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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Mar 01. 2022

제 77회 한의사 국가고시 수석합격, 이주엽 한의사

#한의사 #국가고시 #국가고시 수석 #한의대 생활 #국시팁

지난 겨울 대만드에서는 제 77회 한의사 국가고시 수석합격자를 인터뷰했습니다! 올해 한의사 국가고시에는 3명의 수석합격자가 배출되었는데요!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신 이주엽 한의사님을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의대 생활부터 국시 공부팁까지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주엽 한의사님 이력]

2022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2022 – 제 77회 국가고시 수석합격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77회 한의사 국가고시 공동 수석합격자 이주엽입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16학번이고, 올해 3월부터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경희대 한의대 선배이신 아버지를 따라서 2대째 한의사가 되었습니다.     


Q.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국가고시를 끝내고 병원에 인턴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원래 생활을 항상 제 컨트롤 하에 두면서 살았는데, 갑자기 풀어지니까 한없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웃음). 아무래도 겨울이라 야외 운동이 쉽지는 않지만 휴식을 취하면서 가끔 테니스나 러닝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합니다. 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게임도 많이 하고, 책도 읽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학부시절

Q. 한의대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의사이신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집안 어른들 모두 의학계열에 종사하고 계시기도 하고, 아버지께서 한의사에 대해 해주시는 말씀을 듣고 한의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한의사라는 직업이 전문직으로서 안정성이 있고, 소득이 높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 큰 보람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죠. 

 입학할 당시에는 외적인 측면을 위주로 판단했지만, 현재는 한의학이 제 적성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발명대회에서 큰 상을 받은 적이 있어 그 당시에는 스스로 창의적이고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만든다기 보다는 기존의 문제를 바꾸고 개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있었어요. 어떤 사물이나 체계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스스로도 바꾸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게 되지만, 그래도 면허의 범위 안에서 다른 사람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제 적성에 맞고 정말 보람찬 일인 것 같아요. 이 길을 선택하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마음이 많이 듭니다.      


Q. 이전 한의신문 인터뷰에서 한의학 관련하여 혼란스러운 적도 있었지만 고민과 노력 끝에 한의학에 큰 흥미와 애정을 갖게 되고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는 말씀을 하신 것을 보았습니다이와 관련하여 한의학의 어떤 부분으로 인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의학은 초중고의 교육과정에서 거의 접하지 못한 학문입니다. 저는 이과였는데, 눈에 보이거나 실험으로 도출될 수 있는 내용만을 배우다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배우니 처음엔 애매하다고 느끼게 되어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생의학 지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한방 내용은 오히려 적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점, 그리고 외부의 공격들, 내부의 패배주의자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에 확신을 가지고 공부해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기도 했습니다.      


Q. 말씀을 들어보니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고 주변에서도 고민하는 친구들을 종종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혹시 한의사님은 그 고민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앞선 고민들의 핵심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한의학의 실용성과 체계성에 대한 의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두 가지 고민을 스터디를 통해서 많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학부 시절 맥진스터디와 사상의학 스터디에 운 좋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경희대학교 장우창 교수님과 함께 맥진스터디를 하면서 난경 원문을 읽고 여러 명의 맥을 서로 잡아보면서 맥이 실제 인체에 구현되는 바에 대해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 주신 처방에 제가 어리석게도 약재 2개를 추가해서 복용하면서 사이드(부작용)가 난 적도 있었는데, 그 사이드의 증상과 함께 맥도 평소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관찰하면서 맥의 실용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사상의학스터디 때는 당시 경희대학교에 계셨던 신상원교수님과 경희대학교 선배님들, 동기들과 함께 동의수세보원 원문을 읽고 상한론-동의보감에서 이어지는 흐름을 파악하기도 하며, 각자 체질에 대한 성정의 이야기를 통해 체질 간의 차이와 병리를 자세히 공부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상의학에 대한 불신도 있었지만 실제로 공부해보니 내용이 매우 깊고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임상에서 사상방을 활용하시는 경험도 물론 좋았구요. 

