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과 한의학을 오가며, 한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의료계의 수많은 세부 분야 중, 약학과 한의학은 어떻게 비슷하고 또 다를까요? 약사이자 한의사이신 우주연 원장님의 새로운 시각을 소개합니다. 약사 출신 한의사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이력]
-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졸업
- 부산대학교 한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졸업
- 미국미시간주립대학교(MSU)정골의학대학 (AOMM) 연수
- 싱가포르 Sundardas naturopathic clinic 연수
- 현 우주연한의원 원장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주연한의원 원장 우주연입니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로 일하다가 한의대에 다시 입학해서 우주연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Q. 요즘 원장님의 일과,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제가 4살 된 딸이 있어요. 아침에 아이를 깨워서 책도 읽어주고 같이 놀아요. 그리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저도 출근을 해서 종일 진료를 보죠. 야간진료가 없는 날에 칼퇴근을 한다면 7시에 가야 되는데, 휴족 시간이 9시까지 해요. 저희 환자분들 중에서도 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이랑 얘기도 좀 나누고 마무리 처방 내고하다 보면 8시 반 정도 돼요. 그렇게 퇴근하고 집 가서 저녁 먹고 아이랑 놀면 하루가 끝나요.
좀 특이한 일정으로 수요일 아침에 비즈니스 조찬 모임을 해요. 강남 서초에 잇는 호텔에서 아침 6시 반부터 두 시간 동안 40명 정도의 대표님들과 모여서 하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모임이에요. 자기 PR을 하고 본인 사업을 홍보하는 자리이죠. 제가 진짜로 알리고 싶은 제 모습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돼서 좋고, 한의사만 하면 절대 알 수 없는 인맥을 쌓기도 하죠. 해외에도 있어서 기회가 되면 그쪽에 계시는 분과 직접 연결할 수도 있어요.
목요일은 휴진일인데 주로 직원들과 마케팅 회의를 하거나 직원 교육을 해요. 그리고 제가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했는데, 이대 여성 지도자 모임 클럽이 있어요. 그분들과 만나서 예술, 음악과 같은 교양수업도 듣고 친목 모임도 해요. 토요일에는 오후 3시까지 진료를 하고 마치면 다른 한의원도 좀 가보고, 제가 마사지받는 것을 좋아해서 마사지 잘하는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받아요. 최근에도 영등포에 신의 손 고수분을 한분 알게 돼서 여러 회차 끊어놓고 받고, 괜찮으시면 저도 좀 알려달라고 해서 배우고 그래요. 일요일에는 주로 세미나가 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죠.
Q. 하는 일이 정말 많으신데, 힘들지 않으신가요?
저희 직원들도 맨날 하는 얘기예요.(웃음) 그러면 전 이렇게 답해요. “한약 먹잖아. 매일 두 개씩 먹잖아.” 진짜 예전에는 밤도 잘 새우고 동시에 여러 일도 막 할 수 있었는데, 아기 낳은 뒤로는 쉽지 않고 워밍업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그래서 365일 한약을 먹어요. 한약은 절대 간에 해롭지 않아요. 직접 겪어봐야 해요. 저도 학교 다닐 땐 안 그랬는데 개원하고 초창기부터 먹기 시작했어요. 한의대 학생분들은 지금부터라도 원외탕전원에 가입해서 변증하고 먹어보세요.
일과를 보면 한의학이 코어이고 그 주변 곁다리로 도움 되는 것들은 다 배우는 그런 결이에요. 번아웃이 온 적도 있었는데 그때 한의원을 지금 자리로 옮겼어요. 저는 번아웃이 힘들 때 오는 게 아니라 정체될 때 와요. 재미가 없어서 저를 추동시켜주는 힘이 없으면 정체되고 번아웃이 오는 거죠. 특히 매너리즘, 매뉴얼화되는 걸 싫어해요. 매뉴얼화해서 누구나 보면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으면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약사였을 때도 제가 없어도 굴러가는 시스템을 싫어했어요. 그래서 모든 환자분들에게 처방과 침 치료가 매번 다 달라요. 그날의 느낌과 환자분 상태에 따라서 다 다르게 하거든요. 그게 너무 재미있어요. 이런 성향에 맞으면 추나도 재미있을 거예요. 경추 추나에 C1, C2, C3, 승모근, 견갑거근 딱 4개만 해야지 하면 이건 노동이죠. 테라피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꾸 저를 추동할 수 있는 에너지 소스가 있어야 되고, 그런 게 없으면 변하고 싶어 하면서 또 다른 뭔가를 할 거예요.
Q. 그렇다면 요즘 원장님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이에요. 하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 관광인데 진료에서 조금 벗어나는 영역이기는 해요. 9년간 진료를 보니까 제가 환자를 어느 수준까지 치료할 수 있는지가 대략 감이 와요. 내가 어떤 부분을 잘하고, 이런 환자는 내가 확실하게 케어할 수 있다 하는 것들이요. 그러고 나니까 이제 한 단계 위의 한의학을 하고 싶은 거예요. 타깃 군을 대중과 vip으로 나눠서, vip는 내가 직접 케어하고 대중은 교육을 하자는 목표를 설정했죠. vip는 국내보다는 외국을 겨냥한 한의학의 프리미엄 콘셉트로 준비 중이에요. 잘되면 한의학이 새로운 한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꿔요.
