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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Oct 28. 2022

최초의 서양인 한의사, 라이문드 로이어 한의사 (2탄)

'한의학의 세계화'는 어디쯤에 와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회사 밖으로 나온 한의사들’의 다음 인터뷰이는 누굴까요? 바로 국내 유일의 서양인 한의사, 라이문드 로이어 원장님입니다. 자생한방병원 국제진료센터를 이끌고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노력하고 계신 원장님의 이야기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라이문드 로이어 원장님 약력]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경제학과 중퇴

경산대학교(현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분당 차 한방병원 일반수련의 수료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한의학 박사학위 수료

(전) 대한약침학회 국제의사

(전) 국제동양의학회(ICOM) 이사

(현) 자생한방병원 강남 본원 국제진료센터 대표원장

(현)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위원

(현) 서울시 한의사회 부회장 



Part 3. 한의학의 세계화


Q. 원장님께서는 한의학의 세계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데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제가 외국인 한의사이기 때문에 갖는 강점이 있어요. 세계에 나가서 한의학을 얘기할 때,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거에요. 같은 외국인이 말을 하기 때문에 더 귀를 기울여주죠. 특히 서양과 동양의 생각과 사고방식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 중간의 간극을 메워주는 다리 역할을 제가 할 수 있고, 실제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한의학을 배웠을 때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아니까, 서양인들 입장에서 그 부분이 이해 안되는건 당연하거든요. 그럼 그런 부분들을 제가 이해했던 방식으로 바로바로 설명을 해줄 수 있으니까 보다 쉽게 한의학을 설명할 수 있죠. 그들의 사고방식으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서양인들이 한의학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요

  한 2년 반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했지만, 이전에는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한의학에 대해서 강의를 했어요. 한의학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실질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분들은 한국으로 모셔와서 진료도 하고 그랬었죠.


Q. 그렇다면, 현재 세계적으로 한의학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침, 그러니까 acupuncture는 중국꺼라는 생각이 이미 강하게 자리잡혀 있어요. 한국에 침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한국에도 있어?’ 이런 반응이죠. 그래서 침술의 측면에서 한의학을 알리기는 힘든 측면이 있어요

 저는 예전부터 한약의 세계화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하고 다녔어요. 아직까지는 침에 비해 herbal medicine을 중국이랑 연관시키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에요. 한약의 측면에서 한의학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는거죠. 즉, 한국에서 한약을 체계화해서, 제품화해서 잘 만들어서 세계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든 내놓을 수 있으면 어떨까요. 외국에 침구사들은 많아요, 독일 만해도 한 5만명 된다고 하는데 그들에게 침 뿐만 아니라 한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면. 그리고 그렇게 처방할 수 있도록 배우는 제도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믿을 수 있는 검증 기관을 통해서 한약에 대한 안정성과 품질을 세계적 기준으로 검증 받는 제도가 생긴다면 세계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요. 국가적으로, 한의계 전반적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죠.


Q. 말씀하신 한약의 세계화 측면에서 외국어 교재 출판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자세히 이야기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한 5년 전부터 독일 교수님 세 분과 함께 교재를 쓰고 있어요. 아직 출판은 못했지만 원고는 다 완성이 된 상태죠. 출판사에서 교열 작업 마무리 중인데, 그게 지금 일년 반이 넘게 진행중입니다 (웃음). 이 책은 최초의 독일어로 된 한의학 교재가 될 거에요. 출판의 목표는 ‘한의학을 독일에 알리는 것’이긴 하지만, 그 안의 핵심은 한약이에요. 많은 한약을 다루지는 않고 국내에서 사용되는 보험한약 위주로 넣었어요. 일단은 정부에서 인정하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쌓여있는 처방부터 수록했어요. 처방을 분석해서 약재마다 한의학적으로 어떤 효능이 있고, 약리학적으로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그런 내용을 넣었죠. 


