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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May 26. 2022

공학도에서 한의사로, 김도환 원장님

수험생직업병을 치료하다

 '회사 밖으로 나온 한의사들' 프로젝트에서 두번째로 만나러 간 분은 김도환 원장님입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시고 LG와 삼성에서 연구원으로 계신 공학도 출신 한의사이신데요. '수험생직업병'이라는 다소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질환을 진료 중이신 원장님의 이야기, 지금부터 전해드립니다!


김도환 원장님 이력

-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졸업

- 원광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LG  및 삼성 책임연구원

- (전) 5급 공무원 합격

- 현 두청위편한의원 원장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의사 김도환이라고 합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두청위편한의원을 하고 있고 수험생들 위주로 진료를 보고 있어요.          


Q. 요즘 원장님의 일과,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주된 일과는 진료이고요. 진료가 끝나고 나서는 여러 활동을 해요. 주로 한의원을 더 성장시키기 위한 일들이에요. 목요일에는 휴진이라 대외 업무를 봐요. 이렇게 인터뷰, 촬영 등이 있을 때 휴진일을 활용하죠. 그리고 일요일에는 좀 쉬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Q. 한의원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비유를 해보자면 우리가 식당을 하나 오픈했어요. 나는 맛있게 만드는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면 내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는 거거든요. 실력도 좋아야 되지만 내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이런 부분들이 요즘 말로 하면 마케팅, 고객관리 등이 되겠죠. 책을 쓴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어요. 진료 외의 시간에는 이런 부분에 힘을 씁니다. 

원장님 저서 '성적도 치료가 되나요'


Q. 첫 전공인 기계항공공학부를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당시에는 학력고사 세대였는데요. 시험 전에 지원을 먼저 하는데 한 군데에만 지원을 할 수 있었어요. 원서를 먼저 쓰고 시험 한번 보고 끝이니까 기회가 별로 없었죠. 그래서 점수에 따른 학교, 과들이 배치표 상에 촘촘하게 쭉 쓰여 있었고 거기에 맞게 준비를 했어요. 저는 성적에 맞춰서 서울대 공대에 쓰게 됐고, 공대 중에서 무슨 과를 선택할까만 남아있었어요. 근데 아는 게 없으니까 어린 마음에 일단 서점에 갔어요. 서점에 있는 전공 서적들을 한 번씩 쭉 봤는데 그나마 제일 알 법한 게 기계더라고요.(웃음) 눈에 보이잖아요. 전기나 컴퓨터는 안 보여서 이해가 안 되는데 기계는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니까 기계가 좀 더 낫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기계공학과를 선택한 거죠.      

     

Q. LG 및 삼성 책임연구원에서 한의사로 이직을 결심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처음에는 전공도 재밌었고 회사에 입사한 후에는 일도 재밌었어요. 원래 공학을 좋아했고 하는 일도 적성에 맞아서 잘 풀렸어요. 원하는 곳으로 이동도 자유로웠고 승진도 잘 됐고요. 이렇게 좋은 상황이었는데도 이직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죠. 연구소에서 어느 날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봤는데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하나도 안 보이는 거예요. 40대 후반쯤부터 안 보였어요. 그래서 옆에 계신 과장님한테 여쭤봤더니 “몰랐어? 다 퇴직하고 나가셔서 지금 뭐하는지 몰라” 하시는 거예요. 그때 당시에 되게 놀랐었어요. 저는 그냥 좋은곳 취직하면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4,50대부터 일이 없다는 거잖아요.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들이 들었죠. 사실 고3 때도 서울대 나오신 큰아버지가 젊었을 때에는 잘 나가셨는데도 50대에 정년퇴직하시고 저에게 한의대 가라는 얘기를 하셨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서울대에 가고 싶어서 선택을 했었는데 돌고 돌아 다시 한의대를 고민하게 됐어요. 마침 당시에 병역 특례로 석사 마치고 군대 3년 대신 회사 5년을 다니던 게 끝나가는 시기이기도 해서 결정을 내리고 한의대 준비를 시작했죠. 당시에 한의대가 인기였는데 다행히 운이 좋아서 3개월 공부하고 입학하게 됐습니다.    