Q. 그런 아이디어는 일상 속에서 얻으시나요?
네 제가 좋아하는 결이 있어요. 지인들은 다 아는데 제가 홀리즘(holism)을 좋아해요. 전인적이고 힐링받는 느낌. 저희가 고급 리조트나 고급 스파에 가면 느껴지는 그런 기분 있잖아요. 차분하고 천연, 온전히 케어 받는 느낌, 치유되는 느낌, 편안함 이런 것들이죠. 이런 것을 왜 꼭 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에 의해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에요. 현재는 아모레퍼시픽이 다 하고 있죠. 전문가가 붙어서 하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력
Q. 첫 전공인 약학과를 선택한 계기가 무엇이고, 약사에서 한의사로 이직을 결심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어린 시절에 한약을 자주 접했어요.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약사셨는데 어머니가 한약을 많이 다루셨어요. 어머니는 제가 중2 때 중국으로 6년간 유학을 가셔서 흑룡강 중의약대학에서 중의사 자격증을 따고 돌아오셨죠. 그래서 저도 어렸을 때부터 아플 때도 타이레놀보다 한약을 먹고, 그 효과를 몸소 느끼면서 자랐어요. 근데 제 입시 당시에 한의대는 너무 높았고, 지방대 의대와 이화여대 약대에 붙었어요.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서 약대를 택했죠. 약대 수업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화학, 생물, 미생물 등에 대해 얕고 넓게 다 배울 수 있었거든요. 대략적으로 여러 과목을 다 알 수 있는 약대의 커리큘럼은 만족스러웠는데, 막상 졸업 후 약사로 일을 하면서 회의감을 느꼈어요. 약리기전은 명확한데 환자에게 사용해보니 부작용이 너무 많았던 거예요. 그래서 한약학과에 편입하려고 했는데, 찾다 보니 부산대학교에 한의학 전문대학원이 생겼더라고요. 기존에 약사기도 했고 약사 국시 본지도 오래되지 않아서 4개월 준비하고 합격할 수 있었어요.
Q. 한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한의사의 강점은 한의학을 한다는 거예요. 한의학은 대단한 학문이에요. 몸을 볼 수 있는 언어를 갖고 있거든요. 교육을 통해 그 언어를 배우는 거고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 의료일원화가 안돼 있어서 중국, 일본과 다르게 독자적인 의료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정말 큰 강점이에요. 언어를 보다 네이티브로 구사할 수 있게끔 스스로 체화한 후에 몸을 탐구하면 정말 좋은 직업인데, 이 언어를 못 보고 자꾸 다른 시각으로 적용하려 하면 한계만 느껴질 뿐이에요. 엑스레이, 혈액검사에 연연할게 아닌 거죠. 이 고급스러운 의료를 어떻게 일반인에게 문화적으로 접근해서 자연스럽게 건강에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 게 세계의 흐름이에요. 한의학의 강점은 인간 자체를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학문인 것이고, 스스로 조절해서 자연적으로 치료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굉장히 강한 학문입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돼요.
Q. 세계의 흐름이라고 말씀하신 부분과 관련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미국에서 카이로프렉터가 대세였어요. 뼈를 맞추면 그것을 중심으로 다른 부분들이 조절될 것이라는 이론이 기반이었죠. 당시에는 뼈가 상위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뇌신경계가 상위 개념이고 근골격계는 뇌신경계를 서포트하는 위치예요. 때문에 근골격계 조직은 상위인 신경계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할 수도 있는 거죠. 양방에서는 오십견이 있으면 스테로이드를 놓고 수술을 해서 치료해요. 근데 단순히 이렇게 볼게 아니라 어깨가 이렇게 된 원인이 몸 안에 어떤 신경계를 보호하기 위한 다른 반응이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왼쪽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면, 왼쪽 심장의 혈액 공급을 좋게 하는 치료를 하면 어깨도 자연히 좋아질 텐데, 이런 본질은 보지 못하고 어깨만 치료하면 올바른 치료법이 아니라는 거죠.
이런 방식이 앞에서 언급한 해외의 추세입니다. 외국에서 지금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가 림프예요. 기존에는 연구된 게 거의 없었어요. 뇌에 림프가 있다는 것도 얼마 전에 밝혀졌고 뼈에도 림프가 있고요. 근데 이 림프라는 게 결국은 경락이고 혈일 수 있거든요. 지금은 신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결국 이 흐름이라는 게 림프일 수 있다고 해요. 이렇게 해외에서는 림프 쪽으로 상당히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인데 국내에서는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한의학도 이런 분야를 자꾸 접목시켜야 된다고 봐요. 해외 논문들도 찾으면서 흐름을 타면 점차 중심부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Q. 원장님께서 평소에도 공부를 많이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혼자 개인적으로 하시나요 아니면 학회나 스터디를 통해 공부하시나요?
