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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Feb 25. 2023

공학도와 한의사를 오가며, 김현호 대표님

IT와 한의학의 결합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다

대만드의 대부, 김현호 대표님을 다시 만나 뵈러 갔습니다! 첫 인터뷰 당시인 목동 동신한방병원장, 그리고 한의플래닛을 거쳐 현재 학생들에게 하베스트로 잘 알려진 '주식회사 7일'을 이끌고 계시는데요. IT와 한의학을 결합시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계신 대표님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IT 스타트업인 ‘주식회사 7일’의 파운더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현호라고 합니다. 한의사로는 침구과 전문의예요. 원래 서울대학교 전기공학 전공이었고 같은 과에서 석사를 마친 후에 다시 수능을 봐서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어요. 졸업 후에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를 하고 동신한방병원에서 3년 동안 병원장으로 병원 경영을 하다가 스타트업계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Q. 요즘 대표님의 일과,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일이 다양하게 많아요. 우리 회사가 이제 1년이 막 넘었다 보니 직원이 많지 않고 필요한 직원만 뽑아서 콤팩트하게 가고 있어요. 그래서 개발 이외의 모든 업무를 제가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장에 대한 니즈 파악부터 전반적인 경영, 인사, 재무, 그리고 간식 채워 넣기, 회식 장소 고르기 등을 합니다.(웃음) 창업초반에는 전략적으로 투자유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투자유치도 다녔구요. 그 외에는 학회나 강사들과 계약을 유치해요. 학회, 강사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들이 필요해요. 강의 촬영도 저희가 하고 있어요. 학술 콘텐츠 촬영은 예능이 아니라 간단하거든요. 전달만 잘 되면 되는 거라서 교수님 얼굴과 음성이 잘 나올 수 있게, 크지 않은 도구들을 이용해서 촬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은 경희대학교 본과3학년 강의도 합니다.     

일주일 일정은 그때그때 해야 될 일에 따라서 달라져요. 아침에 출근하고 그날 촬영이 끝나는 시간에 퇴근합니다. 외부 회의도 많이 다녀요. 한의사이면서 IT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한의계 내에 여러 협회, 학회에서 한의학 데이터, 플랫폼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저를 많이 불러주셔서 외부 회의를 다니는 편입니다.               


Q. 하시는 일이 정말 많으신데요!     

정신이 없어요. 다 열심히 하고 있고 좋은데,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기술팀한테 고마우면서도 미워요.(웃음) 아직 제가 소화할 수 있으니까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못하겠어요. 그리고 실무형 리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충분히 업무와 리스크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위임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다만 대표이사인 제가 지속적으로 비전을 재정립해야 하는데 현재 그 부분이 조금 부족해요. 제가 일에 치이고 있다 보니, 다음 단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점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와 일을 같이 할 멤버가 충원될 시점이 왔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현재 6명이라 1명을 충원하면 7명이 되잖아요. 우리는 콘셉트에 충실하기 때문에 (웃음) 무조건 7로 맞추거든요. 월급 날짜도 7일, 외부 정산일도 다 7일, 그리고 스타팅 멤버도 7명이에요. 지금 마지막 자리가 비어 있고 이 사람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현재 '주식회사 7일'의 멤버는 11명이 되었으나, 대표님은 여전히 바쁘시다고 합니다..ㅎㅎ)

                         

Q. 공대에서 석사까지 취득 후에 다시 한의대를 오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한의대를 가고 싶어서 진로를 바꿨다기보다는, 공대에서 나오기로 결심한 게 먼저라고 해야겠네요. 제가 있었던 연구실 상황이 좋지 않아 져서 가고 싶었던 유학을 갈 수 없게 되었어요. 공학이 싫어서 나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학이라는 응용 학문을 한의학과 접목해서 한의학을 현대화하고 재밌는 것들을 많이 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의사 선배에게 물었을 때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직업으로써 한의사는 추천하는데 네가 와서 연구, 교육을 하려고 하면 말리고 싶다. 한의대는 특히 네가 원하는 공학과의 접목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은 곳에 가서 깃발을 꽂으면 일인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의대 입학을 결정짓게 되었죠.       