 

Q. 5급 공무원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이건 사실 장학금 때문이었어요. 당시 학교에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있었거든요. 퇴사하고 학비가 부족한 상황이라 등록금을 대체할 장학금이 필요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합격했었죠. 근데 공무원이나 취업과는 관련 없는 한의대 학생인 제가 탄 후로 다음 해부터 그 제도가 사라져서 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번째 대학생활을 하면서 학부시절에 어떤 학생이셨나요? 그리고 학창 시절에 기억에 남는 활동 혹은 고충이 있으셨나요?     

나이 든 예비역이었어요.(웃음) 입학 당시에 30대 초반이라 20살 친구들과 띠동갑이 넘어가는 삼촌이었죠. 고충으로는 당시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학업을 병행하는 게 힘들었어요. 물론 와이프가 제일 힘들었겠지만 저도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되고 해서 어린 학생들과 같은 학교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이었어요. 그리고 졸업한 후에도 좀 더 공부하거나 여행 다니는 등 어린 동기들이 생각하는 그런 여유도 없었죠. 졸업하고 4년 정도 부원장을 하고 막판에는 개원할 자리를 알아보면서 대진을 했어요. 첫 개원은 지금 한의원은 아니고 중랑구 쪽에서 양수받아서 했었어요.           


Q. 개원 시기가 비슷한 나이대 분들보다 늦어지면서 개원 당시에 겪었던 장단점이 있으셨나요?  

일단 단점은 체력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젊은 사람들은 요즘 365일 진료에 야간진료도 하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건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전에 계시던 분보다 진료시간을 줄였어요. 대신 장점은 다른 경험이 많다는 거예요. 회사도 다녔고 나이도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게 좀 편한 거죠. 대기업도 다녀봤고 공무원 준비도 해봤고, 사실 중간에 벤처 기업도 좀 다녀봤거든요. 이런 여러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서 환자분들이 오면 얘기할 스펙트럼이 넓었어요. 어린 나이에 졸업하고 바로 한의사가 됐다면 치료는 할 줄 아는데, 이걸 어떻게 말로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됐을 것 같아요. 환자분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사무적이고 어색하고 그런 느낌들이요. 한의사는 문진 할 것도 많은데 이렇게 진료 과정에서 어색함 없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게 상당히 큰 강점인 것 같습니다.      

    

진료는 단순히 침을 놓고 약을 쓰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거든요.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걸로 볼 수 있죠. 사람이 왔을 때 그 사람을 알아주고 상황을 내가 이해할 수 있으면, 매뉴얼대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 맞춰서 얘기를 해 줄 수 있어요. 라포 형성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계속적으로 진료를 받으러 오는 등 여러 좋은 점이 있죠. 저도 예전에 한의대에 입학하려고 다시 수능 공부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걷다가 그냥 가까운 한의원에 들어갔는데 그곳 원장님이 되게 편안하게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곳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죠. 환자분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건 중요한 부분입니다.     


Q. 환자이해 외에도 직장생활의 경험이 한의사로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 부분이 있으신가요?   

공학적인 관점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한의학 이론을 문제 해결의 측면에서 바라보게 된 거죠.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걸 보고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고, 목표가 설정되면 그에 맞는 설계를 하고, 설계대로 테스트해봤을 때 원했던 결과가 나오는지 보고 피드백을 하고 이런 과정들이 제게 자연스럽게 배어있었어요. 공학을 언뜻 생각하면 수학 공식처럼 딱 될 것 같지만 실제로 만들어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많아요. 그럼 그것을 해결해가는 게 제 일이었거든요. 마찬가지로 진료도 한약을 얼마큼 먹으면 낫는다 하는 것들이 딱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같은 맥락이에요. 이런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너무 철학적이거나 뜬구름 잡지 않지 않고 공학적 관점에서 한의학에 접근할 수 있었어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진료 & 콘텐츠


