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다시 멜버른!

나는 멜버른의 상모버스커 2025

by 김정배

2025년 여름!

나는 2013년과 2023년에 이어 다시, 또 다시, 멜버른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2023년의 멜버른 방문은 4박 5일로 터무니 없이 짧았던 탓에, 이번에는 아주 멜버른에서의 열흘 살기를 실천하고 올 요령이었다.


오후 4시 반에 중국으로 향하기로 한 비행기는, 계속되는 지연으로 출발이 조금씩 늦어지더니, 결국에는 오후 7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인천 공항을 떠났다. 원래 스케줄대로라면, 오후 4시 반에 인천을 떠나 6시에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하여 8시 비행기를 타고 멜버른으로 떠났을 것이다. 나는 계속되는 지연으로 혼자서 마음이 초조한데, 어느 누구 한 명 나의 멜버른행 비행기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분명 나 말고도 멜버른을 가는 사람들이 더 있을 텐데, 이렇게 있다가는 자신의 멜버른행 비행기를 놓치고 말 거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텐데도 어느 누구 한 명 먼저 나서서 자신의 비행기 스케줄에 대해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 중국 항공사도 다 계획이 있겠지. 자신 회사의 비행기 중 한 대가 폭우로 스케줄이 많이 지연되었음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겠지. 출발 예정시간보다 겨우 30분 늦었으니, 어쩌면 예정되어 있던 멜버른 비행기가 푸동공항에서 여전히 나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인천공항에서 3시간을 기다렸는데, 30분이라고 못 기다려줄까? 이 30분 차이로, 중국 공항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면 나는 정말로 억울하고 화가 날 것이다.


푸동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걸음을 빨리 한다. 전철을 타고 옆 터미널로 이동하여, 무빙워크를 가로질러 3층인가를 에스컬레이커를 타고 올라간다. 여권 검사, 소지품 검사, 다시 여권 검사를 마치고 환승터미널 입구에 이르러서야,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사람 중에 호주로 가는 사람이 8명임을 알게 되었다. 내 앞에는 시드니로 가는 한국인 부자가 3명, 그리고 시드니로 가는 한국인 부부 2명, 그리고 멜버른으로 가는 한국인 여학생 1명이 있었다. 나의 뒤에는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호주 아저씨가 한 명 있었다. 아니, 이곳 중국에서 LG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외국인을 보게 되다니, 확률적으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신기해하다가 비행기 환승 생각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항공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다. 항공사에서는 기존의 오후 8시 비행기를 대신하여, 새벽 1시 비행기를 배정해 주었다. 인천공항에서 이미 2시간 반을 대기하고 왔는데, 이곳 푸동공항에서는 4시간여를 더 대기해야 한다고? 4시간이라는 이 긴 시간을 나는 도대체 무엇으로 또 버텨야 한다는 말인가? 수원 집에서 아침 9시에 나왔는데, 아직 멜버른 비행기도 환승하지 못했다는 현실에 가슴이 턱턱 막혔다. 앞으로 멜버른향 비행기도 8시간은 더 타야 하는데 말이다.


좋은 공항 의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여행객들이 선점하여, 한 명씩 일자로 누워 있었다. 피곤해 죽겠으니 일단 눕고 보자며, 공항의 구석 바닥에 가방을 베고 누웠다. 혹시 또 너무 깊은 잠에 빠질까 하여, 핸드폰은 2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추고 옅은 잠을 청하였다. 다른 여행 같았으면, 일기라도 쓰며 시간을 알차게 쓰려고 했을 텐데, 오늘은 몸이 으슬으슬한 게 컨디션이 영 꽝이다. 중국과 호주는 또다시 코로나가 유행이라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공항을 돌아다닌 게 괜히 마음에 걸린다. 항공사 직원들은 비행기 환승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중국 과자와 마실 물, 담요를 나누어 주었지만, 나는 배고픔도 뒤로 하고 애써 눈을 붙였다.

어느덧 새벽 1시도 다 되었겠다. 이제는 슬슬 탑승 준비를 해야겠다 하고 자리를 일어서는데, 비행기가 아직 준비가 안되어 1시간은 더 기다려달라는 사과 방송이 들렸다. 이번이 3번째 방문하는 멜버른이지만, 이렇게도 멜버른 가기가 힘들었던 때가 있었나 싶다. 다음에 방문할 때도 이렇게 비행기 타기가 힘들면, 나는 두 번 다시 호주 갈 생각을 못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였다.


그렇게 새벽 2시 반이 되어서야, 멜버른 비행기는 겨우 푸동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 잠에 취해, 피곤함에 취해, 나는 말 그대로 멜버른에 도착하는 그때까지 기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자리를 빌려, 내가 긴 비행에 기절할까 염려하여, 8시간 내내 대화를 이어가시던 두 명의 중국 남자승객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셰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