 그리고 저는 제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한의학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치료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저 스스로를 먼저 치료하는 경험을 해야만 다른 사람에게도 확신을 가지고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실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교수님들과 선배님들께 처방받기도 하고, 그 후로는 스스로 한약을 지어먹으면서 실제로 많은 효과를 직접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역적이고 심하지 않은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그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해답을 찾아가면서 어느새 한의학의 실용성을 체득하고 애정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Q. 학부 생활동안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나 꼽자면 무엇일까요?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은 앞선 질문의 답과 같이 스터디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공부의 전환점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둘 다 운이 좋게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잘 잡았습니다. 특히 사상의학 스터디는 어느 날 친구가 교실에 혼자 남아있었던 저에게 와서 스터디를 같이 하지 않겠냐고 물어봐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스터디에 들어가려고 보니, 이미 진행되고 있는 스터디여서 중반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원래 좀 우유부단한 성격인 제가 그 날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바로 음료수 사서 스터디를 하는 교실의 문을 열고 참여하고 싶다고 인사드린 기억이 있어요. 그 때 다른 스터디 멤버들이 당황하였는데, 알고 보니 새로운 멤버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미리 상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인사드린 거더라구요. 일종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 순간이 저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Q. 스터디를 운영방식에 대한 팁이 있을까요

 먼저 교수님이나 선배님이 진행하시는 스터디는 운영방식을 직접 제안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자료를 읽기만 하는 스터디보다는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고 토론하며 실습할 수 있는 스터디가 좋았습니다.

 동기끼리 스터디를 할 때는 우선 스터디가 잘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있는데, 제 생각에는 본과 2학년 이후부터는 충분히 동기끼리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들 똑똑하고 몇 년 동안 쌓인 지식의 양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동기끼리니까 더 자유롭게 활발하게 토론이 가능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토론에 근거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옳지 않은 의견을 말할 수도 있는데 동기끼리 스터디할 때는 상대적으로 그걸 제어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항상 책이나 논문의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후배와 같이 스터디를 한 경험도 있는데, 제가 누군가를 가르칠 실력이 아니기에 학년과 상관없이 누구나 궁금해할만한 주제를 던지고 파트를 나눠서 자세히 조사하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간독성, 신독성, 가성 알도스테론증, 맥 등 여러 주제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가르치는 데에 자신이 없고 학년 차이가 난다면 이런 방식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에 참여하고 계신 이주엽 한의사님의 모습입니다!

Q. 한의대시절을 돌이켜 볼 때 이것만은 꼭 하면 좋겠다’ 혹은 이 과목만은 반드시 미리 마스터했으면 좋겠다!’하는 과목이 있으신가요?

 우선 어떤 과목만을 마스터하면 좋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중요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정규교육과정 내에 있는 과목이라면 모두 열심히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또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부시절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그렇게 해봐서가 아니라, 제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더욱 추천 드립니다. 박성규 지도교수님 말씀대로 한의대생은 편벽고루하기 쉬운 환경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한의대 안에서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한의대 내에서 열심히 생활했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좋은 결과도 나왔기에 보람찬 생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시 끝나고 나서 조금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니 제 견문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이기에 주어진 과정을 잘 완수하고 의료인으로서 기본 소양을 갖추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의학 외의 활동도 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더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식견이 넓어지고 향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졸업 이후부터라도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구요. 

