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사기는 같은 마음에서 태어났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소설 <어린왕자>, 그 첫 번째 기록

by 김정배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은 없고, 싫어하는 여자 스타일은 있습니다. 술 취한 여자 딱 싫어요. 주사 있는 여자는 더 싫고요. 안하무인, 무식하거나 잘난척하는 여자 굉장히 싫어요. 그 모든 특징들을 갖고 있는 여자 하나 알긴 알아요. 최악이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2화 中, 도민준(김수현)의 대사]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등장인물들은 소설 <어린왕자>의 주인공들을 닮았다. 내가 제일 눈이 가는 인물은 소설 속 B-612의 장미꽃을 닮은 천송이(전지현)라는 여자 주인공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탑클래스 여배우인 그녀는 자신의 잘난 맛에 사는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지적이면서도, 교양 있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자 SNS로 소통을 시도하지만, 그럴 때마다 번번이 자신의 무지함과 모자란 부분만을 들킬 뿐이다.

“여러분, 갈릭 피자에서 이상하게 마늘냄새가 나네요. 저만 그런가요?”(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1화 천송이의 대사 中)

“피곤한 오후에는 역시 달달한 모카라떼가 짱이죠. 문익점 선생님이 왜 모카씨를 숨겨왔는지 알 것 같아요. 문익점 선생님 땡큐”(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1화, 천송이의 대사 中)


자신은 아침의 해님과 동시에 태어났다는 B-612의 장미! 그녀는 약간은 까탈스러운 허영심으로 어린왕자의 마음을 괴롭혔다. 어린왕자는 그 꽃이 그다지 겸손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 꽃은 정말이지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마치 드라마 속 천송이가 도민준에게 도도히 행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득 <읽는 사람>작가님께서 예전에 올려주신 어느 피드 내용이 생각난다.

[약속과 사기는 같은 마음에서 태어났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마음! 모두 그 마음, 그곳에서 시작하였다. 그것을 지켜내면 약속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수표를 남발한 사기가 된다. 마음을 채우는 건 손과 발이 하는 일이다.]

장미의 허영심도 어쩌면 이와 같은 마음에서 시작했으리라.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마음! 그것을 지켜내면 약속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그렇고 그런 허영심에 불과하지 않을 것이다. 장미의 그 허영심을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떠오르는 어린왕자의 혼잣말이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남자 주인공은 그의 장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의 그 내용이 더 궁금해지는 바이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그 꽃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어. 꽃은 내게 향기를 뿜어주고, 나를 환하게 밝혀 줬는데...... 그렇게 도망치지 말아야 했어! 꽃의 대단치 않은 심술 뒤에 숨은 애정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은 정말이지 앞뒤가 안 맞는 말을 잘해. 나는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소설 <어린 왕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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