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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Jan 19. 2023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는 한의사,
조민석 원장님

식품영양학, 한의학, 비계내과학


‘회사 밖으로 나온 한의사들’ 프로젝트 인터뷰가 돌아왔습니다! 영어교육과에서 한의학 또 식품영양학과까지! 늘 도전하시는 한의사 조민석 원장님입니다. 대진, 학회활동, 한의사, 다이어트, 식품영양학의 세계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조민석 원장님 약력]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영양사 취득)

동신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학대학원 소화기학(비계내과학) 전공 중

前) 대한통합방제한의학회 학생부 회장 

現) 대한통합방제한의학회 정보통신이사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의사이자, 영양사이자, 경희대학교에서 비계내과학 석사과정 중인 학생이자, 고등학생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는 한의사 조민석입니다. 


Q. 요즘 원장님의 일과,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A. 저는 현재 두 군데 한의원에서 대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토/일/월 3일은 대진 원장으로서 진료를 보고 있고, 주중에는 경희대학교 대학원에 다니고 또한 틈틈이 고등학생들 멘토링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학회 원장님들의 진료를 참관하며 한약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Q. 대진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대진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여러가지 장점이 있겠지만, 하나의 한의원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여러 곳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다양한 원장님의 진료스타일, 병원 분위기를 참고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한의원마다 쓰는 전침 기계가 다르고, 병원의 배치, 심지어 물리치료 및 부항치료의 순서 또한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게 보고 저에게 맞는 최적의 방식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인데 저는 주말에 몰아서 진료를 하고, 주중에는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한의대에 가기까지!

Q. 영어교육과에서 한의대 그리고 졸업 후 식품영양학과까지 다양한 학문을 전공하셨는데, 첫 전공인 영어교육과를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저는 본래 의료계열에 진학하고자 하였지만, 당시 수능시험의 장벽을 넘지 못해 한의학과에 진학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 했던 영어로 우선 진학을 결심하였습니다. 영어는 여기저기 쓰일 일이 많기에 사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후 군대 제대 후에 다시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겨 한의과대학에 다시 가야하겠다고 결심하고 재수를 하였고, 결과적으로 한의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Q. 영어교육과 재학 중 전공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는 무엇이고, 또 많은 직업 중에서 한의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다른 분야 일을 하다, 새로운 분야로 진입하면 이전 분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더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서 새로운 분야로 뛰어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어과목 강사로서의 삶도 매우 즐거웠고, 심지어 아직까지 연락이 오는 제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영어 강사를 하며 남는 시간을 이용해 다시 한의학과를 준비하여 입학하게 되었고 다시 한의학과에 진학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처음 가졌던 꿈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라고 생각을 합니다. 많은 직업 중 한의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은, 사실 의료 분야 중 한의학이 마음에 들었던 점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의학은 도침을 제외하면 개복 수술 등과 같은 강력한 술기가 적은 편이고, 진료 과정에서 환자와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가장 잘 갖추어진 것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진단기기 사용이 제약된 한의학의 특성상 문진을 통해 환자를 자세히 알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의 친밀도가 가장 깊은 것 같아 한의사라는 직업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의대 시절

Q. 한의대에서 원장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그리고 학생 시절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이십 대 중후반에 한의학과에 진학했기에, 현역 입학을 했던 학생들처럼 온전히 캠퍼스라이프를 즐기기에는 힘든 여건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학비를 스스로 벌면서 다녀야 해서 학업과 과외를 병행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학창시절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학과 공부에도 소홀하지는 않아, 예과를 수석으로 수료할 수 있었고, 학교 대표로 자생글로벌장학금 면접을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당시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이 만났는데, 마치 한의대 대항전 같은 느낌이 들었고, 면접이나 한의학적 지식으로 승부를 겨루는 것 같아 재미있었던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Q. 학부 시절부터 학회에서 활동하셨는데, 학부시절 학회 활동의 장점이 무엇인지어떤 기준으로 학회에 참가하면 좋을지 고견 부탁드립니다. 