저는 책 읽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해요. 대신 보고 따라 하는 걸 잘해요. 청각적, 시각적인 자극이 굉장히 오랫동안 남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강의는 거의 오프라인 강의를 찾아다니면서 직접 듣고 해 보는 편이에요. 지금은 아로마 테라피 자격증 과정을 하고 있어요. 에센셜 오일, 천연 식물에 대한 약리 작용, 히포크라테스식으로 아로마 오일을 사용했던 방법, 고대에 아로마를 사용했던 방법 등등을 배워요. 그리고 약용 식물 자원 관리사라는 자격증 동영상 강의도 듣고 있어요. 그 외에는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효과적인 설득법 대화 방법 이런 것들도 강의를 듣고 있어요.
Q. 원장님 하루가 24시간이 맞으신가요?(웃음)
제 몸이 3개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근데 다 저처럼 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좋아서 하는 거거든요. 여러분들도 이게 좋으면 자기도 모르게 할 수 있을 거예요.
Q. 두 번째 대학생활을 하면서 학부시절에 어떤 학생이셨나요? 그리고 학창 시절에 기억에 남는 활동 혹은 고충이 있으셨나요?
한의전에 입학하고 이미 알고 있는 면역학, 미생물학 수업을 들으니까 시간이 남았어요. 연구를 해봐야겠다 싶어서 학교 면역학 교실에 들어갔고, 수업 끝난 4시부터 밤 11시까지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면서 초반 2년의 학부생활을 보냈어요. 그때 염증 지표물질에 대해 연구하는 교수님 밑에서 있으면서 SCI 논문 2편을 출판했죠.
제가 원래 멀티로 여러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연구를 끝내고 나니까 또 시간이 남아서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개원 전에 환자 대하는 법 배우기 목표를 세우고 환자가 엄청 많은 마트 약국에서 주말 알바를 했어요. 토, 일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까지 일했는데 혼자 하루에 150건 넘는 처방약을 조제하고 일반약도 100만 원 이상씩 매출을 올렸어요. 시험공부도 약국에서 환자가 없는 중간중간에 했죠. 일이 익숙해지니까 실습 중 평일에도 시간이 남아서 울산에 있는 요양병원 약국 알바를 하나 더 했어요. 일주일에 2번씩 양산-울산 50분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일했어요. 5시에 가서 약조제를 하고 돌아와서는 노는 것도 포기 못해서 밤 11시부터 새벽까지 술 마시고 아침 9시 수업 들어가고 이랬어요.
그리고 약대 시절에 오케스트라를 굉장히 열심히 했었는데, 한의대에서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구하기 힘든 악보들 구해서 세팅해 놓고 동아리 부원들 연습시키고 연말에는 음악회 주최하고 했어요. 당시 남자 친구가 의대생이라 바빠서 온전하게 저만의 시간 4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소개팅해서 만난 남자 친구랑 10년 연애하고 결혼했어요. 신랑은 의학전문대학원, 저는 한의학전문대학원을 목표로 해서 같이 공부하고 제가 먼저 부산 한의전에 온 뒤 다음 해에 남편이 부산대 의전에 오게 됐어요. 남자 친구가 더 바빴어서 중간중간 먹을 거 챙겨주면서 하고 싶은 일들 여러 가지를 다 했던 것 같아요. 알바를 많이 해서 여행도 많이 다녔고. 학부 때가 제 리즈 시절이에요. 이렇게 얘기하니까 또 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Q. 정말 많은 일을 하셨는데 혹시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저는 무조건 잘 먹었어요. 밥 세끼를 딱 잘 먹고 간식은 안 좋아해서 안 먹어요. 머리 대면 잘 자는 것도 있고, 몸을 불편하게 하는 편이에요. 방바닥도 엎드려서 다 손으로 닦고, 손빨래도 좋아하고, 이렇게 몸을 많이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잠깐 짬 날 때 뭘 하는 것도 좋아해서 예를 들어 1~2시가 점심시간인데 1:20에 점심을 먹었으면 따릉이 타고 청계천 따라서 쭉 돌고 50분에 딱 한의원에 들어와요. 건강관리도 되고 이런 성취감을 굉장히 좋아해요. 따로 헬스장을 다니거나 하진 않고 이렇게 아날로그 방식이죠. 그리고 제 몸을 혼자서 인지를 많이 해요. 땅콩 볼 하나만 있으면 음악, tv 없이 한 시간 반 동안 누워서 셀프 마사지를 할 수 있어요. 멍 때리는 것도 많이 해요. 운전할 때도 노래 안 듣고 멍 때려요. 이건 짬 내서 휴식하는 시간이겠지요. 무엇보다 아이가 있으니까 아이를 끌어안고 자면 정말 완전히 충전되는 느낌이 들어요.