    

그렇게 한의대에 와보니 선배 말이 맞았어요. 무척 외롭고 되어 있는 것이 별로 없지만, 주변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응원도 해주시죠. 제가 만약에 의대에 가서 같은 일을 했다면 의공학, 프로그래밍 분야에는 이미 훌륭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one of them이겠지만, 한의대에서는 당시에는 그런 분들이 많이 없었으니까 여러분이 주목해주시고, 제가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할 수 있던 것 같아요.      

         

Q. 두 번째 대학생활을 하면서 학부시절에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창 시절에 기억에 남는 활동 혹은 고충이 있으셨나요?     

저는 두 번째 대학교이고 나이가 있어서 학업과 동시에 신경 쓸게 많았어요. 돈도 벌어야 되고 결혼도 했었고 아이도 낳았구요, 이런 생활에 대한 고충이 좀 있었죠. 그래서 주로 낮에 공부하고 밤에 일하는 모드였어요. 낮에는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밤에는 과외, 학원 강사 일을 많이 하면서 등록금과 용돈을 벌었어요.      

학문적인 고충은, 사실 한의대 강의를 들으면서 본과 1학년까지는 짜증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분석적인 분야를 전공한 경험이 있다보니 한의학 이론, 처방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그러다가 두 가지 판단을 했어요.          


첫 번째는 ‘이렇게까지 공부하고 고민했는데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되면 이게 잘못된 거다’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마음이 편하려면 그래야 되겠더라고요. 팔 수 있는 데까지 파보고 ‘도저히 안 되고 교수님도 대답 못하시는 건 버리자 ‘고 결심하면서 부담이 덜해졌어요. 실제로도 의서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내용이 100% 맞는 게 아니잖아요. 중간에 잘못된 내용도 있고, 역사 흐름상 잘못된 부분도 있는데 그걸 옳다고 생각하고 끼워 맞추려니까 부담이 됐던 거죠. 천인상응론 같은 이론이 과다사용되다보니, 한의학 신수설 같은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생겨요.     

두 번째는 ’ 처방이나 이론을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가’에 대해 생각을 바꿨어요. 침술의 경우에는 국소적인 자극, 뇌 또는 호르몬과의 상호작용, 신경 전달 물질의 작용들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았어요. 원위 취혈은 당장 와닿지는 않지만 소화장애에 합곡, 족삼리 같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원위 취혈의 효능과 주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처방이었어요. 한의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약이잖아요. 약에 대한 조합에서 한의사들이 보람과 쾌감을 느낀다는데 도저히 그게 안 되더라고요. 본초의 효능, 주치를 외우고 처방의 효능, 주치를 외우면 본초의 조합이 처방이기 때문에 일관적인 맥락이 나와야 되는데 잘 안 보였던 거죠. 해당 처방에서는 설명이 되더라도 비슷한 다른 처방에서 설명이 안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본초학은 통과할 수 있을 정도만 공부를 하고 처방을 공부를 시작했어요. 이 과정에서 ‘약대’라는 책이 저한테 좋은 아이디어를 줬어요. 본초의 조합으로 내용을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인삼-황기가 결합하면 A가 나타나는데, 인삼-복령이 결합하면 B가 나타난다. 이 두 개는 차이가 있으며, 인삼-복령이 조합된 처방들의 공통점으로 특정 효능과 주치가 있다’는 흐름으로 서술돼 있었어요.          

이 책을 통해 방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약재단위로 쪼개어 해석하는 환원주의식 방식은 아닌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약재 성분, 케미컬 등에 대한 관심을 거두었어요. 성분 분석은 고전지식으로서 처방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처방을 먼저 공부해서 처방의 사용을 보고, 그 안에서 약의 조합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기 시작했어요. ‘약대’ 역시 약재 2개의 조합이라 필요 이상으로 잘게 자르면서 안 맞는 부분이 있었고, 효능 주치의 최소 단위는 기본방이었어요. 육군자탕을 이해하려면 육군자탕을 구성하는 기본방인 사군자탕과 이진탕을 이해해야 되는 거죠. 여기까지 오니 이제 제가 해야 될 게 보였어요. 똑똑한 사람은 딱 보면 기본방이 보일 수 있지만 사람의 한계가 있어서 매번 볼 수도 없는 법이고, 기계가 대신해주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인삼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어요.        

