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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Feb 03. 2023

뇌과학을 이용한 헬스케어, 인테그로메디랩 김영수 교수님

#뇌과학 #신경과학 #의료용 소프트웨어 #헬스케어서비스

한의대를 졸업하면 한의학만 공부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의학에서 뇌과학, 코딩까지! 12월의 어느 날,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의과학대학원에서 뇌과학을 전공하신 김영수 교수님을 뵈러 갔습니다.  뇌 건강관리를 위한 헬스케어서비스를 개발하고 계신 교수님의 이야기를 페럿과 앵무새가 전해드립니다. 
[김영수 교수님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뇌과학을 전공하며 두뇌가 운동기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연구했다.
현재는 (주)인테그로메디랩에서 뇌신경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료용 소프트웨어와 뇌건강관리를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인테그로메디랩에서 CTO로 일하고 있는 김영수입니다. 학부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고요, 이후에는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는 같은 한의사이자 동문 선배님이신 조선영 대표님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며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Q. 요즘 교수님의 일과 혹은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A. 대부분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새로운 기술과 연구결과들을 찾는 일,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며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을 비슷한 비율로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일주일 중 하루는 원광대에서 한의대 예과1학년 전공선택 과목인 <의료데이터사이언스>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의대 시절


Q. 교수님께서 한의대에 진학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고등학교 시절에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생명과학과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성적이 아깝다면서 의학계열 진학을 권유하셔서 입시를 앞두고 의학계열로 진로를 바꿨고, 최종적으로 한의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의대와 치대는 원서조차 넣지 않았던 것 같네요. 솔직히 말하면 당시에 크게 전통의학을 공부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의학이 당시의 트렌드였어요. 저희 세대가 한의대의 인기가 정점을 찍었던 시기이거든요. 한약 자체에 대한 인기도 높았고 주변의 호응도 좋았어요. 특정 질환을 잘 치료하는 명망 있는 한의원들이 많이 있었죠. 저도 침, 뜸, 한약 등을 직접 경험해 보며 비롯된 신기함과 호기심에서 한의학을 한번 공부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고등학교 때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셨다면, 한의대 입학 후에 관련 지식이 한의학과 충돌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A. 많이 충돌하죠. 한의학에 인문학적인 요소가 많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나름대로 재미있더라고요. 오히려 동양철학과 역사를 함께 이해하면서 공부하니 크게 거부감은 안 들었어요. 예를 들어 음양오행, 삼음상양, 주역, 역학과 같은 개념들의 가치를 공부를 하다 보니 재미있었어요. 지금과 다른 기술과 도구를 지녔던 사람들이 생각했던 방식을 이해하는 거죠. 이렇게 접근해 보니 공부도 재밌었고, 첨단 기술을 적용한 도구들은 대학원에 가서 공부했어요. 음양오행과 같은 개념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 하면 더 힘든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수준의 과학 기술이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학문을 현재의 잣대로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한 접근일 수 있거든요. 


Q. 학부 때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의대를 다니는 동안의 관심사는 무엇이었나요? 

A. 할 수 있는 한 모든 관점에서 한의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임상가에서 유명한 원장님과 학계에서 유명한 교수님을 비롯해 소위 잘 나가는 한의사가 정말 많았고, 각자 주장하시는 한의학에 대한 관점도 엄청 다양했어요. <우주변화의 원리>와 같은 역학 서적부터 <동의보감>과 같은 종합 의서, <상한론>을 중심으로 한 고방, MPS와 같이 해부학 중심의 치료기술 등 학생으로서 맛볼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던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다양한 강의에 많이 가려고 노력했어요. 나쁘게 말하면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건데, 학생 때 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어요. 이 일이 직업이 되면 업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학생 때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시에 여기저기서 많이 배워보려고 노력했어요. 단, 한 번 하면 ‘열심히’ 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강의를 말하자면, 겨울 방학 때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강의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당시 방학 내내 다니느라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그래도 그런 경험을 한번 해보고 나니까 얻는 게 많이 있더라고요. 그런 경험들이 모여서, 지금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아요.