Q. 만약 다시 한의대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사실 학부생 때 하고 싶은 건 후회 없이 다 해보기는 했는데 하나 있어요. 4년 내내 같은 사람들을 보다 보니까 맥진, 설진 스터디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임상에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까 바이어스가 너무 많아요. 근데 학생 때는 대부분 비슷한 환경이고 시간도 얼마 안 들여도 되잖아요. 10명 정도 그룹을 만들어서 매일 그 사람의 기분, 컨디션 상태에 따라 맥진, 설진을 하고 계속 기록하면 좋겠다 싶어요.
Q. 한의원을 개원하면서 고충이 있으셨는지, 그리고 한의원 운영에 개인적인 철학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수셈에 좀 약해요. 이 물건을 얼마에 사들여와서 얼마를 남기고 팔아야 내가 이득인지 계산을 잘 못해요. 그래서 일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있죠. 사실 이런 셈에는 크게 가치를 두지 않고 제가 얻는 경험, 그리고 제가 이렇게 했을 때 환자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에 포커스를 둬요. 하지만 경영이라는 건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제 경험이 아무리 중요해도 일단 한의원이 돌아가야 해요. 그래서 초반에 재무에 대한 계획, 관리 등이 어려워서 직원분을 고용했고 현재 총괄 실장님이 다 해주고 계세요. “원장님 그건 이제 그만 주문하셔야 돼요!” 이런 거 해주세요(웃음)
그리고 진료 시간과 관련된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어 추나치료도 보통 5분이면 끝난다는데 저는 제가 만족할 때까지 하는 거예요. 시간이 15분이 되더라도 제가 만족하고 환자분도 안 아파질 때까지 해요. 저는 이게 성취감 있고 재미있는데, 환자가 계속 밀리니까 직원들이 힘들어해요. 이런 부분을 조절하는 건 사실 지금도 힘들어요. 그래서 앞에서 언급한 교육과 vip 얘기가, 제가 한 사람한테 온전히 한 시간 반 정도를 투자할 수 있어야 제가 만족하는 치료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거예요. 한 시간 반 동안 추나만 해도 할게 얼마나 많은데요. 이 정도를 투자해야 제가 평가하고 치료하고 호전도 확인하고 향후 티칭도 하고 거기에 덧붙여 심리적인 치료도 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사실 지금 한의원 오픈하기 전에 한 호텔에서 피부과와 같이 한의원을 8개월 정도 했었어요. 온전히 120명 대상 회원제로 하루에 5명씩만 진료를 봤었는데 그때가 너무 좋았어요. 대신 그때는 제 지식이 부족했고 열정만 있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정제가 됐고 예후도 판정해 줄 수 있으니 그런 쪽으로 나가보려고 해요.
Q. 약사로서의 경험(이력)이 현재 한의사를 하면서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나요?
앞에서 양약의 부작용에 대한 회의감 얘기를 했는데 좀 더 해보자면, 사실 약사는 직능이 제한돼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많이 느꼈는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죠. 하루는 환자분이 와서 무릎이 아프다고 3개월 동안 계속 진통제를 처방받아 가셨어요. 근데 3개월이 지나니까 낫는 게 아니라 위장약이 추가되더라고요. 그리고 또 6개월이 지나니까 수면제도 붙었어요. 약을 12알 정도를 지어가시고 주기적으로 관절 주사도 맞으시니까 약국 입장에서는 정기 고객인 거죠. 근데 그분이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이 약들 계속 드시지 말고 영양제를 드시든지 운동을 하시라고 했어요. 근데 “시장에서 일해서 그런 거 할 시간도 없고 약 먹으면 괜찮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당시에는 DUR 프로그램도 잘 안돼 있어서 수면제랑 같이 쓰면 안 되는 진통제도 안 걸러지고, 감기에 걸렸을 땐 더블 진통소염제도 안 걸러졌어요. 약사가 병원에 연락해서 용량 줄여야 되고 이 약은 빼야 되고 이런 얘기를 하면 ‘그냥 주세요’하고 완전히 무시를 했어요. 대학병원 레지던트라도 약사가 처방을 말하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네가 뭔데’ 이런 게 있고, 예전에는 특히 더 심했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의료에 대한 갈증이 있었죠. 이런 계기로 한의사가 되고 나니까 이건 뭐 제 세상이에요!(웃음) 너무 좋아요. 대신 주도적인 진료를 하려면 제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돼요. 기본적으로 양약에 대해 아니까 “그 약 계속 먹어도 낫는 게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죠.