 그리고 대학 시절에는 다양한 교양과목을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경희대학교에는 교양 교육기관으로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있는데, 저는 예과 시절 잠깐 교양수업 들은 것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좀 후회가 남습니다. 저희 때는 ‘인간의 가치탐색’과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과목이 필수였는데, 더 잘 들어둘 걸 하는 후회가 되네요. 대학시절 교양과목을 통해 다른 분야에 대해서 폭넓게 접하고, 어떻게 하면 나라는 인간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지,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등의 굉장히 거시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졸업 후에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국가시험

Q. 먼저 수석합격을 축하드립니다소식 듣고 기분이 어떠셨나요주변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받아보니 수석합격이라고 하더라구요. 원래 320점대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연락이 와서 더욱 기뻤던 것 같습니다. 특히 가족들과 교수님들, 선배들, 동기들과 친구들이 더 기뻐하고 축하해주시는 모습이 뿌듯했던 것 같아요. 제가 혼자 기뻐하는 것보다 다른 분들이 저로 인해 기뻐하시는 모습이 정말 뿌듯했습니다.      


Q. 국가시험 대비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신 것은 언제부터인가요국가시험을 준비했던 타임라인을 알려주세요!

 D-190일 정도부터 조금씩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9월 중순까지는 학교 실습이 있었기 때문에, 7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는 실습에 충실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날 때는 국시특강 동영상을 수강하기도 하고, 2교시 단일 과락과목인 침구 법규와 상한론, 사상의학을 조금씩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잠시 여행도 가고 휴식을 취하다가, 9월 말에 본격적으로 시험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Q. 국가시험 준비할 때의 하루 스케쥴은 어떻게 되셨나요?

 먼저 동기 6명 정도를 모아서 기상인증 알람방을 만들고, 매일 기상시간을 인증했어요. 처음에는 9시 반으로 여유롭게 시작했다가 국시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이른 시간에 인증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인증하고 나서 잔 적도 있지만 (웃음), 시간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열품타앱을 애용했어요. 전국에 있는 한의대생 중 시험 준비를 일찍 시작한 분들이 모여서 시간을 측정했는데, 일일 순위와 월별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 더 열심히 했어요. 그 다음에 순 공부시간을 4시간 정도 채운 후 산책이나 운동을 나갔어요. 겨울에는 산책 위주였지만, 그 전까지는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돌았는데 자전거가 그렇게 재밌는지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운동 후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중간 중간 유튜브를 보기도 했고, 특히 공부를 하기 싫을 때는 독서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열품타 타이머에 찍힌 시간은 총 7시간 이상을 목표로 했습니다. 특히 7시간을 목표로 하면, 열품타 앱에서 그 날짜에 진하게 표시가 되는데, 일정표에 진한 색깔이 많이 찍힌 것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Q. 국시시험 준비 중에 가장 힘들었던 과목은 무엇이었나요?

 부인과, 소아과 준비도 힘들었지만 특히 침구과 각론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침구과 각론은 소화기계, 호흡기계, 부인과, 소아과 등 다른 모든 과목에 대한 침구 치료 경혈 조합을 공부하는 파트입니다. 왜 이 증상에 특정 경혈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고, 개수가 한정된 경혈의 조합을 공부하는 것이기에 모두 암기하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분량도 매우 방대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걸 더 공부한다고 성적이 비례해서 오를 것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어요. 모의고사에서는 어렵게 출제되어서 많이 틀렸고, 그에 대해서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국시에서는 명료하게 출제되니까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향후 국시를 준비하실 분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수석 합격자님의 정리본 모음입니다!!


Q. 국가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백신 부작용이 매우 심하게 와서, 그에 대한 두려움과 부작용을 견디면서 공부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컨디션도 크게 저하되고 가슴도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국가시험을 준비하면서 병원에 갈 수 있는 성적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막상 모의고사를 치루고 나니 욕심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어느 누구도 목표를 더 높게 가지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우고 부담을 가져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Q. 국가시험 준비로 힘들었을 때 본인을 버티게 해준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아까 언급했던 백신 부작용은 침 치료를 통해 크게 호전이 되었습니다. 침을 한 통 넘게 쓸 정도로 매일같이 치료했는데, 적어도 자침하기 전보다 자침 후가 더 편안하고 증상도 경감되는 것을 느꼈어요. 플라시보를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특이적 효과도 분명히 있었는데, 제가 생각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던 효과가 3주가 지나고 되돌아보니 확연히 나타나더라구요.

