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신만나드립니다 May 25. 2022

약사에서 한의사로, 신정민 원장님 (2탄)

안면비대칭과 턱관절 장애 진료를 말하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안면 진료 


Q. 안면비대칭을 비롯한 안면 분야를 전문적으로 보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A. 저희 큰아이 때문이었어요. 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아프면 제가 책을 뒤지면서 치료를 많이 해봤어요. 아이가 바이올린을 오랫동안 했는데 잘못된 자세가 굳어져서 턱이 틀어지고 통증이 생겼어요. 잘 씹지 못하는 상황까지 되니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원장님들도 많이 찾아다니고 강의도 듣고 직접 치료도 해봤어요. 치료 과정을 기록으로 계속 남겼는데, 주소증이 해결되고 보니 얼굴형이 많이 바뀐 거예요. 얼굴이 틀어지면서 코도 휘고 치아도 뻐드러지고 광대도 튀어나오면서 외형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 전후 사진을 보니까 얼굴이 몰라보게 바뀌어 있었어요. 이게 뭐지 싶었죠. 런 외형적인 변화를 보면서 이 분야에 파고들게 됐고, 제대로 하다 보니 안면 비대칭 교정, 얼굴 교정 진료를 하게 됐어요. 이런 계기가 없었으면 별생각 없이 계속 피부 진료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개원했을 때부터 피부 진료를 해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얼굴 교정 진료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어요.           


Q. 안면교정은 치료 범위가 안면비대칭인가요? 다른 부분이 있다면 대표적인 예시는 뭐가 있을까요?     

A. 얼굴 교정의 주 타깃은 안면비대칭이 맞아요. 가장 치료적인 니즈가 많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안면비대칭은 턱관절 장애와 아주 밀접하게 얽혀 있고요. 거기에 더해 긴 얼굴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아데노이드 얼굴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성장기에 비염 때문에 코로 숨을 못 쉬는 현상이 지속되면 좁고 긴 얼굴로 변하는 특징적인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이 증상도 턱관절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많고요. 이것도 결국 자세 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에요. 경추 커브가 무너지면서 얼굴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전방 두부 자세가 되고, 아래턱이 뒤로 밀리고 돌아가면서 얼굴 형태가 좁고 길어지는 거예요.


아데노이드 얼굴에 대해서도 이비인후과에서는 그저 비염치료를 해줘야 되는 당위성을 삼은 근거로만 쓰이고 있고 치과에서는 어릴 때 악궁 확장 장치를 착용하고 치아교정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하는데요. 실제로 이 문제는 한의학적으로 접근하면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약이나 침을 통해 비염을 치료하고 자세 습관이 나빠서 척추 구조가 무너져있으면 추나치료를 해주면 이비인후과나 치과에서 해결 못하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어요. 턱관절 장애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틀어진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턱관절 장애를 주로 보는 치과에서는 턱 디스크나 근육에만 집중해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지엽적일 수밖에 없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기는 거죠.           


Q. 아데노이드형 얼굴이 이미 어렸을 때부터 진행되어 성인이 된 경우에도 한의치료가 가능한가요?     

A. 성인의 아데노이드 얼굴은 성장이 이미 완료되어 골격이 굳어진 상태예요. 성장기와 달리 얼굴형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는 없죠. 하지만 뼈의 위치와 근육이 변화로 발생한 변형은 바꿀 수 있죠. 그리고 상하좌우 전후로 틀어진 부분은 바르게 교정이 돼요. 그래서 총 얼굴 길이를 줄이고 근육 상태를 개선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진료를 하게 됩니다. 이 변화가 의미 없느냐는 전혀 아니에요. 전후 사진을 통해 보이는 변화에 흡족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턱관절 질환은 아무래도 오랜 시간 누적이 되면서 드러난 경우가 많을 텐데, 이런 경우 장기간 진료를 어떻게 끌고 가시나요?     