의과학대학원

 

Q.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당시에 ‘미래 한의과학자’라는 학생 대상 인턴십 양성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때 경희대 고성규 교수님이 계신 예방학교실에서 1년 넘게 일을 했어요. 그때 이것저것 조사해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대학원 진학 결심을 했을 당시, 연구를 할 거라면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곳에서 최고의 인재들과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카이스트에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고, 석박사통합과정을 밟으며 전문연구요원으로 군복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경희대 한의대 선배이자 저보다 1년 먼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입학한 이호성 박사님께서 대학원 입시를 많이 도와주셨죠. 저는 당시에 뇌과학 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관련 교양서적도 많이 보면서 이 분야를 연구해보고 싶어서 지원했고 합격했어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이 도움을 주셔서 무사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Q. 뇌과학 분야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A. 일단 학부생 시절에 해부 분야에 관심이 가장 많았어요. 특히 가장 복잡한 뇌신경파트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뇌과학에 관심이 생겼죠. 또 당시에 뇌과학이 트렌드였어요.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교양서적들을 읽다 보니 더욱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 분야도 복잡하니까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마침 카이스트에 신경과학 분야의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셔서 대학원 과정을 통해 지도를 받게 됐죠. 운이 많이 따랐어요 :)


Q.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전공하셨나요?

A. 신경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동물의 뇌에서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의 기능을 연구하는 행동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했고, 파킨슨병이나 보행장애, 진전증 같은 운동질환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신소재공학과나 전자공학과와 협력 연구를 하며 새로운 공학 기술을 뇌과학 분야에 접목한 융합 연구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Q. 뇌과학신경과학은 한의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기존에 한의대에서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A. 솔직히 말하면 거의 다른 분야를 연구한 거나 마찬가지죠. 한의대 대학원이었어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전통 의학을 동물 실험으로 재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거든요. 종종 그런 시도들이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동물에게 침을 놓거나 한약을 먹이고 효과를 관찰하는 식이에요. 이와 같은 실험은 한의대 대학원에서 할 수 있지만, 저는 완전히 다른 분야로 진학한 거죠. 

대학원생은 본인이 독자적인 연구를 하기보다는 지도 교수님이 제안하는 주제에 맞춰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 새로운 걸 하지는 못했죠. 제가 대학원에 있을 때 ‘침의 진통 효과’에 대한 신경학적 기전이 밝혀지는 연구들이 좋은 저널에 나오기도 해서 관심 있게 보긴 했으나, 당시에는 순수하게 신경과학 분야의 기술이나 지식을 익히는 데 집중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전통 의학 지식이 도움이 될 일은 거의 없었지만, 해부학이나 병리학, 생물, 화학 지식은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다만 분자 생물학, 신경과학과 관련한 지식은 부족했죠.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대학원에서 기초 과목 수업을 많이 열어주는 등 지원을 잘해줘서 따라가기 어렵지는 않았어요. 


코딩


Q. 컴퓨터코딩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관련 지식을 학습하셨나요?

A. 컴퓨터나 IT 쪽에 계속 관심이 있었어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부터 ‘앱을 하나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은 항상 있었죠.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대학원 때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많았어요. 대학원에서 신경 신호분석을 하거나, 공학 계열 연구실과 협력 연구를 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 논문 중에 하나는 전자공학과 친구랑 협업을 하는 것이었는데 쥐에게 내비게이션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였어요. 쥐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는 방법인데 (웃음) 미로를 복잡하게 만들고 총 6개 정도의 위치에 먹이를 랜덤 하게 두는데, 원래는 쥐들이 직접 탐험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쥐들이 항상 Y자 갈림길을 만나게 될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불빛으로 알려주는 방식이었어요. 쥐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적절히 불빛을 비춰주는 장치, 먹이를 자동으로 주는 장치를 전자공학과 학생이랑 만들면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짤지, 코딩을 어떻게 할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이런 경험이 계속 쌓이니까 컴퓨터와 코딩에 관심이 계속 갔어요. 또 행동-보상 장치들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기기도 만들게 되었는데, 장비들을 다 살 수 없으니 3D 프린트를 가지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죠. 


Q.   코딩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요?

A.    코딩, 프로그래밍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정하세요.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해 본다거나, 직접 웹사이트를 만든다거나,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것 같이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공부해 보세요. 그 과정을 몇 번만 반복하면 이미 프로그래머가 되어 있을 것 겁니다. 책이나 온라인 강의를 듣더라도 직접 프로그램을 하나 완성해 보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전공자도 아닌데 기초적인 컴퓨터 언어 문법이나 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금방 지쳐서 못하게 됩니다.


인테그로메디랩


Q. 현재 일하고 계신 인테그로메디랩은 어떤 기업인지 소개해주세요.

A. 인테그로메디랩의 목표는 한의학을 포함한 통합의학 지식을 최신 IT기술과 융합하여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2018년 설립 후 한의약 분야의 정보서비스와 임상연구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왔고, 현재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뇌 인지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치매를 조기 진단하거나 뇌 기능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 방향으로 삼고 있어요. 또 한의학의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정부 과제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임상의를 위한 서비스가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한의학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웹사이트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클라우닥 서비스를 구상했습니다. 현재는 클라우드 웹사이트가 있고, 클라우드를 활용한 교육 서비스 위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Q. 클라우닥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A. <클라우닥>은 임상의들이 직접 찾아보기 어려운 학술정보를 알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여 임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웹서비스입니다. 학술정보서비스는 내부적으로 꾸준히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오픈되지는 않았고, 현재는 ‘한의기능영양학회'와 협력하여 온라인 강의 서비스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클라우닥 서비스가 현재 메인 사업은 아니에요. 그 이유는 기업의 생존과 관련이 있는데, 한의사만을 대상으로 교육서비스를 운영할 경우에는 수익모델이 나오지가 않아요. 전체 면허를 딴 한의사가 2~3만 명 정도니까 한의사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기는 쉽지 않죠.

