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언제나 헤어짐이 어색하기만 할까

2014년 6월 28일. 리옹. 프랑스

by 김정배

캐시아에게 한국식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갔으나, 오늘이 토요일인 관계로, 동네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덕분에 비빔밥 재료를 사러, 리옹의 구 시가까지 내려가야 했는데 이때 나눈 새로운 친구들과의 소소한 대화들이 영화 속 대사처럼이나 좋았다.


캐시아가 아일랜드 출신임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대화 주제를 바꾸었을 것을, 나는 당연히 캐시아가 프랑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생텍쥐페리와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리고 기욤 뮈소 등 프랑스 작가들과 그들의 소설들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대화를 잘 이끌어 준 캐시아가 고마웠다.


나는 냄비에 밥을 앉혀 냄비밥을 지어냈고, 야채를 썰고, 소고기를 볶아, 비빔밥과 감자전을 만들었다. 서열이도 캐시아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는지, 열심히 라면을 삶아 라볶이를 만들었는데, 외국인 친구들에게는 라볶이가 매운 음식이었었는지 인기가 영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음식도 인기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나의 비빔밥에 고추장까지 더 넣어가면서 맛있게 먹어준 캐시아와 외국인 친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우리를 호스트했던 루벤은 확실히 우리(나와 명헌)보다 연륜도 있었을뿐더러, 그의 게스트 역시도 우리 둘 뿐이었기에, 그는 그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맞춰주었던 것 같다. 그러한 점에서 프랑스 리옹에서 우리를 호스트한 캐시아는 좀 더 자유방임주의적이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나와 명헌보다 나이가 어렸고, 나와 명헌과 같은 카우치 서퍼가 이미 5명이나 있었으니 그녀가 우리에게 모든 관심을 다 주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와 시간들이 특별하게만 다가왔다. 명헌은 잘 받아주지 않는 나의 개그에 그녀가 잘 웃어주어서 그랬었을까?


역시나 나에게 2박 3일은 결코 길지 않다. 만남이 있으면 당연히 헤어짐이 있기 마련인데도 나는 언제나 왜 헤어짐이 아쉽고 어색하기만 한 걸까? 그곳이 프랑스든, 한국이든, 혹은 아일랜드든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며 캐시아와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여행의 이듬해인 2015년, 우리는 한국의 서울과 금산에서 다시 만났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2021년. 그녀는 여전히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