A. 처음부터 턱관절 질환의 특징, 치료 기간, 치료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반응, 효과와 예후 등 다양한 정보들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교정은 수술처럼 1회의 액팅으로 변화를 만드는 치료가 아니라서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지만 보존적이고 그래서 안전할 수밖에 없어요. 또한 턱관절 장애는 질환의 특성상 다양한 동반 질환을 갖고 있는데, 이런 질환이 함께 좋아질 수 있으니 상담한 장점이 있어요. 이 부분들을 이해하고 동의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진료를 장기간 끌고 가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 분들이 호소하는 몸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평가지표와 사진으로 확인해서 객관화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끝까지 지치지 않고 잘 따라와 주십니다.  

   

Q. 기억에 남는 진료 케이스가 있으신가요?     

A. 오랜 기간 동안 치료가 안돼서 너무 고생하셨는데, 저를 만나고 좋아지신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최근에 70대 여성 환자분은 턱이 너무 아파서 2~30년 가까이 병원을 다니셨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교합이 틀어지면서 음식 씹는 것도 힘들고 얼굴도 뒤틀리기 시작했다면서 내원하셨어요. 온갖 치료를 받으시다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저희 한의원으로 오셨는데 많이 좋아지셨어요. 남은 여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오셨는데, 지금은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친구들과 등산도 다니고 손주들도 봐주세요. 이렇게 금방 좋아질 걸 왜 오랜 시간 고생했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하다고 하시면서 우시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의사는 임상하면서 이런 케이스를 어렵지 않게 만나실 거라고 생각해요. 한의학의 강점으로 주류 의학에서 소외되어 겉돌고 있는 많은 환자분들의 괴로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루틴으로 하고 있는 그 어느 하루의 진료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Q. 안면 비대칭 분야에서 한의 치료의 영역을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일단 안면 비대칭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진료 영역은 아니에요. 다소 생소한 파트를 보다 보니 진료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치료를 할 때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일단 안면 비대칭 파트에서 한의학적 근거는 없죠. 그래서 저는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성형외과 쪽 논문을 읽으면서 그 진료 영역에 대한 지식을 쌓았고 그 진료 영역의 한계를 같이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 과정에서 한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돼서 제가 논문을 2개 썼어요. 하나는 증례 논문, 하나는 고찰 논문이었어요. 근거가 부족하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서 쌓아나가겠다는 심정으로요. 저는 한의사 후배들이 이런 미지의 영역에 관심을 갖고 파고드는 걸 많이 하면 좋겠어요.          

턱관절 치료는 치과와 겹쳐요. ‘나는 몸신이다’ 턱관절 장애 편에 한의사 패널로 나간 적이 있는데 주치의는 치과 교수님이었어요. 그런데 그쪽에서 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고 너무 지엽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치과학이 턱관절 치료에서 분명 주류예요. 근데 왜 그 많은 사람들이 그쪽에서 권하는 근거 있는 치료를 받고도 오랜 기간을 해결을 못하고 한의원을 찾아오는 걸까 싶은 거죠. 이 분야는 분명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이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에요.           


Q. 턱관절, 안면비대칭 진료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시는 공부법이 있으신가요?     

A. 일단 기본적으로 이영준 원장님이 고안한 FCST 치료법이 있는데 턱관절균형학회를 통해 이 치료법을 배워야 해요. 척추 정렬을 맞추기 위해 추나 치료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DO(정골 의사)가 하는 진료에 대한 지식들도 필요해요. 특히 두개골 정렬하고 뇌척수액 흐름을 개선해 다양한 두면부 질환을 치료하는 수기치료인 cranial osteopathy를 꼭 공부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교합이나 턱관절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치과 교과서와 논문도 많이 읽어야 해요. 근육, 관절, 인대 등의 인체 구조물의 특징을 잘 이해하기 위해 해부학, 근육학도 공부해야 하고 물리치료학적 지식도 도움이 될 수가 있습니다.       

