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6일
어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많이 걸어 다녔던 것도 있었고, 또 저녁에는 루벤과 함께 밤늦게까지 작별의 와인 파티를 하다 보니, 피로가 제대로 쌓여 있었다. 원래 스케줄대로라면, 몬쥬이크 공원을 구경해야 했지만, 18kg이나 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관광을 할 자신이 나지 않았다. 이따가 오후에 프랑스행 기차를 타기 전까지, 오늘 오전은 서로의 재정비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다른 도시의 카우치서핑 호스트들에게 우리의 일정을 소개하며, 초대 요청 메시지를 보냈다.
바르셀로나를 출발한 기차는 밤 10시 반이 되어서야 프랑스 리옹역에 도착하였다. 더 늦기 전에 캐시아의 집을 찾아가려고 하였으나, 프랑스 철도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금일은 더 이상 지하철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한 아시아 소녀가 프랑스 중년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그녀 역시 우리와 같은 처지였나 보다. 결국, 아시아 소녀를 포함한 우리 셋은 친절한 아저씨 덕에 시내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아까의 그 아시아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핑 조우이며, 대만에서 왔다고 하였다. 혹시 고향이 타이중이나 가오슝 아니냐고 내가 묻자, 그녀는 깜짝 놀라며 어떻게 대만의 도시들을 알고 있냐고 되물었다. 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만난, 나의 친한 친구들이 타이중과 가오슝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녀는 우리보다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린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것도 다 인연 아니겠냐며, 작별인사로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약속 장소에는 미국인 소녀 한 명과 한국 친구 한 명, 그리고 캐시아가 있었다. 그들은 우리 둘 말고도 한 명의 대만 소녀를 더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한 5분이나 지났으려나, 저만치에서 핑 조우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 역시 사실은 우리와 같은 캐시아의 손님이었던 것이다. 참 재미있는 인연이다. 또 다른 한국인인 서열이와도 통성명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