A. 많은 분들이 졸업 후가 막연하고 좀 무섭게도 느껴지리라 생각합니다. 주변에 의료인이 있다면 간접적으로라도 물어볼 수 있겠지만 저는 주변 및 친척 중에 의료인이 한 분도 없었습니다. 또한 저는 늦은 나이에 입학했고, 어떻게 보면 졸업 후 사회에서 바로 일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학회 생활을 하며 한의사분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고 이야기를 나누며 졸업 후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생 때는 좋든 싫든 동기나 선배들과 연락이 많이 되지만, 졸업 후에 연락이 안 되면 내가 동떨어진 섬처럼 될 거라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회에 소속된 뒤로는 한의학계 이슈나 환자에 대한 정보 같은 것들을 많이 들으면서 졸업 후에도 한의학계와의 흐름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속해 있는 통합방제한의학회뿐 아니라 어디든, 내가 마음이 편하고 지식적으로 배울 게 많고 사람들과 성향이 맞다 싶은 곳이 있다면 하나쯤은 학생 때부터 발을 걸쳐 놓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의사,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다!


Q. 한의대 졸업 후에 다시 서울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공부하셨는데어떤 계기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겠다고 결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먹는 것도 건강에 크게 관련되기 때문에, 식품 혹은 영양학에 관심 있으신 한의사들도 당연히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전공을 하면 더욱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와 이야기할 때 음식과 운동에 관해 티칭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면 환자들에게 더욱 전문적이고 알찬 지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의학에는 치미병(治未病)이라고 해서 병에 걸리기 전 상태도 굉장히 관심 있게 보고 그 상태에서도 치료를 많이 하잖아요? 현대적인 용어로는 아(亞)건강 상태라고 하는, 병 직전의 상태에 많이 주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영양학적으로도 영양이 부족한 상태가 누적되면 결국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건강 상태나 미병 상태는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양학을 공부하면 그러한 상태가 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영양상담을 통해 환자의 현재 영양상태를 파악하고 한의 진료 사이사이에 적절히 개입시켜 보강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 진료에 영양학이 날실과 씨실처럼 서로 교차보완하여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식품영양학과 전공 이력 혹은 영양사로서 활동 경험이 현재 한의사로서 활동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더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저는 평소 진료할 때도 영양학적인 티칭이나 영양학 기반의 설명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환자 한 분을 예로 들면, 20대 후반의 남성 한 분이 오른쪽 어깨 근육이 단축된 것처럼 솟아올라 있어서 3개월째 꾸준히 일요일마다 오셔서 체형 교정을 하고 계십니다. 그 분은 추나 치료로 교정도 하지만 체중도 같이 감량하니까 교정 효과가 더 좋고 체형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치료를 일주일에 한 번만 받으시는데도 불구하고 체중과 같이 조절해서 그런지 체형이 바르게 많이 돌아왔습니다. 환자분이 틀어진 체형으로 8년을 고생하셨는데 어느정도 교정되어 만족도도 굉장히 높고 옷 태도 정말 좋아지셨습니다. 처음에 사진 찍었을 때는 일부러 어깨를 치켜 올리신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체형이 크게 기울어 있었습니다. 환자분의 키가 172cm에 체중이 74kg였어서 67kg 정도의 표준 체중까지 빼 가며 체형을 지켜보려고 했는데, 지금 체형이 잘 돌아오고 계시고, 몸무게도 70kg로 줄어서, 더 건강해지면서 체형까지 돌아오고 있어서 환자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눈 밑 떨림 같은 내과 질환 환자분들이 오셨을 때도 영양학적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한의학적 진단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분들은 영양학적인 문제를 갖고 계신 경우가 많아서 같이 얘기하며 영양학적인 부분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눈 밑 떨림 같은 경우도 단순히 마그네슘 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그네슘 보충제를 먹는다고 해서 그 눈 밑 떨림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잘 조사해 보면 편협한 식단으로 드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체내 무기질이나 비타민이 부족해서 눈 밑 떨림이나 컨디션 저하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식단 교정을 하면 불과 1~2주만 지나도 컨디션이 개선되고 눈 밑 떨림이 완전히 사라지는 등의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한의학적으로 눈 관련 치료도 같이 하겠지만, 제가 영양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러한 치료법을 자연스럽게 결합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환자는 영양학으로 치료 해야 지, 이 환자는 한의학으로 치료 해야 지!’ 등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치료하는 것은 아니고 노인 환자가 오시면 밥은 잘 드시고 계시는지 자연스레 묻는 것처럼 두 가지를 결합해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Q. 영양학 공부를 결심하셨을 때 석사 대신 학사 편입을 선택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시간을 단축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한의사가 된 이후에는 어떻게 살든 시간상으로 자유롭긴 하지만, 그래도 단기간에 할 수 있으면 더 좋으니까, 또 한의사로 활동하며 공부해야 하니 학사 학위를 따기 위해 4년동안 학교에 다니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드시 학사 편입을 해야 지하고 생각하기보다는 저에게 잘 맞는 루트가 있어서 이용하였습니다.

