만 그래도 성인에 비하면 예후가 좋은 경우가 훨씬 많아요. 성인은 변수가 많죠.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개인적인 스트레스 사건이 생기면 단기간에는 대안이 별로 없어요.    

            

Q. 성인 환자의 경우우울불안공황 등의 환자 진료 시 반복적으로 상담을 하면서 의사 자신이 받는 영향도 있나요? 있다면 이러한 영향을 줄이는 원장님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일단 의사가 받는 영향이 상당히 커요. 저는 사실상 심리상담사에 가깝게 직접 상담을 하면서 진료하기 때문에 상담하는 시간이 길어요. 바꿔 말하면 감정전이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죠. 그래서 초창기에는 감정전이가 많았어요. 우울한 환자들을 보면 퇴근할 때 영향을 상당히 받았죠. 

이건 경험적으로 스킬이 필요해요. 상담하면서 공감을 하면 감정전이가 일어나기 쉽고, 너무 몰입해서 정서적으로 도와주려 하면 굉장히 힘들어져요. 그래서 상담하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객관화예요. 냉정하게 얘기하는 건 좋지 않지만 너무 몰입하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거죠. 저는 상담을 가급적이면 객관적으로 하려고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명상, 호흡 같은 테크닉으로 관리를 해요. 이런 것들을 꾸준히 하는 게 제 노하우 자면 노하우입니다.  

   

Q. 신경정신과 진료를 보면서 고충이 있으신가요?

사실 환자의 상담 내용보다는 환자가 잘 낫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정신과는 변수가 상당히 많아요. 보통 환자들 삶이 평온하고 별일 없는데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피지컬한 문제는 딱 드러나는 증상의 변화가 있고, 나의 진료에 의해 좌지우지됨이 비교적 명확해요. 그런데 신경정신과는 심리적인 변수가 있으면서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투약에 대한 가부를 판단해야 해요. 심지어 신경정신과 질환은 타 질환보다 한약도 듣기가 어려워요. 뇌 안에서 직접적인 약리작용을 하려면 약액이 BBB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약은 분자량이 커서 그게 안 되는 핸디캡이 있거든요. 치료 및 개선이 될 때까지 공을 상당히 많이 들여야 하고, 그래서 안 낫는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구조이지요.   

        


예전에 비하면 호전 환자 비율이 월등히 높아졌어요. 그런데도 안 낫는 환자에 대한 스트레스, 압박감은 오히려 커졌어요. 하루 몇십 명 기준 한 명 정도가 개선이 안 되는데 그 한 명 때문에 아침에 출근하기가 싫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도 이 스트레스를 공부하는 동력으로 삼아요. 책 읽고 공부해서 더 알고 더 대처를 하려고 해요. 환자가 안 나아서 집에 와서 잠이 안 올 때 계속 찾아보고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공부해요. 노력 대비 어려운 분야이지요.               


Q. 잘 낫는 환자와 잘 안 낫는 환자는 질환 차이인가요?

조현병, 망상장애, 조증이 극렬하게 나타나는 조울증, 심한 우울증 환자들은 트랜스를 해서 별도의 병원 치료를 권장해요. 이렇게 질환군에 따라서도 그렇고, 그 사람의 내적 컨디션에 따라 분류해요. 불안, 우울이더라도 생의 의지가 거의 없거나 곧 충동적으로 자살할 것 같은 환자들은 상급 병원으로 트랜스를 하고, 개선이 될 환자와 시도해봄직한 환자들을 분류해서 진료해요.     

문 열고 들어올 때부터 치료 process 그림이 쭉 그려지는 환자들도 많아요. 이런 환자들은 루틴한 환자들인데 마음이 편해요. 그렇지 않은 환자들이 많은 달에는 정신이 산만해져요. 저 사람이 다음 주에 괜찮을까를 한주 내내 생각해요. 일반적인 통증환자는 호전이 안 될 수는 있어도 악화 소견을 보일 일은 거의 없어요. 최근 몇 달간 통증환자가 상당히 늘었는데 이 환자들한테는 스트레스가 없어요. 그런데 신경정신과 환자는 아주 경증이어도 다음 턴에 호전도를 확인해야 해요. 확인이 되면 그 후로는 일사천리인데 확인할 때 까지는 예후에 대해 방심할 수가 없어요. 이런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커서 안 흔들리고 하려면 스스로 멘탈 케어를 잘해야 해요. 쉽지 않은 일이지요.