Q. 수험생 직업병을 전문적으로 보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소위 말하는 수험생 직업병이 있었어요. 시험 때만 되면 체하고 배 아프고 화장실 달려가고 그러니까 힘들었죠. 그래도 그때는 어려서 시험이 끝나면 괜찮아지고, 좀 더 힘들 때에는 동네 한의원에서 한약 지어먹으면 괜찮아지고. 이런 식으로 넘겼는데 두 번째 수능을 보면서 너무 힘들더라고요. 여러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다 올라오고, 나중에는 밥을 못 먹을 정도로 힘들어져서 한약도 먹고 달래가면서 가까스로 시험을 봤어요.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한의대를 다니면서도 안 없어져서 혼자서 나름대로 공부하고 치료해보니 그때서야 좀 좋아졌어요. 저 같은 사람들이 또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 동기들만 봐도 꽤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이런 사람들이 더 있을 거고, 치료를 통해 도움이 되면 너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Q. 한의대생 시절에는 주로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셨나요?     

저는 예과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수능을 보고 탈진된 상태에서 평생 가본 적 없는 지방에서 처음으로 자취를 하게 되었어요. 주말에는 매주 서울에 올라와서 과외를 했고요. 그러면서 더 탈진이 된 거예요. 원래 비염이 견딜만한 정도로 있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심해져서 밤에 잠을 못 잤어요. 잘 때 코가 아예 막히거나 콧물이 너무 흘러서 잠을 깨는 정도였어요. 교수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침도 맞고, 한약은 제가 직접 공부해서 지어먹어봤어요. 그러면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됐죠.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도 있었어요. 예비역들이랑 밤마다 술을 마시다 보니까 갑자기 식도염이 생겼는데 낫지를 않았어요. 눕지를 못해서 앉아서 잘 정도였고, 시험기간에는 더 심해지는 게 반복됐고요. 그런데 한의학을 공부하다 보니 비위 기능에 대해 배우고, 비위를 다스리면 식도염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도 좋아진다는 내용도 접하게 됐어요. 더 알고 싶어서 제 자신에게 실험을 계속했죠. 방제학, 동의보감, 고방 등도 공부하고 학회, 스터디, 침구 동아리 등 계속 공부하면서 치료법을 찾아갔어요. 그랬더니 이것도 좋아지더라고요. 나만 좋아지는 건지 궁금해서 친구들에게도 실험해봤는데 좋아졌고요. 임상에 나갔을 때 비염, 식도염 있는 어르신들에게도 효과가 있었어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옛날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하니 재미있는 거죠. 보람도 있고. 그러면서 점점 실력을 쌓게 됐어요.               


Q. 수험생 직업병 치료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수험생들은 특수한 상황이에요. 일반 통증 환자들하고는 다르죠. 입시라는 거대한 압박감도 있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되기 때문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고 아파도 안 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상담할 때도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함께 이해해야 해요. 특히 부모님들께 처음에 납득을 시켜드리는 것이 중요해요. 이게 단순한 꾀병이 아니고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성인병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에 잘 치료하면 아이가 공부하는데 효율도 훨씬 높아지고 시험 때까지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잘 말씀드리는 게 치료의 시작이에요.     

 

그 이후로는 아이의 체질과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약해진 부분을 보충을 해줘요. 요즘 아이들은 병이 많아서 약을 쓸 때 단순하게 증상과 처방을 일대일 대응시키지 않아요. 예를 들어 합방으로 처방을 내린다면 그 비율이 중요하죠. 아이의 상태가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면 이걸 해결해 줄 약재 비율을 높여서 군약으로 쓰고. 그것보다는 오장육부 중에 문제가 있으면 해당 약재 비율을 높이고. 그리고 어쨌든 공부하다 보면 다시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 어떻게 할지 미리 티칭을 해줘요. 심리적인 안정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수능까지 책임지고 이 아이를 안 아프게 해 준다는 데에서 다른 질환군 진료와는 좀 다릅니다.      