 또한 석사학위의 경우에는 한의학 석사를 하거나 서울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 석사를 하는 두 가지 루트를 고려했습니다. 아무리 시간상으로 자유롭다 하더라도 한의사 활동을 하며 다른 것을 병행하는 게 심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느껴졌습니다. 또 석사는 함께 공부하는 다른 연구원들도 있어서 제가 자유롭게 사는 게 다른 연구원들에게는 피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적으로 부담이 적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학사편입을 하였습니다.

진료실에서의 원장님 모습입니다!

Q. 한의사가 추천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다이어트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한의사 입장으로서는 일반적으로 한약 다이어트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비만은 많이 먹어서 체중이 증가하는 것 이외에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같은 것을 먹어도 더 살이 찔 수 있고, 유전적인 문제나 가족력의 영향도 있을 수 있는 굉장히 복잡한 질환입니다. 그래서 환자가 왜 과체중이나 비만에 놓이게 되었는지 문진을 통해 그 원인을 자세히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원인에 따라 한약이 필요하다면 한약을 강하게 권유할 수도 있고, 운동 부족 같은 생활 습관이 원인이라면 그걸 수정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또 특정 음식을 좋아하는데 하필 그게 칼로리가 굉장히 높아서 체중 증가를 일으켰다면 그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원인을 파악해서 환자에게 체중증가를 유발한 주된 원인을 교정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같습니다. 다이어트 한약을 통해 식욕을 조절하고 또 발열 효과를 통해 기초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방향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환자의 원인에 맞춰서 진행하는 게 가장 올바른 다이어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약 다이어트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양방에서는 비만 환자가 왔을 때의 환자의 상태 별 프로토콜이 정해져 있습니다. 먼저 BMI나 허리둘레를 측정하고 혈액학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검사합니다. 다음으로 칼로리 제한식단과 운동을 통해 체중 감량을 시도해보고, 개선되지 않으면 다이어트 약을 처방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위 관련 절제 수술까지도 염두에 둡니다. 

 제 생각에 한방 다이어트는 식습관 개선, 운동과 한약 복용을 두루 아울러 병행하는 것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양방에서는 단계를 나누어 접근하는데, 환자의 현재 상황과 약이 신체에 주는 부담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약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체에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음식과 운동으로 해결이 안 되는 그 다음 단계에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결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음식과 약 사이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이 한약의 포지션이자, 장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또 양약의 경우, 삭센다를 예로 들면 주사 형식이라 약을 투여하거나 시술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한약의 경우 액체  파우치 제형으로 되어 있어 비 침습적이고 과정이 훨씬 위생적입니다. 또 파우치가 작아 소지하기도 편해서 일상생활 중에 어디서나 간단히 복용할 수 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미각이 예민해서 한약 자체의 향이나 맛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나 예전에 한약을 먹고 탈이 났던 분들은 부담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을 경우에는 한약을 먹고 원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어떤 분들에게는 시도조차 하기 힘든 애로사항이 있어서, 이 점이 한약 다이어트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그리고 미래

Q. 다음으로 원장님의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랑 가장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언제였을까요?

A.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한의과대학에 입학했을 때입니다. 원래부터 꿈이 한의사였기 때문에 한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첫 한 달은 수업이 정말 가슴이 설렐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어려운 한의학 내용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이게 바로 내가 듣고 싶었던 수업이야!”라며 붕 뜬 듯한 기분으로 한 달을 보냈습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도무지 잘 모르겠지만 (웃음) 그때가 가장 즐거웠던 시절 같습니다.

 또 서울대학교를 새롭게 갔을 때에도. 한의대를 막 졸업하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삶이 앞으로 펼쳐진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새롭게 얻은 기회로 굉장히 재밌게 학부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30대 때 겪기 어려운 일인데, 프랑스, 터키,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유수대학 출신의 20대 젊은 학생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경험은 둘도 없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때가 제 인생 그래프로 생각했을 때 상승이었던 것 같습니다.