하나의 기업체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장규모가 확보되어야 해요. 시장 규모는 전체 대상 사용자 수 중에서 몇 퍼센트에게 팔 수 있느냐, 그 사람들에게 얼마씩 받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산출됩니다. 그러한 규모가 몇십억 정도는 되어야 기업으로서 해볼 만한 건데, 클라우닥의 경우 한의사들을 위한 서비스였기 때문에 시장 규모 자체가 작은 편이에요. 다만 이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고 학회와 함께 제휴를 해서 교육 서비스로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Q. 그렇다면 현재는 치매 조기 진단 서비스에 주력하고 계시군요. 요즘 노령화 사회가 심화되고 있고 주위에도 조부모님들께서 치매를 앓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매 예방이나 뇌 기능을 평가하는 것들이 유의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A. 맞아요. 최근에는 젊은 층도 마찬가지로 ‘브레인 포그’라는 일시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 전 단계에서도 가역적이든 비가역적이든 인지 기능에 문제를 겪는 환자층이 많고요. 이러한 환자층이 한의원에서의 진료 타깃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매까지 중증까지 간 경우에는 치료하기 쉽지 않지만 그전 단계에서 발견하는 경우 치료가 한층 수월하죠. 그래서 그런 서비스를 만들면 여러 방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템을 정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유의미하게 누적된 기록들을 실제 의료 기록들과 묶어서 사용하면 디지털 헬스케어로 응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처음부터 의료 영역에서 시작하면 힘든 점이 많기 때문에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에서 시작해서 전문 의료 영역으로 올라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진로

Q. 상에서 진료를 하시다가 인테그로메디랩을 설립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졸업 후에 대학원 때 배운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을 하던 차에 우선 임상으로 나오게 되었어요. 재미있는 사실은 진료를 하는 와중에 신기하게도 개발자분들이 환자로 많이 방문을 했다는 거예요. 그때 바로 옆 건물에 대기업 IT회사가 있어서 개발자로 일하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현재도 친하게 지내는, 당시 환자로 오셨던 분이 같이 코딩 공부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었어요. 한의원 진료가 끝나고 같이 카페에서 코딩을 하고 온라인에도 좋은 강의가 많이 있어서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꾸준히 공부를 했습니다. 한의약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서, 한의사를 포함한 임상의에게 더 나은 진료환경을 제공하고, 환자들에게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와 건강관리방법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학교나 임상가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라도 직접 기업을 만들어 하나씩 해내보고자 마음먹었습니다. 마침 한의대 직속 선배님이자 당시 근무하던 한의원의 대표 원장님이신 조선영 대표님(현재 인테그로메디랩 대표이사)의 제안으로, 창업 멤버로 합류하여 동국대학교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인테그로메디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임상의로 일하실 때와 현재 인테그로메디랩 CTO 일하시는 것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업무/생활/장, 단점 )

A. 임상의는 사람을 다루고, CTO는 기술과 컴퓨터를 주로 다룹니다.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어서 좋은 면도 있지만, 오타 하나 용납 못하는 컴퓨터를 계속 다루다 보면 사람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다행히 적성에는 컴퓨터가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임상의는 정해진 진료시간을 꼭 지켜야 하지만, CTO는 관리직이다 보니 내 시간을 스스로 계획할 수 있는 장점은 있습니다. 업무의 강도는 몸이 힘드냐, 정신이 힘드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 요즘 하시는 주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A.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를 점검하고 진행 방향을 계획하거나, 새로 개발할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입니다. 원래 CTO는 기술적인 전략을 책임지는 자리지만, 아직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거나 프로그래밍을 하기도 하지만, 팀원들과 협의하여 업무를 나누고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계획하는 것이 저의 주된 역할입니다.