 또한 가족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주로 공부했는데, 열심히 공부하니까 부모님께서 지지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많이 안정되었던 것 같아요. 또 형도 함께 배려해주고 도와주었구요.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과 동기들을 자주 만날 수는 없었지만 동기들과 같이 수험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도 되고 한편으로는 동질감이 느껴져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만 혼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경쟁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국가시험 준비하며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셨나요?

 동기부여는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1등을 해서 더 인정받고 싶다는 접근동기와 성적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회피동기가 둘 다 있었던 것 같아요. 둘 다 제 스스로에게 많이 부담을 주는 동기였지만, 그 부담을 견디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또 계속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성적을 올리기는 어려워지고 시험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완만한 접근동기에서 급한 회피동기로 변하더라구요. 그 두 가지 동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잘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열품타 앱을 사용하면서 다른 동기들의 공부시간을 보고 경쟁심도 생겼던 것 같아요. 열품타 앱은 일일 시간 측정과 주간, 월간이 모두 이루어지고 순위가 나오는데, 항상 더 높은 줄로 가기 위해서 시간을 계속 늘렸네요. 매일매일 그렇게 경쟁심을 느끼며 자극을 받는 것이 유효했습니다. 

 그리고 시험과 실제 임상은 많이 다르겠지만, 분명 잘 공부를 해두면 나중에 임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만날 환자에게 더 떳떳하고 더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Q. 국가시험 준비에 대한 팁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정리본을 변증시치 대신 처방 중심으로 만들어서 종횡으로 모두 숙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국시는 5개의 선지 가운데에서 가장 옳은 것 하나만을 고르는 최선답형 시험이기 때문에, 처방에 대해서 숙지하면 더 쉽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과서의 변증시치 대신 처방별로 어디에 사용되는지 가나다순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교재의 변증시치와 더불어 처방별로도 외우면 종횡 두 방향 모두 외울 수 있게 되어 더 기억에 잘 남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부인과의 변증시치 부분은 처방별로도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증시치별로도 달달 암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교재는 배부되는 시기가 각각 다른데, 새로운 교재가 배부될 때는 이전에 하던 것은 내려놓고 새로운 교재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시에 가까워질수록 더 압축된 교재가 나오는데, 국시에 가까워질수록 범위를 좁혀가는 것이 중요하며, 초점을 둘 교재를 많이 회독해야 합니다. 17과목이나 되기 때문에 한두번 본다고 해서 처음 본 과목이 기억이 잘 나지 않거든요. 

 또한 모의고사는 반드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의고사 시간이 길기 때문에 국시 직전에는 모의고사를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전에는 모의고사를 보는 것이 자신의 취약점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초반 모의고사의 경우 모의고사 사이사이의 간격이 긴 편인데, 모의고사로 취약점을 파악하고 방향성을 잡아서 그 기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공부한다면 더 효율적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시험공부 기간 동안 처음부터 너무 에너지를 쏟아 붓지 마시고 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건강관리도 잘 하고 운동도 잘해야 나중에 잘 버틸 수 있습니다. 휴식하는 기간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방대한 공부량을 소화하면서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본인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과 공부가 되지 않을 때의 해결 방법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휴식을 취했습니다. 방대한 양을 계속 보다보면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책을 붙잡고 있으면 잘 안돼서 밖으로 나가서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탔습니다. 휴식 시간을 오래할 수는 없는데 그 시간에 산책을 하면 가까운 곳 위주로만 가게 되니, 자전거를 타게 되면 훨씬 멀리 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연 풍경도 보고, 노을도 보고, 한강도 보고 하니까 확실히 힐링이 되고 기분 전환이 되더라구요. 빠르게 페달을 밟으면서 호흡에만 정신을 집중하게 되는 상태도 좋았구요. 