    

Q. 원장님께서는 계속 성인 환자들을 볼 계획이신가요?

잘 모르겠어요(웃음) 체력적으로 받쳐줄지를 모르겠어서 시간이 지나 봐야 알 것 같아요. 지금이 개인적인 슬럼프이긴 해요. 재미가 많이 없어졌어요. 낫는 경우는 루틴이 되었고, 안 낫는 경우에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요즘은 가급적 진료의 폭을 넓히려고 하고 있어요. 다른 질환군 환자들도 보면서요.   


Q. 요즘 글을 많이 쓴다고 하셨는데주로 어떤 종류의 글들을 쓰시나요?

글은 늘 쓰고 있어서 많아요. 제가 원래 작가 지망생 출신이라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하려고 했죠. 읽는 것을 더 많이 하긴 하는데, 쓰는 것도 잠깐잠깐 습관처럼 하면서 게을리하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읽은 책 내용 정리를 많이 해요. 정리한 것들을 재구성하고, 다시 책으로도 출판을 많이 해요. 학술적인 글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시, 소설과 같은 문학적인 것들도 써요.     

그중 1번은 진료일지예요. 환자가 주로 이야기하는 것들을 기록하고 통계로 내면서 일지 형태로 항상 리뷰를 해요. 증상과 무관하지만 환자들마다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들이 있어요. 일례로 공황장애 환자가 오면 딱 두 가지를 공통으로 얘기해요. ‘최근에 응급실을 갔다 왔다’. 그리고 ‘저는 스트레스받는 게 없는데 왜 공황장애가 생겼을까요’ 이렇게 두 얘기예요. 반면 스트레스에 취약한데 그것을 인식하고 감정적으로 해석하는 분들은 대부분 불안장애 양상으로 와요. 공황장애 환자는 스트레스가 인지되기 전에 바로 튀어서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거죠. 본인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증상이 와서 어이없어하는 환자들이 70%에요. 


다른 예로 불면증은 저희 한의원 기준으로 80%가 여성 환자이고 그중 80% 이상이 50~55세예요. 반대로 사회 공포증은 90%가 남성 환자이고 그중 80%가 45~52세이고요. 각 이유에 대한 가설을 요약하자면 여성, 남성 갱년기와 맞물려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진료 내용에 대한 기록을 계속하면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생기고, 통계를 내면서 재밌는 내용들이 많아요. 왜 이럴지 많이 찾아보죠. 유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관련된 연구 주제가 있는지 등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최근 저희 오빠는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는다고 했는데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났고어머니는 갱년기와 맞물려서 불면증이 왔어요실제로 이런 것들이 통계적으로 드러난다는 게 신기해요.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세심히 듣고 통계를 내는 것은 재미있는 의학적, 사회학적 연구예요. 예전에는 심리상담에서의 큰 테마가 부모와의 애착관계였어요. 성인이 돼서 발현되는 심리적인 문제의 원인을 부모와의 관계로 많이 돌렸죠. 최근 10~20년간에는 지각변동이 생겼는데 양육문제보다는 성장 환경으로 초점이 옮겨졌어요. 또래집단에서의 문제 등 사회적으로 어떤 풍토에서 성장하냐가 더 큰 테마가 되었어요. 저도 진료를 보면서 학교폭력 중에서도 왕따, 은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또래 집단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우 대부분 2~30대에 문제가 크게 생겨요. 그런데 막상 보면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크게 문제없는 경우도 많죠. 역시 일지를 정리하면서 알게 된 데이터예요.      

통증 진료 환자들은 수치화가 용이해서 할 이야기가 더 많아요. 어디에 침을 놓았더니 통증이 어떻게 되었다, 식으로 수치화를 하면 와닿는 것이 더 많아요. 진료를 하려면 실제로 공부한 것에 더해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아야 해요. 내가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으면 본인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는 게 힘들죠. 많은 원장님들이 본인의 진료 능력을 환자 수나 매출로 환산해요.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개선하는 능력은 매출과 무관한 부분도 있어요. 객관적 지표가 있어야 내 실력이 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어요. 일지 같은 것을 많이 쓰길 추천해요.          