제가 한의학만 했으면 지금보다 생각이 편협했을 것 같아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약학은 굉장히 얕고 넓어요. 거기에 더불어 서양의학의 명확한 한계를 알 수 있어요. 사실 의사들도 약의 기전은 잘 몰라요.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는 명확히 배우지만 약에 대해서는 수련의 때 배우거나 제약회사 세미나 등으로 배우거든요. 이런 여러 내용을 아니까 ‘이건 어떻게 하면 좀 더 세련되게 설명할 수 있겠다’ 등이 캐치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환자에게 사물탕을 설명할 때 기와 혈 얘기를 하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죠. 근데 ‘사물탕에 있는 숙지황은 9번 찌면서 생긴 B12가 조혈 작용을 도와줍니다’ 이런 내용들이 편하게 나와요. 또 다른 예시로 당귀는 그 강한 향이 아로마의 정유 성분이에요. ‘우리 몸에 들어오면 어떤 작용을 하고, 면역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이런 설명은 일반 대중뿐 아니라 서양인들한테도 와닿는 설명이죠. 이렇게 풀어내는 게 제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아무튼 너무 재미있어요. 한의학은 정말 블루오션이죠.
진료, 콘텐츠
Q. 정골의학대학(AOMM) 및 Sundardas naturopathic clinic에 어떻게 연수를 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본과 4학년이 됐는데, 외국으로 특성화 실습에 다녀오라는 학교 커리큘럼이 있었어요. 어느 실습을 갈지 고민이 됐죠. 제가 취미로 바이올린을 해서 바이올린 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운동을 찾아보게 됐어요. 휄든크라이스, 알렉산더 테크닉을 알아보다가 미국 대학에서 하는 수업이 있다는 거예요. 사촌형부가 한의사라 미국에 갈 수 있는 루트를 물어봤어요. 마침 추나학회 임원분들이 자생한방병원의 후원을 받아 8월에 미시간주립대학교로 연수를 가시는 걸 알게 됐어요. 학생이 같이 갈 계획은 없었지만 사비 1400만 원을 들이면 갈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존 한의학에서는 잘 모르던 부분인데 이런 식으로 새롭게 개척하는 것을 좋아해요. 거기다 한 달 동안 미국에서 학생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또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결심을 하고 언니한테 돈을 빌렸어요.(웃음)
미국에서 가서 연수를 받다 보니 손으로 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적성에 잘 맞는 거예요. 원래 감각이 조금 예민한 편이거든요. 바이올린도 좋아하는 이유가 약간의 디테일에 굉장히 예민해서 재미있게 했었어요. 당시 연수 내용은 추나 의학이라기 보단 유럽에서 넘어온 수기 치료인 매뉴얼 메디슨(manual medicine)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국내에도 미국에서 들어온 사설 교육기관이 있어서 귀국 후에도 등록해서 수업 듣고 해부학 공부도 하면서 2년 정도 감각을 계속 키웠어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주도적으로 하고 싶어서 한의사가 된 만큼 좀 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걸 찾았어요. 젊은 여자 한의사가 침과 한약만으로 환자를 휘어잡기는 쉽지 않은 거예요. 근데 추나 치료는 제가 여자고 감각도 좋으니까 제 분야를 살리면 환자분에게 훅 들어갈 수 있는 거죠. 다른 데에서는 안 하는 분야니 까요. 그래서 이쪽으로 완전히 집중하게 됐습니다.
Q. 미국 정골의학과 한의학 추나요법의 차이점을 어떻게 보시나요?
정골의학이 예전에 실크로드를 타고 동양의학, 동양철학이 넘어가면서 미국, 유럽에서 재해석된 것으로 얘기가 돼요. 한의학과 98% 콘셉트가 유사해요. 전인적, 전체적 관점이 유사한데 거기서 서양의 세분화된 분석적 설명이 더해진 게 정골의학이에요. 척추 신경계통부터 시작해서 이 부분은 어떻게 틀어져있으면 어떻게 평가하고 등을 수학적으로 다 정리해놨어요. 그래서 input, output, 평가 등이 다 명확하고, 그러면서도 한의학과 유사하게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부분들도 있어요. 정골의학보다 덜 세분화시키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는 한의학이 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추나를 중점적으로 보시면서 좋은 점, 그리고 고충이 있으신가요?
장점은 우리 한의원에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온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제 마력에 끌리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어요(웃음) 그런 마니아 층을 만드는데 제 손이 정말 큰 공헌을 하고 있어요. 단점은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한정돼요. 그래서 기존 환자분이 치료가 다 돼도 계속 예약을 잡는 걸 막고 조금씩 여유공간을 두는 편이에요.
추나는 정말 먼저 시작한 사람이 앞서 가게 되어있어요. 손에서 정보를 받아들여서 뇌에서 통합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많은 정보가 들어간 사람이 우위일 수밖에 없어요. 미용실에서 샴푸 할 때도 초짜인지 경력 있는 분이신지 알 수 있잖아요. 이건 거짓말을 안 해요. 인간의 직감이기 때문에 환자도 본능적으로 신뢰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의사는 손 단련을 무조건 빨리 시작해야 해요. 저는 피부 관리사 자격이 있어요. 본 4 때 피부 관리사가 처음 생겼는데 국시가 100일 남은 시점이었어요. 당시에 약사들도 많이 준비했어서 엄마 통해 정보를 얻으면서 혼자 연습하고 시험을 봤어요. 아슬아슬하게 붙었는데 그만큼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남들보다 감각이 조금 빨리 생겼는데도 추나를 온전히 하는 데에는 2년이 걸렸어요.
