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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Mar 17. 2021

나의 루틴

나는 아침에 출근하여, 대개 오후 3,4시까지 호텔에서 하우스키핑 일을 하였다. 호텔일을 마치고 나면, 같이 일한 형, 누나, 동생들과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는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으로 향하였다. 책을 읽으러? 아니다, 도서관으로 향하되, 도서관에는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대로 도서관 앞 잔디밭에 드러누워, 늦은 오후의 햇살을 느긋하게 즐긴다.

 연인끼리 온 어떤 이들은 간식으로 싸온 빵 쪼가리를 갈매기에게 나누어주며 사랑을 속삭이고, 친구들끼리 온 어떤 이들은 옆의 연인들이 던진 빵 쪼가리에 떼로 몰려드는 갈매기들을 보며 비명을 지르고, 나이가 지긋하신 어느 노인분들은 그 비명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들의 체스에만 집중을 기울이신다. 참으로 평화롭기만 한 오후이다. 나는 이 평온한 오후 시간의 일광욕이 너무나 좋았다. 참으로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계고 계시는 어떤 분은, 혹시 내가 비둘기와 갈매기를 착각하여, 단어를 잘못 적은 것이 아니냐고 물으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에서의 비둘기의 역할을, 호주 멜버른에서는 갈매기가 100% 똑같이 수행하고 있다. 오죽하면 멜버른에 처음 왔을 때의 나는 “멜버른의 비둘기는 우리나라의 갈매기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잔디밭에 누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5시 무렵이 되면 버스킹을 위해 나지막이 스완스톤 스트릿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을 버스킹을 하고 나면, 다음날 아침은 다리가 퉁퉁 부어있기 마련이었다. 내가 하루 걸러 하루, 격일로 버스킹을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호텔에서 같이 일을 했던 형이 나에게 했던 말이 가끔 생각이 난다.
“정배야, 나는 정말로 네가 부럽다. 나는 내 건강을 위해, 내 돈 써가면서 헬스장 다니고 있는데, 너는 버스킹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어, 용돈도 벌어, 운동도 돼, 외국인 친구도 만들어, 국위선양도 해. 일석오조네, 일석오조!”
맞다, 가끔은 나도 그 당시의 내가 부럽다. 가끔은 나도 호주 멜버른의 스캇 플린더스(한국이름 : 김정배)가 부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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