Q. 신문,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앞에서 말했듯 알리고 싶었어요. 수험생 직업병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데 단순한 영양제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 입장에서 모르면 해줄게 얼마 없는 거예요. 머리가 계속 아프대서 병원에 가서 검사해봐도 별 이상이 없다고하고, 영상을 찍어봐도 뇌에 이상 없이 신경성이라고 하고 끝나요. 근데 당사자는 굉장히 힘들거든요. 진짜 고통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증상들을 본질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저희 한의원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을 하다가 하나씩 시작하게 됐어요. 실제로 유튜브, 블로그 등의 매체를 보고 환자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Q.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추후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는 한의대생들에게 조언(꿀팁?)도 부탁드립니다! 

의료 분야라 해도 너무 딱딱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의 성향이기도 한데 너무 진지하면 힘들더라고요. 중간중간 재미도 있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표현도 어렵지 않게 하고요. 전문용어로 설명을 할 때 환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내 지식을 자랑하는 것뿐이지요. 그래서 알기 쉬운 비유도 들고 대화하듯이 얘기를 풀어가는 편이에요.           


Q. 원장님의 한의원 운영에 대한 철학이 있으신가요?     

철학이라기엔 좀 거창하고,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환자분들의 마음을 알아주자는 거예요. 의료인들이 본인의 의술, 치료법에만 몰두하다 보니 환자의 심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 보통 병원에서 검사 결과만 보고 진단을 내리잖아요. 근데 사실 환자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있는 거죠. 환자들과 대화를 많이 해보면 더 느껴져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이 사람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일지, 풀리지 못한 것이 있는 건 아닐지 계속 생각하게 돼요. 몸과 마음의 문제를 아울러서 해결해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Q.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Up(가장 뿌듯) &Down(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으로 무엇이 있으신가요? 

저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은 아니고 잔잔한 성향인 것 같아요. 와이프는 제가 감정이 메말랐다고 해요(웃음) 그래서 막 심하게 힘들거나 굉장히 좋기보다는, 매 순간에 어려움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의대에 와서 새로운 어려움이 있고, 거기서 얻는 즐거움도 있고. 한의원을 차린 후로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고, 생각 외로 잘 되는 것도 있고. 어떻게 보면 매일매일이 Up&Down인 거죠.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면 추진력을 잃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주로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아질지, 어떻게 하면 여기서 좀 더 나아갈지 고민합니다.          


Q. 계속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텐데 일단 저는 늘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몸속에 항상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뭔가가 있어요. 실제로 제가 살아온 삶을 보면 2년 주기로 변화가 있어요. 회사도 2년 다니다 옮겼고, 한의대는 6년을 채워야 했지만 졸업하고 부원장도 2년씩 2번 했고. 개원해서도 2년 정도 있으니까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일반 동네 한의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특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더니 또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성장한 거죠. 이러면서 다른 곳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한의원을 이전했어요. 그리고 지금 자리로 와서 2년 고생하면서 또 새로운 일을 생각해냈고 계속 적용해보고 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단순히 ‘해보고 싶다’하고 하는 건 아니고 많은 부분을 고려한 후에 실행으로 옮겨요.         


Q. 요즘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계시나요?     

그렇죠. 아까 말한 사람들이 나를 알게끔 하는 것을 계속 고민하고 있거든요. 어떤 매체를 써야 하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우리 한의원의 이런 좋은 시스템과 치료법이 있는 것을 알게 될지 계속 고민해요. 단순히 블로그에 글만 계속 올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일지 계속 고민을 해봐야 하죠.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감을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Q. 병원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많은데, 그런 곳의 도움도 받으시나요?     

마케팅 업체와도 협력을 해봤는데 그때 느낀 게 그냥 맡겨놓으면 안 돼요. 업체 분들은 당신들이 돈을 벌면 되고, 그러려면 그냥 한의원의 현 상황이 유지만 되면 되는 거예요. 발전이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이것저것 해보자, 바꿔보자고 요청을 많이 해야 해요. 그리고 원장으로서 변화를 인지해야 하죠. 이런 변화를 주니까 환자가 어떻게 바뀌었고, 이런 환자들이 많이 오더라. 이런 식으로 본인도 피드백을 계속해야 하고, 업체한테도 전달해야 해요. 그에 맞게 또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보고, 또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해보고. 이런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할 때 성장하는 거예요.           

