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7일. 리옹. 프랑스
명헌, 서열과 느긋하게 집을 나왔다. 푸르뷔에르 성당의 모자이크 유리창도 좋았고, 리옹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전경도 좋았다. 케밥 가게에 들어가 서열의 이야기를 듣는데 흥미로웠다. 그는 남수단에서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쳤고, 그때 받은 생명수당으로 지금의 유럽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의 스페인 여행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매력이 흘러넘친다. 유창한 영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적극적인 성격까지 참으로 멋있는 청년이다.
맥도널드에서 카우치서핑 요청 메시지를 보내는데, 신기하게도 매점에서 주구장창 프랑스 노래들만 틀어주었다. 그래도 스페인에서는 최신 유행하는 팝송들을 종종 들을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오로지 프랑스 노래들뿐이다. 어젯밤에 캐시아가 추천해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는 리옹 시내에서의 오후 시간을 천천히 즐기었다.
아까 오후에 1유로를 주고 산 감자 한 망을 꺼내어 강판으로 열심히 감자를 갈았다. 캐시아를 포함하여, 우리를 초대해준 호스트들에게 한국식 저녁 식사를 대접하려는데, 캐시아가 말하기를 오늘은 금요일 저녁인 관계로 모두들 선약이 있어 늦게서야 집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하였다. 하하하하. 집주인들(호스트)은 아무도 집에 없는데, surfer(여행 방문자)들만 집에 머물게 하여도 아무 걱정이 안 되는 건지 궁금하였다. 정말 쿨한 카우치서핑 호스트들이다.
감자전을 여러 장 부친 후, 냄비로 지은 냄비밥을 곁들여, 미국인 소녀와 핑 조우, 그리고 명헌과 서열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다들 오랜 여행 중에 오랜만에 먹는 쌀밥이라며 너무나 좋아들하였다. 아직도 배가 고픈, 우리 한국인 남자들은 따로 라면까지 끓여서 계란까지 풀고 밥까지 말아서 먹었다.
미국인 소녀는 저녁도 다들 배부르게 먹었겠다, 푸르뷔에르 성당을 보러 가자고 하였다. 나는 이미 오전에 갔던 곳이라 그냥 집에서 쉬겠다 하였더니, 그녀는 내가 푸르뷔에르 성당의 매력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나를 나무랐다. 확실히 그녀를 따라 도착한 푸르뷔에르 성당의 야경은 매력적이었다. 까맣게 내린 밤하늘에 하얗게 내린 별빛들, 그리고 그 아래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 성당의 건물. 성곽 저 멀리 리옹 시내 전경에서 아른거리는 도시의 네온사인과 불빛들.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 진하게 키스를 나누는 프랑스의 연인들. 참으로 낭만적인 분위기이다.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였다. 여자아이들은 다 방에 들어가고, 나와 명헌, 서열은 거실에 침낭을 깔고 나란히 바닥에 누웠다. 남자 셋이 깜깜한 거실 바닥에 누워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자니, 오늘은 왠지 여행을 온 느낌이 아니라, 수련회를 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