Q. 세계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할까요?


A. 일단 객관화를 시키는 것이 필요하죠. 데이터로 ‘한의학은 이런 의술이다’를 보여주는 것 만큼 세계에 알리기 쉬운 방법이 없죠. 객관적인 정보를 모아서 논문을 계속해서 써야 해요. 최근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필요성을 다들 느끼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같은 미래 한의사들, 또 지금 젊은 한의사 분들이 많이 노력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여러분이 할 일이 많아요.




part 4. 한의학과 한의사


Q. 처음에는 신기한 의술이라고 생각하셔서 한의학을 배우셨는데요. 그렇다면 30여 년간 한의사로 활동하시면서 느끼신 한의학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한의학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한의학은 포괄적으로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어떻게 환자의 전체적인 몸 상태를 균형잡힌 상태로 돌릴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있죠. 치료의 개념보다는 다시 자연스럽게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도와주는 개념이에요. 또 수술과는 다르게 침과 약으로 치료하면서 부작용이나 위험부담은 상대적으로 적구요. 자연의 원리를 통해서, 전체적으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보면서 조절해줄 수 있는 의술은 한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한의사로서 해를 거듭하며 느끼는 것은 경험의학이라는 거에요. 이론적인 것들을 6년동안 배워서 필드에 나오지만, 실질적인 부분들은 직접 환자를 보면서 배우게 되거든요. 이론을 실전에 사용하는 법을 아는 데에는 사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게 침을 놓는지, 어떻게 하면 환자를 잘 이해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들은 계속해봐야 서서히 감이 오죠. 근데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면 투자 할수록, 경험을 하면 경험을 할수록 그 기술을 발달시킬 수 있어요. 성장에 한계가 없는거죠.


Q. 어떤 분들에게 한의학 또는 한의사를 추천하시나요?


A. 가장 기본적으로 ‘의사(醫師)’가 뭘 하는 사람이죠? 사람을 고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마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야 해요.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거죠. 그 기저에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실력도 쌓아 올릴 수 있어요. 

   그리고, 한의사라는 직업은 끝없이 발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만 봐도 20년 전에 처음 한의사가 되었을 때보다 10년 전 한의원에서 일할 때, 그리고 그 때보다 지금.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발전하고 있죠. 환자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대하고, 더 잘 치료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한의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이런 것들이 질수록 계속해서 업그레이드가 되는거죠. 안정적인 스탠스에서 머무르려는 사람보다는 계속해서 자신을 갈고 닦아서 발전하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한의사를 하면 좋은 시너지가 나올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Q. 앞으로 원장님의 목표, 되고 싶은 한의사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A. 일단 나이 들면 제일 큰 목표는 하나에요. (웃음)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매일매일 산에 가서 운동하고 수련하는 것이 그 이유죠. 그 다음엔, 지금처럼 임상에서 외국인 환자를 많이 치료하고 한의학을 세계화시키는 일을 찾는 게 목표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열심히 한의학을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지금보다 제가 한의학을 더 많이 알고, 넓게 알고, 깊게 알게 되면 외국인 제자들을 키워보고 싶어요. 외국인들을 위한 한의학 학교 같은 것도 좋겠네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A. 제가 하는 일이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최근에 보건복지부에서 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Oriental Medical Doctor’에서 ‘Doctor of Korean Medicine’으로 바꿨잖아요. 제가 졸업할 때부터 명칭을 이렇게 바꿔야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는데, 15년 정도 걸려서 지금 바뀐거에요. 엄청 오래 걸렸죠? 어떤 것을 하나 바꾸려면, 아주 조그만한 것이라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요. 

   제가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 환자들을 보고, 교재도 쓰고 하는 이런 일들이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꽃’을 피우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저와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뒤를 이어서 점점 변화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원장님과 한의학의 세계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임상 데이터를 쌓고, 연구를 통해 결과로 엮어내는 것. 그리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세계에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 앞장서서 노력하고 계시는 선배님들과 함께 우리가 앞으로 조금씩 해내가길 바랍니다. :)

Interviewer. 토끼, 펭귄, 용, 그리고 알파카

Writer & Editor.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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