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지마, 잃어버리지마

소중한 내 안의 내면이이의 그 존재를…..

by 김정배

회사 일로 외근이 잦아지면서 자동차를 몰 일이 많아지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을 세상 그 어떤 일보다도 싫어하는 나 자신이지만, 그래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어른의 길이니까! 음…… 자신이 하기 싫은 일도, 주어진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 음…… 아무래도, (그리고 암울해도) 나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보다.



꽉막힌 도로에 전방과 후방을 주시하고, 동시에 좌우의 도로 상황까지 신경쓸 새라 싶으면 내가 지금 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인지, 차가 나를 운전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운전을 하느라 바짝 긴장을 하는 나는 평소와 달리 예민해진다. 작은 것에도 날카로워진다. 그래서 차를 운전할 때만큼은 내 자신이, 내 자신이 아닌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차를 운전하는 것을 싫어한다. 한껏 날카롭고 예민해져 있는 내 자신을 마주하기가 싫어서…….



그런데 며칠 전 이상하게, 운전을 하며 마음의 평온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고속 도로에는 어느 한 대의 차량도 없이, 내 자동차만 있었는데, 자동차 안의 그 실내 공간이 진공의 비행기 조종석처럼 느껴졌다. 나는 고속 도로 위를 홀로 달리고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하늘위를 홀로 날고 있는 기분이었다. 8차선의 이 넓은 고속 도로 위에 나 혼자뿐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나 자신의 현재의 감정과 생각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평온함이었다. 음…. 이런 평온한 마음이라면 몇 날 몇 일이더라도, 계속 운전을 하고픈 마음이었다. 그 마음과 함께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생텍쥐페리, 생텍쥐페리, 생텍쥐페리!!!!!


그가 비행기를 몰고 싶었던 마음도 바로 이런 마음이었을까? 현실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지구의 중력과 함께 지상에 내려놓고, 자신은 진공의 조종석에 앉아 상공으로, 상공으로 떠나고만 싶은 마음! 자신이 마주한 현실과 멀어질수록 그는 마음이 편안했었을까? 그래서 그는 그렇게도 많은 시간동안 비행기를 몰며 홀로 사색의 시간을 가졌던 걸까? 그렇다면 나도 그와 같은 사색을 하기 위해서 혼자만의 운전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 어쩌면 지금의 나는 21세기에 다시 태어난 생텍쥐페리의 환생일지도 몰라. 그의 소설 속 비행 조종사처럼 말이야……. 내가 앉아 있는 이 곳, 이 곳은 절대로 자동차의 운전석이 아니야, 하늘 위, 인간의 대지 위를 날고 있는 비행기의 조종석일거야.



그런 혼자만의 사색에 빠져있을 때쯤, 조수석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린다. 사색의 대지를 날고 있는 나를, 다시금 지상에 발 붙이게 하는 마법의 소리이다. 그제서야 나는 다시금 도로 위의 전방과 후방을 살피고, 동시에 좌우의 도로 상황을 흘겨본다. 그리고 내가 지금 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인지, 차가 나를 운전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잠시 잊고 있었던 현실의 문제들이 떠오른다. 신규 거래처와의 단가 협의. 내일까지 작성해야 하는 회사 보고서. 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여느 어른들이 그러듯, 그럴싸한 어른으로 인정받기 위해 숫자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 매출은 얼마이고, 영업이익은 얼마이며, 순이익은 얼마라느니, 수입품의 오퍼가는 원재료비의 하락과 시장 수요의 부진으로 다소 주춤하지만, 달러환율의 강세로 익월 강보합세가 예상된다는 두루뭉실한 이야기들만…….



자동차 운전으로 한껏 예민해진 상태에서 그러한 무미건조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노라면, 나도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나도, 그 불시착한 사막에서 나의 오래된 내면 아이를 만날 수 있지 않으까 하는 그런 생각을……

음…. 언젠가는 나를 기억해주기를….. 한번쯤은 뒤돌아보기를……부디 놓지 말아줘. 나를 계속 바라봐주기를……



“너와 나 언젠가 남이 되어도

영영 닿을 수 없는 사이 되어도

잊어버리지마 잃어버리지마

혹시나 다른 사람의 손 잡고 있어도

영영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어도

잊어버리지마 잃어버리지마

따뜻해 볼이 맞닿을 때

살며시 시린 내 손 잡아줄 때

차가운 세상에 지친 내 맘을 온기로 감싸네”


Crush의 곡, <잊어버리지마> 가사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