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8일. 파리. 프랑스
리옹역에서 탄 기차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파리 역에 도착하였다. 밤늦게 파리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갔으나 주인아주머니께서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결국 게스트 하우스의 주위만 서성이다가 파리 역으로 되돌아왔다. 기왕 노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택가에서의 노숙보다는 파리 역 안에서의 노숙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역 안에서 밤을 지새울 요령이었으나 경찰에 의해 역 밖으로 쫓겨났다.
“아시아인은 아시아에 있어야지, 왜 프랑스에 오느냐. 우리는 너희를 지켜줄 수 없다.”는 뉘앙스였다. 왠지 모르게 인종차별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기차역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모든 흑인들을 조심하라는 백인 경찰의 말을 듣고 나니, 한순간도 마음 편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밤새도록 우리의 주위에는 갈 곳을 잃은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서성거렸고, 우리는 군대 내무반의 불침번을 서듯 한 번씩 번갈아가며 쪽잠을 잤다. 그리고 새벽 5시가 다 되어서야 비로소 게스트 하우스 주인아주머니와 연락이 닿았다.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는, 배정받은 침대에 바로 누웠다. 비도 오는데 밤새 어디에 있었느냐고 아주머니께서 물으시기에 파리 역 광장에서 노숙을 하였다고 하니,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하셨다. 추위 속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더니 점심이 다 되도록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