Q. 어떤 분들에게 한의사라는 직업을 추천하시나요?     

한의사에 맞는 성향이 딱 있기보다는 다들 자기 성향에 맞게 한의사를 하는 것 같아요. 본인의 스타일을 알아야 되고, 더 중요한 건 시장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에 맞게끔 한의원을 차리고 그에 맞는 한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Q. 앞으로 한의사가 될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조금 먼 미래일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졸업하고 병원에 갈지 부원장을 갈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개원 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야기해주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학생들에게 우선 국시를 통과하고, 다른 고민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Q. 뭘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면 일단 눈앞에 주어진 것에 집중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지금 뭘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예를 들어 지금 동의보감 몇 번을 읽으라고 하면 못 읽잖아요.(웃음) 이게 도움이 된다고 해도 여건이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보다는 지금 급한 불부터 끄고, 고민이 생기면 그 고민과 관련된 사람들, 나보다 먼저 그 고민을 한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듣는 얘기가 확실히 잘 와닿더라고요.          


Q. 앞으로의 목표, 되고 싶은 한의사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현재 목표는 한방 병원을 세우고 싶어요. 한의원에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어떻게 갈지는 아직 고민 중이지만 목표를 세워놓고 거기에 맞게끔 변화를 주고 성장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정말 제 위주로 생각하고 고민했어요. 제가 원하는 모습, 하고 싶은 모습의 한방 병원을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 환자분들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하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일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내가 원하는 게 이것인데 여기에 맞는 모습이 뭘까’ 보다는 ‘사람들이 이걸 많이 힘들어하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지?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되지?’인 거죠. 요즘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제가 예전에 마음공부를 했었어요. 한의대에 왔는데 마음이 힘든 거예요. 그래서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도 갔었고, 마음 치료하시는 한의사 분도 찾아가서 많이 배웠어요. 마음이 힘든 사람을 치료할 때 보통은 어떤 처방을 쓸지, 어떤 얘기를 해줄지 고민하잖아요. 근데 내가 힘들 때 옆에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그러면 어때요? 쉽게 바뀌지가 않죠. 마음이 아픈 사람은 몸이 아픈 사람보다 치료가 100배는 힘든 것 같아요. 근데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낫는지를 보면 스승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행복하면 주변이 행복해진다고. 내가 마음이 평화롭고 기쁘면 환자들이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 바뀐다는 거죠. 그래서 내가 흔들리면 안 되고 나의 수양이 제일 중요해요. 같은 맥락에서 의도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기보다는 내가 정말 기쁘게 뭔가를 하면 주변에서 그 영향을 받아 변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세상에도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러면 원장님께서는 어떻게 편안함 내지 기쁜 마음을 유지하시나요?     

간단하게 말하면 다른 일을 하면 돼요. 잡생각들을 그냥 놔두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늘어나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다른 일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피하는 거죠.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 등을 피하고 좋은 기사, 좋은 글도 읽고, 몸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하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마음공부할 때 스승님한테 배운 게 제 화를 먼저 참는 거였어요.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화가 나는데 내 화도 참지 못하면 어떤 환자를 치료하겠냐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러면서 많이 변했죠.          

원래는 제 성격이 까칠했어요. 좋게 말하면 샤프한 거고 안 좋게 말하면 공대틱한 까칠함(웃음). 하나 기억나는 게 회사에서 과장이었을 때 연대 공대 학생들에게 산학 과제를 맡겼어요. 근데 박사 과정 학생들인데도 프로젝트 내용이 너무 성에 안차서 좀 심하게 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학생들 선배였던 제 회사 후배가 제가 너무 까칠했다고 전하더라고요.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의 기준이 되게 높았던 거예요. 늘 그렇게 살아왔어서 몰랐는데 그때 느꼈어요. 당시 알던 사람들을 나중에 만나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고 하더라고요. 저의 이 좋은 변화를 토대로 세상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오며 지금에 이르신 원장님의 이야기들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추진력을 잃지 않으려 하신다는 말씀에 저희 스스로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환자분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환자분들이 원하는 진료를 향해 나아가는 원장님의 앞날을 대만드도 응원드립니다!
(본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Interviewer. 코카, 기린, 용

Writer & Editor. 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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