 의외로 한의사 시험에 합격했을 때는 생각보다 그렇게 기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한 무게감이 동시에 있었기 때문에 그때는 중간 정도의 느낌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을 때는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한의대 입학 직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도 많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이 컸습니다. 하필이면 그때 집안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겨, 모든 게 맞물려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다행히 한의대 입학과 동시에 여러 가지 것들이 동시에 다 해결되어서 그때 저점을 찍은 뒤 지금은 계속 고점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다음으로, 한의사라는 직업을 가지는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직업 내용보다, 직업의 포지션에서 한의사 직업의 강점은 면허라 생각합니다. 면허의 배타성으로 취업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진다는 점이 좋습니다. 본인이 한의사로서 한의학적 지식을 더 깊게 공부하고 싶으면 충분히 공부할 수 있고, 또 다른 직업이나 공부를 병행해서 하기에도 비교적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직업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커다란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또 한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데, 문진을 통해 환자를 파악하는 프로세스도 재미있고, 내가 관심을 쏟는 만큼 비례하여 환자와 거리가 다른 의학 분야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떤 분들에게 한의사라는 직업을 추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의료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남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측은지심이라고 하죠, 공감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이 사람을 고쳐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위한 지식과 술기는 의료인으로서 기본이고, 오히려 공감 같은 정신적인 부분이 아주 커다란 적성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또 아무래도 의료 분야이다 보니 학문적으로는 생물이나 화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또한 심리 상담 같은 분야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면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한의사가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한의사가 될 한의대생들한테 혹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A. 선배이자 먼저 한의사가 된 사람으로서 학생시절을 돌이켜보면 저의 경우는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해서 미련이나 아쉬움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보고 무조건 추천할 정도로 좋았던 것은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던 것입니다. ‘공부하지 말고 놀아라.’ 하는 식으로 조언해 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공부도 6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한번 열심히 해보고, 외부 활동도 한번 열심히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학점이 유급 당할 정도만 아니면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것들을 다 적극적으로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너무 못해서 욕을 먹어도 학생 시절은 지나가기 때문에, 학생 때는 정말 실수해도 괜찮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 해 봐야 지’ 라고 생각만 많이 하기보다도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적극적으로 하고, 이왕 한 거면 끝까지 한번 가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싶으면 졸업 이후에 안 하면 되니까, 관심이 가는 다양한 것들을 제대로 적극적으로 해보면 졸업 후에도 그런 경험들이 밑거름이 된다 생각합니다. 한의사로서 활동하는 데에도. 활동을 많이 한 경험이 지금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생각만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무언가 생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다 해보기를 학생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되고 싶은 한의사의 모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저는 한의대 졸업 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어떤 고정적인 모습보다는 계속 변화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개원한다면 한의사로서 한의학계에 기여를 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개원 이후에도 한의원에서 보는 특수 케이스들을 혼자만의 자부심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증례를 보고하는 식으로 학계에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또 영양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한의학적인 부분과 영양학적인 부분을 함께 활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더 좋아지거나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싶습니다. 만약 치료 효과가 좋다면 이는 한의학과 영양학 두 분야에 모두 유용한 것이기 때문에 학계에 보고하고요. 치료에서도 최신 논문들을 보면서 환자분들에게 이 시점, 이 순간에 가장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발전하고 변화하는 한의사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대만드가 만나봤으면 하는 분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두 분 정도가 떠오르는데요. 우선은 장성환 한의사님은 한의계 최전선에서 암 환자분들을 보시는 분입니다. 자료가 많지 않은 분야여서 오해와 편견을 이겨내야 하고 또 새롭게 데이터를 구축해 나가시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분이 쌓아 놓으신 경험과 지식들로 인해 후학들은 훨씬 수월하게 암에 대해 공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장성환 한의사님을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카이스트에서 공부하고 계시는 김현석 한의사님은 종종 페이스북을 통해 논문 올라오는 걸 보게 되었는데, 과학적인 관점에서 한의학을 바라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신다는 점에서 만나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장님의 늘 노력하고 열정적으로 도전하시는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았던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를 들으면서 학부시절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하게 경험하고 도전해보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부터 원고 컨펌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Interviewer. 꽃사슴, 갈매기

Writer & Editor. 꽃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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