      


Q. 2018년 <별 헤는 밤> 인터뷰에서도 임상 데이터를 쌓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 연구소를 세우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쪽의 계획이 있다고 하셨는데혹시 관련해서 진행 상황이 있으신가요?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곳이 통합심신연구회 사무실이에요. 임상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만든 공간인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올 스톱 상태예요. 원래 하려고 한 모델이 PBRN (Practice Based Research Network, 개원의 중심 연구 네트워크)이에요. 로컬에서 진료를 보면서 나오는 임상 데이터들을 일정한 모델 하에 취합해서, 이를 베이스로 자료를 만들고 진료에 적용하자는 개념이에요. 기존 EBM 체계에서 실험으로 확정된 데이터 값을 토대로 기술을 만들면 막상 의원에서 사용할 때 핸디캡이 많았어요. 실험상으로는 좋은데 사람에게는 변수가 많거나 유효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큰 이유 등으로요. 최근 5~10년간 EBM이 임상과는 괴리가 있는 문제점이 대두되었고 PBRN이 떠올랐어요. 


실제로 호주에서 카이로프랙터들이 PBRN으로 히트를 쳤어요. 80%의 카이로프랙터들이 임상 데이터를 같은 모델에 계속 집어넣어서 데이터화하고, 이렇게 나온 자료들 PR을 엄청 했어요. 결과적으로 기사에 따르면 호주 사람들 대부분이 다치면 일차적으로 카이로프랙터를 찾아간다고 해요. 성공한 사례인 거죠. 이것을 보고 경희대에 한 교수님께서 호주와 미국에 가서 PBRN을 배워왔어요. 한국에서도 대중화를 시켜보기 위해 실험 인원을 500명까지 모았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힘든 일들이 겹쳤어요. 동시에 이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어요. 소수의 사람들만 마음 졸이면서 애쓰는 게 지치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계속 데이터를 쌓고 있지만 PBRN에 대한 관심은 떨어진 상태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제약회사나 원외탕전을 하는 게 꿈이었어요. 한약을 객관적인 지표 성분을 토대로 제대로 만들려면 제약회사나 원외탕전이 산지부터 권고안 케어를 철저히 해야 해요. 지금 그게 안되고 다들 각자 방식대로 하고 있어요. 산지부터 케어를 하려면 상당히 큰 자본이 필요합니다. R&D에 투자를 계속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정량을 하는 것이 한의사로서 가장 크게 하고 싶던 일이었고, 이걸 하려고 준비를 했었어요.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보편적인 툴을 만들어두고, 이 약을 줬더니 이런 데이터 값이 나오더라 하는 보편적인 플랫폼을 만들어놓고. 산지부터 개발해서 회사를 키워서 R&D에 재투자할 계획이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무산되기는 했는데 누군가는 해줬으면 좋겠고 꼭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Q. 평소 책과 더불어 영화시리즈물 등도 다수 섭렵하시는데이렇게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하는 원장님의 방식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일단 독서는 지난 십몇 년간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지 않은 적이 없어요. 30분이 제 심리적인 최저 목표치예요. 운동광이 매일 운동을 하지 않으면 힘들어하듯이 저는 매일 독서를 해야 해요. 학생 때부터 그랬고, 졸업 후에는 더 열심히 했어요. 여기 서재에 있는 책의 95%가 읽은 것들이고, 전자책도 1000권 정도 있고 창고에도 따로 더 있어요. 15~20년 치 책이에요. 

원장님의 서재 이곳저곳을 가득 채우고 있던 책들..!

독서 관련된 큰 모먼트가 2번 있었어요. 하나는 중학생 때에요. 저는 원래 승부욕이 강했어요. 학교 성적도 전교 1~3등 안이었고 학생회장 다했고 전국대회에서도 탈 수 있는 상은 다 탔어요. 해야 할 것이 있으면 악착같이 했어요. 지는 것을 못 참는 성격은 중학교 때 피크를 찍었어요. 중2 때 굉장히 똑똑했던 친구랑 같이 공부를 했어요. 똑같이 박경리 토지를 읽는데 제가 1권 읽는 동안 친구는 2~3권을 읽더라고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집에 가서 혼자 빨리 읽는 연습을 했어요. 주변에 속독하시는 분들을 찾아가서 배우기도 했어요. 


