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일. 브뤼셀. 벨기에
브뤼헤는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다.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아기자기한 집들과, 아스팔트 없이 오직 벽돌로만 구성된 도로와 광장들! 그리고 그 시내를 활보하는 자전거들! 무엇보다도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로와 그 위를 평화로이 유영하는 백조들은 내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에 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래도 벨기에에 왔으니, 벨기에의 명물인 벨기에 와플은 먹어줘야 하지 않겠나 하여, 브뤼헤 시청광장에서 와플을 사 먹었다. 요 며칠 돈을 아낀다고 계속 편의점의 바게트와 식빵만으로 끼니를 해결하였는데, 마침 시장의 어느 식당 테라스에 Today special 메뉴인 소고기 스테이크 세트가 15유로(만 오천 원 정도)밖에 안 한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내친김에, 스테이크를 몸보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중소 도시의 시장이라 그런지, 식당 인심도 후하다. “애피타이저로 버섯 수프와 마늘 바게트가 있는데 갖다 줄까요?”하고 묻길래, “네, 둘 다 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디저트로 커피와 아이스크림이 있다길래, 이번에도 냅다 “예스, 플리즈.”하고 대답을 하였다. 계산할 때까지는 전혀 몰랐다. 오늘의 스페셜 메뉴는 소고기 스테이크와 감자튀김뿐이었고, 나머지 버섯 수프와 마늘 바게트, 커피와 아이스크림은 따로 금액이 청구되는 사이드 디쉬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하하하하. 스테이크 세트가 분명 1인당 15유로인데, 사이드 디쉬를 다 포함시키니 1인당 30유로의 밥을 먹은 셈이다. 어제와 그제는 3유로짜리 바게트로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다 해결했는데, 오늘은 생각지도 않은 덤탱이를 맞아 버렸다.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아마 다음 일주일동안은 바게트만 먹으며 살아야 할 것 같다. 하하하하.
브뤼헤에서 기차를 타고, 그다음 목적지인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로 넘어왔다. 우리를 초대한 브뤼셀의 호스트, 로렌스는 지금 한국을 여행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녀 대신에 그녀의 조카가 우리에게 집을 안내해주었다. 머무는 며칠간 내 집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쓰라고 하였다. 대신에 아침과 저녁으로 기니피그와 고양이의 먹이만 좀 챙겨달라 하였다. 냉장고를 채운 막걸리와 집안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한글들은 반가웠으나, 벽에 걸린 흰색 중국 가면들과 기괴한 그림들은 괜히 섬뜩한 기분까지 들게 하였다.
명헌은 침대가 있는 2층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인터넷을 좀 더 빠르게 사용하기 위해 인터넷 공유기가 있는 3층에 자리를 잡았다. 나무계단을 통해 집 안에서 1층부터 4층까지 이동할 수 있는 이 집은 거실 바닥도 나무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고양이가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어둠 속에서 마룻바닥의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고양이의 걸음에서 나오는 소리를 깨닫기 전까지는 얼마나 무서움에 떨었었는지 모른다. 이 집에는 분명히 나와 명헌, 그리고 기니피그와 고양이뿐임을 알고 있었지만, 낯선 공간에서 청하는 잠이라 그런지, 자꾸만 귀신이라도 만날 것 같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방의 벽면에 걸려 있는 하얀색 중국 가면들이 계속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