    

Q. 경미한 비대칭과 턱소리가 있어서 혼자 치료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을 경우에도 말씀 주신 공부법 적용이 가능할까요?

 A. 무조건 찬성이에요. 혼자 해봐도 돼요. 본인의 문제라면 그 질환을 누구보다 잘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누구보다 절실하기 때문에 깊게 파고들 수 있고 그 질환을 겪어보지 못한 다른 의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같은 증상을 갖고 있는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적용해보면서 재현성을 확인하면 이 치료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임상하는 자세는 연구하는 자세와는 좀 달라요. 임상에서 활용해보고 유의한 데이터가 쌓이고 재현성이 있는 것이 확인되면 논문으로 쓰이고 발표가 되고 확산이 되는 거죠. 완벽하게 원리가 규명된 치료법만이 임상에 쓰이는 것이 아니에요. 임상을 잘하는 의사는 열린 시각을 갖고 실천하는 사람이에요. 교과서적인 지식뿐 아니라 경험적으로 인정되는 치료법도 열린 마음으로 듣고 공부 해려는 마음이 필요해요. 임상의로서 제일 중요한 건 환자를 잘 치료하는 거잖아요. 주류 의학에서 말하는 치료법이 무조건적인 답은 아니에요. 환자들은 결국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의사를 원하지 한방이냐 양방이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에요.        

         

Q. 턱관절 치료에 한의 치료를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데 한약도 쓰시나요?     

A. 턱관절 장애 환자는 턱 통증뿐 아니라 안면부 마비감, 이상감각, 두통을 많이 호소하시는데요. 이런 증상들을 빨리 호전시키기 위해 초기에 한약을 써요. 비대칭 교정만 원하는 분들은 한약을 처방하지 않지만, 턱관절 장애 환자분들에게는 100% 처방해요. 진통제가 무용지물인 만성 통증에 한약은 의미 있는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제가 하는 진료의 본질은 교정치료니까 한약은 보조적 수단이긴 한데 그래도 한의사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범주의 치료를 환자가 다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약이 무조건 탕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복용하기 편하고 맛도 좋고 비용 부담도 덜해서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형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앞에서 언급했듯이 저희 클리닉만의 상품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죠.        

                   

콘텐츠

Q. 유튜브, 브런치, 책 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계시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한의원 홍보를 고민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진료만 했다면 이런 다양한 콘텐츠 고민을 할 기회가 없었겠죠. 새로운 파트 진료를 시작하면서 홍보팀과 효과적인 콘텐츠들을 고민하면서 하게 됐어요. 제가 하고 있는 진료의 가치를 알리려 한다면 이미 활성화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아요. 그러다 보니 유튜브고 하고 블로그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어요. 처음부터 잘될 수는 없지만 ‘꾸준함’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누적을 시켜가다 보면 관심이 있는 대중에게 어필되는 시점이 반드시 오게 되어 있어요.           


저의 경우 브런치가 일을 여러 영역으로 확장하게 된 계기였어요. 처음 글은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근데 2번째 썼던 글이 브런치에서 에디터분들 눈에 띄어서 다음 포털, 카카오톡 채널 등에 올라갔어요. 이 글이 페이스북을 타고 재생산되기도 하고 핀더레스트, 구글 등으로도 확대되었죠. 어떤 글은 하루에  5만 명, 10만 명이 읽기도 하는 등 제 브런치가 파급력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에디터들이 좋아하는 글의 공통된 특징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도 하고 노력을 하니깐 노출되는 글도 점점 많아졌어요. 당연히 구독자도 늘어나고요.           

글로는 모든 정보의 전달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영상이다 보니 지금은 유튜브로 콘텐츠 생산의 무게중심이 많이 쏠려 있어요. 저는 원래 사진 찍히는 것도 싫어하고 영상 찍는 것도 ‘극혐’이라고 하죠? 그 정도로 싫어했는데 해야 하니까, 꼭 해야 될 일이 되다 보니 꾸역꾸역 하게 된 거죠 (웃음). 하다 보니 이제는 요령도 생기고 편해졌어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누구냐도 중요해요. 한의원 홍보팀과 같이 아이디어 내고 고민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콘텐츠들도 만들다 보니 여러 기회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추후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는 한의대생들에게 조언(꿀팁?) 한 말씀도 부탁드려요!     