두 번째 변곡점은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저널리스트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읽고서에요. ‘별 헤는 밤’에서도 했던 얘기인데 그분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독서법이 있어요. 같은 주제의 책을 몰아서 일정기간 동안 읽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독서 효율이 10배 이상 오르고 습관이 되면 1년에 몇백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남들이 속독이라고 오해할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많이 읽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영화나 드라마도 책과 겹치는 내용으로 봐요. 독서하면서 상상한 것들이 시각적으로 구현이 되면서 내용 간에 연결이 돼요. 결국 영화나 드라마도 공부하려고 보는 거예요. 저의 방식이죠. 12월, 1월의 경우에는 2달 동안 조선사에 꽂혀 있으면서 관련 영화나 다큐를 많이 봤어요. 2달 정도 하면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정도의 정보를 가지게 돼요. 

               

Q. 최근 원장님 SNS에서 <쇼미더머니>와 <스트릿우먼파이터> 게시글도 봤는데이렇게 맥락과 관계없는 것도 있으신가요

예능은 무조건 특정 달에 가장 핫한 것을 봐요. 소통을 하고 상담을 하려면 가장 시청률이 높은 예능은 어느 정도 봐야 해요. 최근에 공부를 안 해서 찾아오는 중학생들은 래퍼가 되고 싶어 해요. 몇 명 한정이 아니라 루틴 수준으로 흔해요. 여자애들은 자기도 춤추겠다는 말을 허다하게 해요. 이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공감대를 맞춰서 진료할 수 있죠. 


이거랑은 별개로 저는 원래 보던 것을 계속 봐요. 스탠딩 코미디도 좋아하는데 개그콘서트 모든 편을 다 봤어요. 막바지 6개월에는 재미가 너무 없었지만 의리와 우정으로 봤어요(웃음). 저는 특히 배우분들하고 잘 맞는데 스마트한 분들이 많아요. 이름 들으면 알법한 배우들은 만나보면 정말 다 똑똑해요. 우리가 독서하고 공부하듯이 매일 영화와 드라마를 공부하면서 보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이 연기를 잘해요. 대부분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죠.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말이 있어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본인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본인의 실력을 과소평가해서 열등감을 가진다는 내용이에요. 연예인, 배우 픽업도 많이 해봤는데 성실함과 겸손함을 갖춘 사람들은 딱 티가 나더라고요. 

 

Q. 사람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람을 볼 때 특별한 기준이 있으신가요?

사실 사람 보는 눈은 많이 보면 돼요. 누구를 선택하는 상황이 생기면 1번은 무조건 성실함이에요. 불성실한 성공은 장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요. 이건 여담인데 보통 경영하는 원장님들이 대부분 직원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직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한의원 스타팅 멤버와 10년째 함께하고 있어요. 한의원에 딱 하나 있는 규칙이 지각하지 말자예요. 명백한 사유가 없는 지각은 상습적이고 3 OUT이 되면 그날부터 출근하지 못합니다.

직원을 뽑을 때 기준이 이렇게 성실함을 기반으로 내가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포커스를 맞춰요. 제가 필요한 하나의 능력만 봐요. 모든 직원이 멀티플레이보다는 하나의 능력을 잘하면 돼요. 피고용인에게 필요로 하는 한 가지의 재능이 있다면 다른 부분이 떨어지더라도 오너가 커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봐요. 개인적인 경영 철학입니다.         


Q. 2018년 인터뷰에서 네트워킹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면서 기존 지인마저 연락이 끊기는 등 교류의 단절이 계속되고 있는데이러한 시국에서 인적 네트워킹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불필요한 네트워킹을 끊는 게 최선의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시국이 특히 그런 것을 판단하기 좋죠. ‘이 사람 없이 살아봤는데 삶에 별로 데미지가 없네?’와 같이요. 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거움을 획득하는 관계일 때가 진정한 네트워크라고 생각해요. 이런 사람들에게 에너지 쏟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감정 소모하는 네트워크는 쳐내야 하는 거죠. 

보통 사람은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나아가서 가족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고요. 관계는 나의 행복을 위해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 사람이 나를 좋게 봐줘서 이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관계를 선택했다는 것이에요. 저 사람이 나를 선택한 것처럼 착각하면 끌려다니는 연애와 같이 되는 거죠. 