창업


Q. 요즘에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도 많이 보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창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창업을 할 때는 무작정 창업 자체를 꿈꾸기보다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이나 아이템이 있어야 진행하기가 수월해요. 창업에 관해서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창업해서 돈 벌었다.’, ‘창업해서 대박 났다.’ 이런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그 사람이 돈을 번 게 아니에요. 해당 회사가 자본금을 투자받은 것이죠. 물론 투자를 받은 것도 대단한 일이죠. 하지만 투자받은 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돈을 벌었다고 해서 부러워할 것은 아닙니다. 단편적으로 보고 ‘창업하면 돈을 많이 버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일단 좋은 아이템이 있을 때 창업을 하는 것이지, 그냥 회사를 차리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기에는 위험성이 커요.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한의원도 마찬가지이지만 운영하는 것보다는 월급 받을 때가 제일 좋습니다. (웃음) 그래서 사실 제 성향에는 CEO가 맞지 않아요. 실제로 제가 하는 일도 CEO는 아니고요. 총책임자가 되면 많든 적든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해요. 생존을 위해 회사를 어떻게든 운영해야 되고, 운영 자금도 여기저기서 구해와야 하죠. 그런 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해요.

다만 학생, 청년인 젊은 시기에는 창업을 지원해 주는 사업들이 많이 있어요. 예를 들어 한 5천만 원 지원해 줄 테니까 한번 창업해서 아이템을 어느 단계까지 만들어봐라 이런 거죠. 그런 경우에는 조그마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으니 도전하는 것을 추천해요. 젊을 때 1, 2 년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경험을 얻는 것은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대신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서 투자받거나 하는 행동은 말리고 싶네요. 처음부터 무리하게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 안 좋은 결과를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신 만나드립니다 공식 질문

Q.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가장 뿌듯했던 Up & 포기하고 싶었던 Down 순간이 언제였고 그때의 극복방법은 무엇이었나요?

A. 카이스트에서 논문을 쓰고 박사 학위를 땄을 때가 가장 뿌듯했고, 대학원 졸업 후에 진로를 고민하던 순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극복하기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플랜 A, B, C를 짜서 직접 그 진로에 뛰어들어 봤습니다. 고민만 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직접 해보니 너무 쉽게 결정되어서 생각보다 금방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Q.   진로를 고민하는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방법입니다. 직접 해보기 어렵다면, 먼저 그 길을 간 선배들을 반드시 찾아가세요. 진로는 사람이 살아가는 문제입니다. 혼자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만 돌려서 해결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Q. 졸업하기 전에 해보기를 추천하는 공부, 활동이 있으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일단 학문적으로는 이것저것 다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만 그것보다도 한의대 외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저는 아까 공부를 많이 한 것처럼 얘기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대학교 때 제일 열심히 했던 건 테니스 동아리 활동이에요. 테니스 동아리 활동을 할 때, 교내에서 안 치고 바깥에 나가서 쳤어요. 그러다 보니까 수업만 마치면 친했던 친구와 함께 스쿠터를 타고 테니스장에 가서 하루 종일 거기서 살다시피 했죠. 그러다 보니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당시 테니스 코치님부터 해서, 테니스 동호회 아저씨들과도 친해졌죠. 

거기서 이어진 인연으로 인지 장애가 있거나 다운 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 같은 것도 했었어요. 그러면서 그때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사실 사회에 나오게 되면 내가 특정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 그냥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경험할 일이 거의 없어요. 순수하게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학생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거든요. 졸업하면 누릴 수 없는 기회이기 때문에 그러한 위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하고 싶어요. 학생 때 그런 경험을 많이 해보면 나중에 어떤 분야로 가든 다양한 자산이 돼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본인의 진로 선택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한의사로서 일을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요즘은 특히 교육 사업들도 많잖아요. 방학 때 몇 주 동안 하는 프로그램들, 그런 것들에 많이 참여해 보면 그 자체가 큰 경험이 돼요. 안타깝지만 사실 한의대 내부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은 좀 올드한 부분이 있어요. 전통의학이라는 특성도 있고 바뀌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죠. 오히려 외부에서 하는 일들에 더 트렌디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서 그런 것들을 많이 해보면 보는 시야도 달라질 것입니다. 


Q.   앞으로의 목표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 궁금합니다!

A. 단기 목표는 회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장기 목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개발자가 되는 것입니다.


Q.   교수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A. 디지털과 한의학이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한의학이 과학적인지 아닌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한의학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Q.   대만드의 마지막 공식 질문입니다저희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같은 분이 있을까요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희 회사 대표이사님이자 대한모유수한의학회 회장, 한의기능영양학회 부회장, 루아한의원 대표원장을 맡고 계신 진정한 N잡러 조선영 대표님을 추천합니다.


한의학에 국한되지 않고 뇌과학, 코딩 등 관심 분야를 찾아서 공부해 나가는 교수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 또한 관심 분야가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인터뷰해 주신 김영수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Interviewer. 페럿, 앵무새

Writer&Editor. 페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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