A. 우리는 한의사, 의료인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춰야 해요. 정보가 수박 겉핥기 식이면 전문성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정보의 ‘깊이’가 있어야 해요. 브런치 글 하나를 쓰는데도 논문 여러 편을 읽고, 턱관절 관련 글 하나 쓰려면 치과 쪽 교과서를 다 찾아보고. 이러다 보니 글 하나를 쓰는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려요. 하지만 비례해서 브런치 글 하나에 담긴 정보가 굉장히 깊어지고, 이 글들을 읽고 내원하는 분들도 많아요. 글을 통해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게 되는 거죠.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근거’도 중요해요. 주제에 맞는 논문, 교과서 인용하는 거죠. 끊임없이 근거를 찾고 첨부하는 작업이 중요해요. 그래서 브런치 글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 하나에도 근거 없이 떠드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진실성’도 중요합니다. 제가 진료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글로 써서 표현하면 진실된 내용이 되는 거죠. 각색하거나 지어낸 글은 환자들이 다 알아요. 만약 콘텐츠를 홍보로만 접근한다면 예쁘게 꾸미는 것도 챙겨야겠지만, 저희는 일단 의료인이고 환자에게 정확한 의료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이런 점들을 기반으로 해서 마케팅을 위한 세련됨을 입히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콘텐츠가 되는 거죠.       

 

신정민 원장님 브런치


학생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이라도 본인만의 플랫폼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인스타그램도 좋고, 블로그도 좋고. 본인 플랫폼을 만들고 고민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시켜나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 그 플랫폼을 중심으로 물고가 트이는 시점이 반드시 올 거예요. 그 플랫폼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본인 병원을 하더라도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대부분 본 3,4 아닌가요? 계속 관심 분야를 공부하면서 콘텐츠를 쌓아 가보세요.                


Q. 콘텐츠를 만들 때 전문성과 대중적인 설명 사이의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A. 저는 사실 전문성을 택했어요. 말 자체도 구구절절하는 스타일이고 글도 그래요. 그래서 저희 홍보팀에서 글 좀 쉽게 써달라고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요.(웃음) 저도 알지만, 너무 쉽게 가는 것보다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전문성을 택해서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제가 꾸준히 만들어내기 편한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깊이가 있는 정보를 넣어서 글을 쓴 거죠. 글을 보고 진료받으러 오시는 환자분들도 깊이 있는 정보에 공감하셔서 찾아오시는 거 같아요. 결국 본인이 잘하면서 오랫동안 편하게 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한 것 같아요.

          

Q.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Up(가장 뿌듯) &Down(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극복 방법)     

A.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한의대에 합격했을 때에요. 생애 처음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 한의사라는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했고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그 목표를 이루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저희 아이와 관련 있어요. 두 아이 출산 시기가 첫째는 본 2, 둘째는 졸업 직후였는데, 둘째가 태어난 후로 큰 아이가 1달 반이라는 기간 동안 아팠어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보고 한의사 선배한테 조언을 구해 한약을 써봐도 무효, 결국 소아과, 어린이 종합병원, 전국 유명 한의원까지 다 다녔는데도 병명도 모르고 해열이 안 됐어요. 결국 도와줄 사람은 없고 돌고 돌아 결국 내 몫이 되더라고요. 매일 아이를 안고 의서를 찾고 처방해서 먹이고 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떤 한약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좋아졌어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제 자신의 한의사로서의 임상 능력의 현 지점도 알게 되었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어요. 임상을 하는 자세도 많이 바뀌어서 겸손해지고 영적으로도 성장했던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아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상을 하다 보니 큰 아이의 턱관절 치료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집요하게 붙들고 해결 실마리를 찾으려고 했고 그게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진료의 바탕이 되었으니깐요.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라고 느껴져도 결국은 더 높은 곳에 올라서기 위한 전환점이었던 거죠. 엄마가 돼서 한 아이를 키워내는 일이 위대하다고 하는 이유가 아이가 크면서 미숙하기 그지없었던 한 인간이 덩달아 성장하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Q. 어떤 분들에게 한의사라는 직업을 추천하시나요?     