초반에는 정말 하루에 열몇 명씩 했어요. Institute 과정에서 ‘리스닝’이라는 방식이 있는데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몸의 음압을 느껴서 치료하는 방식이에요. 몸의 치유 과정에서 음압이 발생하는데 손을 대서 그 음압이 가는 쪽을 느끼면서 치료하는 거예요. 얼마나 예민해야겠어요. 미국 갔을 때 미시간 주립대학교 신입생들이 A4용지 한 장 놓고 머리카락 찾고, 두장 놓고 찾고 하는 것도 연습하더라고요. 한의사들은 손이 진단기기이기 때문에 계속 개발을 해야 해요. 환자를 낫게 해주고 싶은 진심, 나의 감각, 해부학 지식, 그리고 치유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100% 치료돼요. 물리적인 것도 있지만 참 전기적인 과정이에요. 파동과 전기적인 치료의 힘이 있어요. 목사님이 기도하다고 사람이 벌떡 서고 하는 게 마냥 하등 시 할 일은 아니에요. 인간에게는 인간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거든요. 기계로 측정이 안 되는 영역도 있는 거예요. 이런 부분을 빨리 개발하기 시작하면 느껴지고 보여요. 저도 이걸 빨리 시작한 게 너무 행운이고 여러분들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당장 어디가 뭉쳤는지 손으로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죠.
Q. 본인보다 훨씬 덩치가 큰 환자들의 경우에는 추나 하는데 힘이 많이 드나요?
안 힘들어요. 오히려 쉬워요. 본인 몸을 현명하게 쓸 수 있는 요령이 생기면 돼요. 제 체격에도 102kg 환자분 했을 때 힘들지 않았어요. 저는 기존 방식을 응용하면서 제 몸을 자유롭게 쓰는 편이라 교과서에 나오는 방식이 아니에요. 저만의 것을 창조해서 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추나치료도 마찬가지예요. 원리만 익히고 제가 새로 만들어서 해요. 오히려 제일 어려운 사람은 마르고 딱딱한 할머니예요. 이런 분들은 몸이 화석 같아서 외부의 어떤 외력이나 도움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거든요. 그냥 버티고 있기 때문에 다리 하나 들어 올리는 게 100kg 환자분보다 무겁고 힘들죠.
Q. 그러면 원활한 추나 치료를 위해 의사에게 필요한 근육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유재석 정도의 근력만 있으면 돼요. 잔근육과 지근이 필요해요. 추나는 힘으로 해야 된다는 오해예요. 치료의 타기팅이 되는 부분은 큰 근육보다 안쪽에 있는 심부근육인데, 이 근육들은 큰 힘을 필요로 하지 않거든요. 추나 하고 골병들었다는 건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심부근육이 까딱하는 힘을 감지할 수 있는 손의 센서, 이 힘에 저항할 수 있을 정도의 내 코어가 있으면 돼요. 이 코어조차 없으면 손목이 나가는 거죠. 절대 손목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지탱을 하고 내 코어로 힘을 주어야 해요. 그리고 강한 힘이 필요할 때는 발 끝의 힘을 써요. 환자 몸에 제 몸을 다 대고 발가락으로 살짝 땅을 밀면 편안하게 강한 힘으로 밀 수 있거든요. 이걸 팔로 밀려고 하면 타기팅 없이 겉에만 힘이 들어가고 환자도 아프기만 해요. 굉장히 중요한 제 노하우예요.
제가 체구가 작은데 이 체격으로도 하고 잇고, 임신했을 때도 출산 한 달 전까지 추나를 다 했어요. 미세한 관절의 느낌, 몸이 주는 피드백을 캐치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여자 원장님들이 유리할 수 있어요. 대신 저도 손가락 스트레칭은 사이사이 해주죠. 손가락에 조금이라도 단축되고 근육이 짧아지는 느낌을 금방 캐치하는데, 그럴 때 빨리 제 위치로 되돌려 놓으면 문제가 안 생겨요. 지금 이 애기들을 알아들으면 추나 의학을 할 소양이 돼있는 거고, 못 알아듣겠으면 몸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거라 이쪽에 대한 고유감각을 좀 더 키우셔야 돼요. 헬스보다 오히려 고전무용, 발레, 요가, 소매틱 이런 것들이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Q. 휴족시간 우주연한방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신 배경 및 하시는 일이 궁금합니다.