  

인삼 프로그램은 여러 기능이 있는데 제일 핵심으로 한건 처방을 넣으면 기본 방으로 쪼개서 보여주는 기능이에요. 처방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방들을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다 보여줘요. 인삼 프로그램을 돌려서 제시된 사군자탕, 이진탕을 이해하면 육군자탕이 이해되는 거죠. 굳이 이걸 본초 단위로 쪼개서 이 안에서 인삼의 역할은 고민 안 하게 되고, 이 처방이 어떤 기본 방에서 발생한 건지 보면서 자연스럽게 의사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의사학이 이 처방의 기원은 거슬러 올라가면 어디서 왔다 이런 거잖아요. 의서에  재미가 붙으면서 체득도 되고 응용도 되고 했죠. 이렇게 본과 2~4학년을 보냈어요. 본과 2학년 때 구상한 것을 4학년 때 졸업 작품으로 만들어 완성한 게 가장 보람된 일이었고, 지금의 저를 만든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놀라리스 활동도 기억에 남네요. 경희대에서 새내기들이 봄에서 가을까지 팀별 군무를 하는 프로젝트예요. 서울대에서 공연 동아리를 못했던 게 좀 후회가 됐어서 경희대에서는 공연을 해보고 싶었는데, 동아리는 제가 나이가 많아서 다른 친구들이 좀 불편해하는 것도 느끼고 저도 바쁘고 해서 놀라리스를 하게 됐어요. 예과 1학년 때 한번 하고 해체되는 거라 부담도 덜 했고요. 제가 한 해에 한의과대학이 경희대 전체에서 1등을 해서 축제 때도 앙코르 공연하고 했던 게 기억이 나요. 제가 최고령이었습니다.(웃음)  

             

Q. 대표님의 여러 이력이 현재 회사를 운영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공학도로서의 경험과 한의사로서의 경험, 이게 둘 중 하나라도 없었으면 회사를 설립하고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특히 한의사만 했다면 평범한 한의사가 됐을 가능성이 있겠죠. 제가 공학을 하고 한의대에 왔기 때문에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조금이라도 알고 왔었고, 그래서 좁은 걸 벗어나 더 큰 일을 하고 싶다, 더 큰 임팩트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를 했고 병원장까지 했던 거고요. 제 여러 경험들이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이 이런 다양한 이력을 가져오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과 제 후배들은 아직 저를 연구자로 기억해요. 학생들과 후배들에게 강의하고, 논문 열심히 써내고, 납땜해서 의료기기 만들어내고, 임상연구 디자인해서 돌리고, 데이터 마이닝 논문도 쓰고, 그런 사람으로 기억하더라고요. 제가 펠로우를 마치고 동신한방병원으로 넘어갈 내가 병원장으로서 잘할 수 있을까, 나한테 안 맞는 옷을 입는 건 아닐까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제 평생 언제 남의 돈으로 이렇게 큰 병원을 경영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했어요. 막상 해보니 연구실 경영과 같더라고요. 경희대 안에서 작은 연구실을 경영하는 것과 100 병상 병원을 운영하는 게 같았어요. 물론 일은 더 많이 생기고 신경 써야 될 것도 훨씬 많았죠. 하지만 사람들을 데리고 어떤 일을 해 나간다는 경영의 본질은 다를 바가 없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결국 핵심은 사람이고, 사람을 어떻게 설득시켜야 되고 어떻게 신뢰와 믿음을 줘야 되는 게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병원을 경영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병원 생활은 스펙터클하고 여러 내부 문제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책임감도 있었고 재밌어서 했어요. 병원이 점점 정상화되면서 팀워크도 생기고 직원들 얼굴이 밝아지니까 환자는 자연히 늘어나더라고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자동화 시스템도 몇 가지 만들어서 직원들을 편하게 해주기도 했고요. 2년 반쯤 지나니까 직원도 1.5배 늘고 환자수는 2배 이상 꽤 늘고 베드도 다 차고 했어요. 그랬더니 이제 진료에 대한 부담이 생겼지요. 진료도 보람 있고 좋은 일이지만 이럴 거면 제가 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보다 임상 잘하는 한의사들은 많으니까요. 그래서 고민이 되던 찰나에 두 번째 오퍼가 들어왔죠. 병원을 살렸으니까 이번에는 한의플래닛을 살려봐라 해서 이번에는 고민 없이 옮겼어요. 앞서 말한 이유도 있었고, IT 스타트업 회사로 가면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한의학과 IT의 결합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더 나이 들면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Q. 한의플래닛에 가서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당시 한의플래닛이 정말 안 좋은 상황이던 4월에 와서 6~7개월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동신한방병원에서처럼 여기에서도 일단 상황 진단 후에 구조조정으로 시작했어요. 한의플래닛에서는 직원중의 70~80%를 구조조정한거 같아요. 심각하게 타성에 젖어 있었고, 기업문화가 너무 왜곡되어 있어서 재조직하고 갈만한 분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팀을 리셋하고 리빌딩을 했어요.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셔서 실적도 많이 좋아지고, 마침 당시에 비대면이 확장되는 상황도 겹쳐서 회사가 단기간에 굉장히 많이 컸어요. 수익이 나지 않던 회사가 처음으로 수익이 늘어나고 회원수도 많아지고 점점 활발해지면서 멤버들 분위기도 좋아졌죠. 크게 성공경험을 한 후에, 새롭게 구성된 팀원들과 이야기를 했죠. “내일부터 한의플래닛 4.0 버전을 향해서 시작합니다. 내일 멤버들 모두 저랑 1:1 면담하면서 얘기해봅시다” 하고 다음날 아침에 회사에 왔어요. 근데 신문기사에 뭐가 떠 있는 거예요. 모기업에 금융사고가 터졌어요.       