지금 같은 시국에는 네트워킹을 하기 힘들잖아요. 이럴 때는 내가 쳐내야 하는 관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봐요. 그 사람 없이 살아봤는데 아무 심적 데미지가 없으면 다 쳐내는 것이 낫다는 거죠. 지내보니까 혼자 지내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어요. 

              

Q. 2018년 당시 한의학의 PR과 관련된 내용도 인상 깊었습니다. 한의계가 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떤 방식으로 PR을 하면 좋을까요?

PR은 Negative를 먼저 방어한 후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한의계는 방어를 상당히 못 해왔어요. Positive PR은 돈을 많이 쓰는 것이 핵심인데 현재 학회 홍보비 예산이 극단적으로 적어요. 그런데 Negative 한 이야기 하나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3~10배의 Positive가 필요하죠. 결국 현재 상황에서는 방어가 최선의 공격입니다.

제일 흔하게는 간독성, 신독성을 비롯한 독성 이슈, 한의 치료가 효과 없다는 말, 스테로이드, 도핑 관련 이슈 등이 있죠. 이런 이슈에 대해 방어하는 자료와 콘텐츠가 있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이런 일을 할 구심점이 없다는 게 문제예요. 양방의 전국의사총연합과 같은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각개전투를 하는 상황이에요. 구심점을 통한 공통적인 콘텐츠 생산, 그리고 Negative를 방어하는 플랫폼, 프로토콜, 메뉴얼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향후 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또는 단기계획이 있으신가요?

올해 목표는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에요. 돌아보니 아무도 안 도와주고 공감하지 않는 일을 혼자서 애가 닳아가며 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일을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이 계획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후배님들 만나서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해요. 학교에서 초청이 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후배들이 많아요. 제가 후배였을 때 제일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가 선배들이 책임을 안 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어떤 판이 있을 때 그 판의 현재와 미래는 지금 세대가 짊어지고 가는 거지만, 과거와 이어지는 현재는 선배들의 결괏값이거든요.      

후배이던 시절에 ‘후배들에게 최대한 좋은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냉정하게 얘기하면 큰 그림을 가지고 그에 대한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선배들이 많지는 않았죠. 그래서 저는 책임감을 가지고 후배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인프라를 개선하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제 SNS에 비치는 ‘책도 열심히 읽고 이런저런 활동도 많이 하는 모습’도 의도된 거예요. ‘열심히 하니까 결괏값이 좋다, 그러니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그런 책임을 제 나이 세대들이 가져야 해요. 그게 없어서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서 손해를 봐왔다고 생각해요. 이런 책임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장기계획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지금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앞둔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는 한의사가 되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후회를 한 적이 거의 없어요. 제가 성공했든 실패했든 거의 모든 일을 시도해봤기 때문에 어떤 일을 못하고 지나와서 아쉽다는 것은 없어요. 시간이 없어서 무언가를 못한다는 얘기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시간이 없다면 시간을 없게 만드는 이유를 찾아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야죠. 저는 지난 10년간 연 300권씩 독서를 했어요. 이 사람이 책만 읽었구나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책만 읽은 것도 아니거든요. 각종 일들을 다 하면서 연애, 결혼, 개원, 창업, 방송, 진료를 했죠. 시간의 누수를 줄이고 효율을 찾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은 충분해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의지와 무언가를 목표 삼아서 해야겠다는 의지의 문제예요. 그래서 후배님들이 바꾸고자 하는 세상에 대해 본인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되물어봤으면 합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의 의지가 있는지를 고민해보면 시간, 돈, 에너지 등은 부수적인 문제가 돼요.               


Q.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세상은 나 혼자의 노력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바뀌는 것을 그리고 싶으면 같이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해요. 제가 한 일들을 돌이켜 볼 때 냉정하게 말해서 바뀐 것은 없지만, 방향을 가리키는 프런티어의 역할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공식 질문입니다! <대신만나드립니다>가 다음에 만나봤으면 하는 분이 있나요?

나는 솔로에 출연하신 이상진 원장님을 추천해요. 현재 가장 핫한 한의사이기도 하시고,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네요. 그리고 홍주의 협회장님을 추천합니다.


원장님의 진솔한 여러 이야기에 흠뻑 빠졌던 시간이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책임감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말씀이 여운을 남기는데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주성완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
(본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Interviewer. 코카, 앵무, 용

Writer. 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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