 슬럼프가 오는 경우에는 아예 공부를 며칠 쉬거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달리기에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계속해서 페이스를 일정하게 조절하면서 뛰더라도 스스로의 한계 거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한계 거리를 넘어서면 탈진하고 자세가 흐트러지게 되는데, 만약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되면 휴식을 취해야합니다. 매일같이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계속해서 열심히 달려왔다면 하루정도는 완전히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Q. 국가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국가고시는 의료인의 기본 소양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지나고 보니 남들 할 때 하고 남들 쉴 때 쉰다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 그러니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후배님들도 각기 다른 마인드와 공부 방법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공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불안에는 ‘총량’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찍 시작하면 그만큼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고, 늦게 시작하면 불안감이 더 크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저는 D-190정도에 시작해서 상대적으로 덜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매를 먼저 맞을지 아니면 나중에 맞을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미리 해두면 부담감은 훨씬 덜합니다. 

 그런데 공부에 대한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좀 의외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에서 벗어나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인생의 큰 변화를 맞게 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는 현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할 때보다 대학을 졸업하는 현재가 오히려 인생의 더 큰 전환점인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정해진 길을 잘 따라오기만 하더라도 성취감을 잘 얻을 수 있는 시기가 앞으로 거의 없을 것 같거든요. 

 지금까지 중간·기말고사의 단거리를 숨가쁘게 달려오고, 그보다 좀 더 긴 거리인 국시를 잘 지나왔다면, 앞으로는 그와 비교할 수 없이 긴 장거리가 남아있죠. 아니, 방향이 다를 수도 있고 ‘달리기’라는 단어가 어울리나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 것인지, 어떤 한의사가 될 것인지 등의 중요한 문제가 산재해 있습니다. 저는 그런 고민과 생각을 해볼 정말 좋은 기회가 국시 공부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공부하다보면 여러 생각이 드는데, 국시 기간은 어쩌면 미래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페이스 조절을 잘하고 휴식과 운동을 하는 동시에 이러한 고민을 해보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바로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기 전 고민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시수석 합격자에게 주어지는 표창장입니다!


향후 계획

Q. 앞으로의 계획을 여쭤보고 싶습니다장단기 계획이 각각 어떻게 되시나요?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병원 생활에 적응을 잘 하고 싶습니다. 학교에서는 학년이 높았을지 몰라도 이제부터는 다시 낮은 마음으로 겸허하게 생활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 병원 시스템에 적응하고, 그 후에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교수님들과 선배님들께 배우면서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해요. 

 또 임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연구도 잘 진행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근거가 축적되었지만, 아직은 더 많은 논문 근거가 축적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임상 쪽에 관심이 많아서 임상 연구 위주로 진행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가장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제 눈앞에 있는 환자를 제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근거를 가지고 치료하는 것입니다. 근거 피라미드 상으로 여러 단계가 있지만, 원전부터 systematic review까지 모든 근거를 섭렵하고 그걸 잘 융화시켜서 사용하고 싶어요. 또한 양방 내용도 잘 알아두고요. 

 그러면서 정말 실력이 쌓이다보면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교수가 되어서 학교 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학회를 만들거나, 제자를 키우면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먼저 길을 걸어가신 선배님들께 정말 많은 것을 받은 것처럼, 저도 더 남겨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Q. 향후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신가요?

 우선 제 앞에 앉아있는 환자를 잘 치료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환자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어루만져서 총체적으로 치유하는 영향을 끼치고 싶어요. 그렇게 한 명 한 명 선한 영향력을 끼치다보면 어느새 세상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대만드가 만나봤으면 하는 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경희대학교 장우창 교수님부산대학교 신상원 교수님을 추천합니다. 제가 정말 존경하는 분들인데 원전 교육과 한의학의 공부 방향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주엽 한의사님과 학부 시절, 국시, 향후 계획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남은 학부 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그리고 공부 방향성 등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특히 환자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길 희망한다는 말씀이 많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인턴 준비 등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주엽 한의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본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Writer & Editor. 꽃사슴 

Interviewer. 꽃사슴, 토끼, 수달,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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