저도 모르던 상황이었어서 일단 면담을 모두 미루고 여기저기 전화했더니 진짜더라고요. 상황이 심상치가 않았어요. 한의플래닛은 행정적으로 법인이라 분리되어 있었는데도 워낙 큰 사건이라 거래 정지 등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냉정하게 생각해야만 했어요. 한의플래닛에 들어온 이후에 파악했더니, 재무구조가 복잡한 편이었어요. 제가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투자금을 유치한다고 막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던 거죠. 한의플래닛 팀빌딩을 할 때 스카웃 했었던 제 친구인 CTO와 한참을 고민했어요. ‘소규모 팀의 퍼포먼스로 극복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천천히 정리를 하자.‘는 결론을 냈어요. 그리고 한의플래닛을 11월부터 1월까지 두 달에 걸쳐서 서서히 셧다운을 시켰죠. 두 달 동안 남은 이유는 국가시험 때문이었어요. 국시 때까지 국시 강의는 돌려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마지막까지 도와주던 동료들과 함께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으로 돌아갈까, 학교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CTO와 얘기를 하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마무리가 이렇게 됐지만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운이 없었던 것이고, 여기까지 오는 과정 동안 굉장히 재미있었고, 이미 만들어진 팀이었거든요. 분야에 대한 건 제가 제일 잘 알고, 기술은 훌륭한 CTO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었고요. 또한 투자가 활발한 시점이었었기 때문에 저랑 CTO의 이력만으로도 투자유치도 자신 있었죠.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허락을 받고 나서 주식회사 7일을 설립하게 되었어요.       

   


'주식회사 7일'

Q. 회사 이름은 왜 주식회사 7일로 지으셨나요?     

주 7일 근로냐고 무서운 회사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랑 CTO, 그리고 개발자 한명, 이렇게 셋이서 공동 창업을 한 건데 다들 너드들이라 회사 이름을 재밌게 짓고 싶었어요. 그리고 향후에 다양한 서비스를 낼 건데, 무슨무슨 아카데미 하면 다른 서비스를 못 해요. 그래서 회사 법인 이름은 모호하게 짓고 나머지는 구체적으로 짓자고 했죠. 배달의 민족 운영사는 우아한 형제들인 것처럼요. 그래서 모호한 이름으로 주식회사 앞에 붙는 ㈜를 이용해서 언어유희를 해보자 하다가 '주 7일'이 딱 나온 거예요. 이거다! 해서 결정됐어요.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느껴질까 봐 걱정됐는데, 사람들 인식에도 딱딱 박히고 생각보다 좋았어요. 그리고 그다음의 구체적인 서비스들은 고민해서 지었습니다.     