A. 의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통을 듣고 치료적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일들이 즐겁고 보람차다고 느끼는 성향을 갖고 있어야 될 거 같아요. 특히 한의사는 질병 자체보다 사람에 집중해야 하니깐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병의 원인을 집요하게 물어보고 관찰해야 되는데 그 과정이 즐겁지 않다면 하기 힘들 거 같거든요. 그리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지식의 깊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하는 성실함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떤 문제가 한 부위를 치료한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영역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어서 결국 임상을 하다 보면 점점 공부할 게 많아집니다.      


Q. 앞으로 한의사가 될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학교 다닐 때 다양한 경험을 하시길 바라요. 내 경험치가 부족해서 환자가 이해가 안돼서 진료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겨요.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겪어보세요. 저는 학부생 때 돈 버느라 이걸 못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대만드 되게 멋있다고 생각해요(웃음). 이런 활동도 하면서 선배들 얘기도 들어보고, 여러 생각들을 경험해보면 그 시간이 절대 허공에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에요. 이런 시간들이 여러분을 성장시킬 것이며, 나중에 환자를 마주할 때, 경영을 할 때, 콘텐츠 하나를 만들더라도 남들과는 다르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 여러분의 지평을 넓히는 경험을 하고 인생을 바꿀 사람을 만나는 것, 학생 때는 제일 중요한 일인 거 같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 되고 싶은 한의사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A. 5년 안에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안면비대칭이 워낙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한의사로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양방의 논문을 많이 읽고 부족한 부분을 논문으로 쓰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생긴 목표인데요. 안면비대칭 분류법 하나만 예로 들어도 그 정보가 너무 편향되어 있어요. 성형외과는 3가지, 치과는 5가지예요. 성형외과는 수술의 관점으로 보고, 치과는 치아 해부학적 관점으로 단순히 나눠놨어요. 완벽하지 않은 분류법이고, 이 분류법에서 배제되어 있는 아주 많은 케이스들이 있거든요. 이러한 부분을 반영한 새로운 분류법이 필요한데, 이건 한의사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수술이 필요치 않은 좌우 차이가 6mm 이하라면 치료의 필요성을 못 느끼냐 아니거든요. 4mm 정도의 차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굉장히 신경 쓰여하세요. 실제 4mm라고 들었는데 교정해서 위치가 개선되면서 전혀 비대칭을 못 느끼게 되는 케이스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그 정도가 아닌데도 수술을 선택하시게 되는 거죠. 또한 자세가 만드는 비대칭이 분명 있는데 이런 점들은 고려가 안됐어요. 이런 점들을 포함시킨 분류법을 만들어서 논문으로 발표하고 싶어요. 좀 더 나아가서 안면비대칭 한의원마다 진료하는 방법이 다 달라요. 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겠지만 사실 주먹구구일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을 통일해서 표준화된 임상 진료지침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계속 이 분야 진료를 볼 것이기 때문에 꼭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레 개인적인 목표가 되었습니다.          


Q.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A. 많은 사람들이 수술, 단박에 낫는 약과 같은 극단적인 치료방법이 보다 좋은 치료법이고 보존적이고 안전한 치료는 효과가 없는 하찮은 치료라고 여기는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어요. 안면비대칭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습관, 생활패턴 등이 집약되어서 생긴 결과거든요. 또한 구조 불균형은 크고 작은 건강 문제들과 엮여있어서 구조를 재정렬해주는 치료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삶의 패턴을 바꿔줘요. 특히 성장기 아이라면 이러한 치료의 중요성은 커지겠죠. 얼굴 교정 진료를 시작하면서 저도 이런 지식들을 미리 알았다면 내 아이가 턱이 아파하는 상황까지 그냥 방치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라면 아이 키울 때 꼭 알아야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어요. 그래서 글이나 영상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제가 하고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생각을 바꿔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원장님의 깊은 생각과 고민들이 느껴지는 여러 말씀을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른 인터뷰였습니다. 한의학 고유의 진료영역을 개척하고 계시는 과정이 인상 깊게 와닿으면서, 자긍심을 갖고 학창 시절 동안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씀에 여운이 남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긴 시간 내어주신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


Interviewer. 코카, 토끼, 코알라, 펭귄, 기린

Writer & Editor. 코카



작가의 이전글 약사에서 한의사로, 신정민 원장님 (1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