저는 침놓으면서 환자들과 얘기를 많이 해요. 해독치료도 처음에 환자분 통해서 들었어요.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더니 물이 까매졌는데 몸에서 나온 독소였다는 거예요. 환자분이 저한테 사업 아이템을 던져준 거지요. 인터넷 서칭을 해봤을 때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였어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족욕만으로도 효과가 있는데 휴족시간 기계가 노폐물을 뺄 수 있게끔 촉매작용을 해주는 거예요. 대표님께 연락을 드려서 논문 등을 받아보고 도입해야겠다고 결정했죠. 마침 한의원 옆 사무실을 써도 되는 상황이 돼서 확장이 가능해졌어요. 수익 모델은 아직 구상이 안됐지만 일단 하고 싶으니까 하기로 했죠. 족욕을 하고 어떤 변화들이 나타나는지 기록으로 남겨서 데이터로 계속 축적하고 있는 중이에요. 여기 종로에 계신 분들은 서서 일하시는 분도 많고 화병이 있으신 분들도 많아서 휴족시간으로 족욕을 받고 아로마 테라피까지 하면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환자가 좋으면 한다’ 원칙에 따라서 계속하는 중이에요.
Q. 아로마 테라피도 함께 하시나요?
네 휴족시간이랑 같이 하고 있어요. 해독, 아로마 테라피와 같은 치료들을 사이비적인 민간요법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 분야도 적극적으로 써서 근거를 만든 후에 한의사의 것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전문 분야인 천연물이잖아요. 사실 따지고 보면 한약재를 열수 추출하면 탕약인 거고, 막 채취한 상태에서 증류를 해서 정유 성분만 얻으면 아로마 오일이거든요. 이런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한데 아직 너무 기미, 본초, 장부와 같은 전통 한의학 이론에만 치우친 감이 있어요.
기원 식물, 약리 작용 등을 알고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한의사 직능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아요. 지금도 한의학은 블루오션인 것 같아요. 다른 한의사들이 기존에 하고 있는 것만 하니까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예요. 요즘 한의원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입원실 해야 된대, 자보 해야 된대’ 이런 말에만 단순히 휘둘릴게 아니라 좀 더 통합적인 시각을 가지면 좋겠어요. 한의학적인 콘셉트를 토대로 인체를 보는 눈을 가지고, 건강을 위한 문화 산업, 교육산업 등을 개척하는 거예요. 이 ‘건강문화’라는 게 굉장히 선진화된 문화거든요. 미시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형이하학적이지만, 한의학이 보는 것들은 형이상학적이에요. 오히려 외국에서 먼저 눈을 돌리고 있어요. 최근에 하버드에서 침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는데, 단순한 방법일지라도 이렇게 근거를 쌓는 노력을 한다는 게 대단한 거죠.
제가 끊임없이 여러 일을 벌이는 것도 한의학이 그렇듯 인체가 한 면만 있는 게 아니라 4D잖아요. 이 4D를 다 이해하고 충족시키려면 정신적, 화학적, 물리적, 그리고 그 외에 여러 공감각적인 것들을 다 동원해야 해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신 만나드립니다 공식 질문
Q.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Up(가장 뿌듯) &Down(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극복 방법)
일단 다운은 2022년 1월이 가장 다운이었어요. 원래 지금 자리가 아닌 사거리 건너편 자리에서 잘 해왔는데 원장님 3명이 있기에 너무 좁은 거예요. 그러던 찰나에 지금 자리에 계시던 원장님이 양도를 해주셔서 구관은 오래 계시던 원장님께 맡기고 저는 신관에서 해독 치료와 접목하겠다는 마음으로 옮겼어요. 근데 그 원장님이 갑자기 그만두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어요. 급히 다른 원장님을 구해서 했는데 전 신관에 있고 다른 두 분은 구관에 계시니까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거예요. 그 후로 한동안 적자로 운영하고,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치고 힘들었어요. 이 시기를 거치고 나니 제가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에 대한 감이 생겼어요. 진료는 무조건 한 곳에서 봐야 하고 제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원칙이 생겼지요.
구관 공간은 웰니스 센터로 쓰려고 지금 인테리어 중에 있어요. 추나 치료 후에 항상 운동 티칭을 해드리는데 직접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죠. 5월 초에 오픈할 텐데 태극권, 요가, 명상, 싱잉 볼, 알렉산더 테크닉, 소도구 운동 등을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이제 목요일에 휴진을 할 건데 이런 날을 이용해서 저도 직접 수업을 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어깨 통증 환자들 5명의 소그룹을 만들어서 어깨 이완 수업을 하는 거죠. 어떻게 서야 하고, 어떻게 걸어야 되는지. 누워있을 때 견갑골에 대한 위치 인식이 없는 사람들도 많고, 걸을 때 골반 한쪽이 기울어진 것을 인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서 구상 중이에요.