           

Q. 주식회사 7일을 운영하시면서 요즘 잘되고 있는 점들이 궁금합니다!     

우리 회사는 확실히 코로나 상황의 수혜기업이 맞는 것 같아요. 비대면이라서요. 물론 일부러 아이템을 그렇게 잡은 것도 있고요. 스타트업에 대한 제 신념 중 하나가 파이를 쪼개 먹지 말자는 거예요. 기존의 파이를 키우거나 없는 곳에서 새로운 파이를 만드는 게 스타트업이지, 투자받은 자본력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타 기업을 고사시키면서 기존의 파이를 내쪽으로 가져오는 건 스타트업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사업들 중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뭘지 고민했고, 한의플래닛 당시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비대면 온라인 학술대회였어요.          


비대면 온라인 학술대회는 말 그대로 새로운 파이의 창출이었어요. 듣는 사람, 학회, 중간에서 운영하는 우리 같은 회사 세 플레이어 모두 이득이고 손해 보는 사람이 없죠. 예전에는 학회에서 학술대회 한 번 하려면 많아도 소규모 분과학회의 경우는 40~50명을 넘기기 어렵고, 규모있는 비싼 곳의 대관료는 수천만 원이 나갔어요. 그런데 비대면 플랫폼을 통하면서 매몰 비용 한 푼 없이 엄청난 수익을 학회가 가져가게 됐어요. 듣는 사람도 당연히 편하고, 저희 회사는 이 가치를 연결해주면서 수수료를 받고요. 굉장히 의미 있는 가치 창출이었고 평소에 제가 하려던 한의학 전통 지식 서비스의 처음으로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돼서 창업하자마자 주식회사 7일을 창업하자마자 하베스트를 만들었어요. 공동 창업자 3명이서 매일같이 나와서 일을 해서 3개월 만에 하베스트를 바깥에 내보일 수 있었죠.           


 또 개인적으로 보람 있었던 일은 한방송과 닥터한과 협약을 통해 플랫폼을 하베스트로 단일화한거에요. 두 플랫폼 대표분들을 만나서 설명을 하면서 플랫폼이 나눠져 있는 건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다, 합쳐야 의미가 있고 그러면서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설득했죠. 대표분들이 자체 시스템을 접고 하베스트로 콘텐츠를 이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보상을 해줄 거고, 수익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도 함께 설명드렸죠. 결국 두 회사가 큰 결정을 했고, 지금 두 회사 다 따로따로 있었을 때보다 수익이 더 올라갔어요. 저희 입장에서도 따로였으면 경쟁이고 시너지를 낼 수 없었을 텐데, 합쳐진 덕분에 브랜드 가치도 좋아졌고 세 회사가 각자 잘하는 걸 하면서 콘텐츠도 늘어났고요. 두 분께 굉장히 감사를 많이 드리고 보람된 결정이었어요.          


Q. 앞으로 주식회사 7일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나요?     

저희 회사는 총 5개 스텝을 가지고 있어요. 하베스트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글로벌 서비스예요. 사실 처음 하베스트를 만들 때 이걸 염두에 두고 만들었어요. 한국에서 한의사 2만 명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건 너무 적잖아요. 그래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고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이 되겠다, 한 단계 나아가서 전 세계 전통 의학자들이 각자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해요. 지금 개발은 다 끝났고 제도적인 것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조만간 신문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후 단계들의 지향점은 한의학 지식 콘텐츠의 확산이에요. 2단계까지는 비디오 형태인데, 그다음 단계는 빅데이터-한의 전통 지식을 전문가들이 편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의 형태가 될 거예요. 그리고 결국에는 오픈 퍼블릭 서비스로 가야 회사가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목표는 환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Q. 한의계에서 플랫폼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한의계로 제한할 필요는 없고, 플랫폼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면 돼요. 플랫폼은 ’ 판‘이잖아요. 그 위에서 플랫폼이 주인공이 돼서는 안 돼요. 저는 플랫폼의 가치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존재하지 않았던 곳에 판을 깔고 사람들이 와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놀 수 있게 만들고, 욕심이 나더라도 내가 플레이어 역할은 안 하는 것.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최소화하는 것. 이런 형태의 플랫폼이 진짜라고 생각해요. 핵심 플레이어들이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불편한 점은 개선해주는 기술력을 가진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Q.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한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일단 웰컴 투 주 7일입니다(웃음) 일단 창업에 대해 먼저 말해보자면 요즘 투자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몰리면서 창업을 지나치게 권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창업이 자신의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표가 되는 케이스가 너무 많아요. 남 밑에서 일하기 싫거나, 좀 튀고 싶거나, (한의대생은 해당이 안 되겠지만) 취직이 안 되거나, 심지어 대기업을 가기 위한 스펙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근데 본인에게는 창업이지만 다른 직원들에게는 직장이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다른 사람의 생활을 책임지게 된 상황에서 단순히 나의 이득을 위해 만들고 해체하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창업을 할 때에는 무조건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과 책임감으로 진지하게 임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의 근무를 원하는 거라면 좀 다른 문제죠. 단순히 스타트업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취직하고, 몇 년 해보고 나와서 임상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반대입니다. '큰 비전을 가지고 더 재밌는 일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그 일원으로서 한번 빡세게 일해보고 싶다'일 경우에 권장해요. 하지만 아마 많은 유혹을 이겨내야 될 거예요. 당장 동기들이 부원장 하면서 받는 월급만큼 줄 수 있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거든요. 그리고 사실 학교공부만 성실히 하고 이제 막 졸업한 한의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한의계 바깥에서 보면 적합한 전공도 아니고, 사회경험도 없는 일반 노동력과 같아요. 그래서 본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잘 골라서 가야 해요. 다른 재주가 있다면 그걸 살리면 좋고요. 세계적으로 창업을 권하고 있어서 여러분도 스타트업과 관련된 기회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길게 생각해보고 판단하시는 걸 추천해요. 궁금한 게 있으면 저한테 언제든 컨택하세요!               


대신 만나드립니다 공식 질문

Q.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Up(가장 뿌듯) &Down(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극복 방법)     

저는 업 앤 다운이 없습니다. 기분의 업다운은 있어도 인생의 업다운은 없다고 봐요. 계속 우상향으로 가는 인생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고요. 모든 순간이 저에게는 각각의 문제로 다가와요. DOWN이 될만한 상황에서도 이걸 문제로 인식하고 어떻게 풀까 고민하지, 문제의 난이도에 치여서 좌절하지는 않거든요. 한의플래닛이 무너졌을 때도 당일에는 힘들었지만 그건 잠깐이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생각했어요. 내 스타일대로 재미있게, 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그 어려운 문제를 푸는 과정도 행복해지는 거죠. UP도 마찬가지예요. 평균으로의 회귀 법칙에 의해서 언젠가는 또 내려와요. 그러면 그다음을 대비해야 되니, UP될 수 있는 상황도 역시 풀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지금껏 해왔습니다.    

      

Q.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스트레스는 덜한 편이신가요?     

비교적 덜한 것 같아요. 안 받는 건 아닌데, 너무 힘들어하는 기억은 없어요. 애초에 stress proof(내력)가 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항상 주변의 좋은 분들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고 운도 많이 따라줘서,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선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신조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자예요. 제가 해온 모든 판단이 항상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가치는 후회하는데 있지 않고, 돌이켜 배우는데 있는거라 생각해요.   

  

Q. 어떤 분들에게 한의사라는 직업을 추천하시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직업으로서의 한의사는 일단 공부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 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야 돼요. 사람 대하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부담을 가지면 안 되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어야 해요. 공감할 수 있다면 더 좋죠. 그리고 성실해야 해요. 이런 부분이 한의사가 가져야 될 주된 덕목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대표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스타트업 대표들 인터뷰를 보면 ’Make the better world’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건 너무 모호하구요, 제 입장에서의 make the better world는, 전통의학을 하는 사람들과 받는 환자들의 행동 패턴을 좀 바꾸고 싶어요. 너무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게 지금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아까 얘기대로 고전에 있는 전통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데에 IT를 접목하는 게 예시가 되겠죠. 기존에는 본인의 기억과 교과서에 의존했다면, 미래에는 IT 서비스를 통해 그때그때 환자를 보면서 훨씬 많은 자료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을 거예요. 이로써 보다 나은 진료를 할 수 있고요. 학술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각국의 전통의학을 합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나아가서 환자들에게 더 좋은 전통의학과 의료를 공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 회사가 하고 싶은 목표이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세상이 바뀌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후 대만드 팀원들과 편한 대화의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팀원들의 어떤 질문에도 명쾌한 대답을 주신 대표님의 통찰력에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의계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계신 대표님의 앞날을 대만드가 항상 응원드립니다!
(본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Interviewer. 코카 외 7인   

Writer & Editor. 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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