Q. 어떤 분들에게 한의사라는 직업을 추천하시나요?
제 한의원이 있는 종로가 말이 정말 많은 동네예요. 주변에 다 상인분들이잖아요. 한의원에 왔다가 원장이 이상해서 “야 거기 완전 장사꾼이야”하면 끝나는 거예요. 실제로 그렇게 문 닫은 한의원이 몇 군데 있어요.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면 안 돼요. 이건 약사이신 저희 엄마한테 배운 거기도 해요. 엄마는 약국에 박카스 하나 사러 온 손님한테도 그렇게 질문이 많으세요. 환자분이 자기 얘기를 하다가 영양제도 사러 오고, 남편 상담을 하다가 한약도 하게 되고 해요. 한 분 한 분에게 씨앗을 심는 것처럼 굉장히 정성을 다해서 대하셨거든요. 이건 결국 본성인데 이런 본성이 없으면 개원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좀 애틋하게 보고 사람을 좋아하면 개원하고 행복할 수 있고요. 저는 나름대로 제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게 환자들이 인정해 주니까요. 그러면 만족해요. 봉사 활동하는데 돈도 줘, 자아실현도 해,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뭐라고 안 해. 이런 직업은 없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한의사가 될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학생분들이 막막할 것 같아요. 어렵게 대학교에 들어왔는데 현실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자괴감도 있을 수 있고, 길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그 안에서 각개전투를 해야 되고. 이런 현실 속에서 원칙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해요. 내가 흥미 있는 게 생기고 그걸 하면 성공은 그냥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은 뭘 하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건 3개월 정도 대진으로 끝내세요. 그리고 나의 특성, 나의 강점, 뭘 할 때 행복한가를 고민해서 한의학이랑 접목할 수 있는 것을 빨리 찾으세요. 그리고 당장은 돈 버는 것 없더라도 1년 정도는 흠뻑 젖어서 취해보세요. 그럼 분명 그 안에 답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나라는 상품을 최대한 잘 만드는 게 중요해요. 사람들의 구매욕을 당길만한 콘텐츠로 나를 채우고 가꾸는 거죠. 내 몸을 맡기면 저 원장님이 날 딱 이끌어 줄 것 같고, 저 원장님처럼 되고 싶고 이런 사람이 돼야 해요. 이것도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행복해야 만들어지겠죠. 가짜는 티가 나거든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생 시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본인에 대해 많이 찾았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의 목표, 되고 싶은 한의사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교육과 vip 외국인 관광 진료 두 가지를 주되게 하고 싶어요. 진료실에서 임상 경험을 쌓았던 지난 9년이 제 근간과 뿌리가 되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이걸 가지고 더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을 때 특히 교육이 답이겠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일반인들이 너무 몸과 건강에 대해 지식이 적어요. 헬스 하면 건강해지는 줄 알고 병원 가서 약 먹으면 낫는 줄로만 생각을 해요. 정보가 편향돼있고 의료인들한테만 폐쇄되어있어요.
대부분 환자들은 인터넷에 있는 부정확한 정보를 보다가 병원에서 잠깐 의사 보는 그 짧은 시간에만 의존하고, tv에서도 닥터테이너들이 잇속 차리는 얘기만 하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사명의식이 있어요. 그리고 한의사들도 양약에 대한 기본적인 약리 작용을 알아야 돼요. 환자들에게 설명이 필요한 일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다른 분들을 보면 킴스 온라인, 약리 교과서 같은 것들을 보면서 혼자 공부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배우기는 어려워요. 임상이기 때문에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도 함께 하고 싶어요. 근데 이런 일들을 한다고 제 기존 환자들을 떠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여자 한의사들 중에서 저랑 비슷한 성향의 후배들을 양성해서 ‘우주연 한의원’을 여러 개 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Q.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건강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지금은 두통이 있으면 타이레놀을 먹잖아요. 다른 약을 먹어도 좋아질 수 있는데 패러다임으로 굳어진 거죠. 이런 부분에 대한 센세이션을 일으켜보고 싶어요. 한류 열풍에 한약 열풍도 같이 타고 가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했던 사업들이 있어요. 허브 꿀도 만들었었고, 맞춤형 유산균을 만들어서 네이버 스토어팜도 했었거든요. 당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사업 자금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감독관들이 다 너무 좋은 아이템이라고 했어요. 한의학은 정책을 결정하는 관료들한테도 구미를 당기게 하는 아이템을 낼 수 있어요. 이런 것을 본인의 사리사욕이 아니라 보다 큰 뜻으로 하는 한의사들이 잘 없는 게 문제지요. 욕먹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크게 돈이 안 될 수 도 있어서요. 하지만 이런 일들을 통해 한의약 자체의 위상을 높이고 좀 더 프리미엄 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는 이스 라이브러리라고 한의학 기반으로 한 한방 화장품 샵이 삼청동에 조그맣게 오픈을 했어요. 환자분이 저한테 선물해줘서 봤는데 너무 괜찮더라고요. 혈, 기 이런 설명이 쓰여있고 까만 보자기에 포장해줬는데 굉장히 럭셔리했고 가격도 비쌌어요. 한의사들은 왜 못하냐는 거예요. 한의학적으로 이런 고급화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설레지 않나요. 프리미엄 한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기를 바라봅니다.
몸이 세 개여도 부족할 듯한 우주연 원장님의 바쁜 일상과, 그 일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장님의 힘찬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시고,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해가는 원장님의 인사이트에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오늘도 발걸음을 내딛으시는 우주연 원장님을 대만드가 응원하겠습니다!
Interviewer. 코카 외 6인
Writer & Editor. 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