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1988년의 회기동에 와 있다.

by 김정배

“노을 보면서 이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미안해.

꽃 보고 아무 감정 느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이런 사람이어서, 정말 미안해”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게 왜 미안한 거냐고 묻지 않았다. (중략)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내 불행은 그의 방식이 나와 다르다고 투덜거린 나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걸.

-삶의촉수(이연) 작가님의 브런치 매거진, <어쩌다 보니 부부로 25년을 살았다> 중 일부



그는 왜 그녀의 예술활동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는 왜 그녀의 감정과 느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해주지 못하는 것일까? 하지만 사실은 그도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으리라. 제 3자인 내가, 그저 한 소설의 독자에 불과할 뿐인 내가,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는 없으리라.



그와 그녀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영화 속의 그와 소설 속의 그. 그리고 영화 속의 그녀와 소설 속의 그녀가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헷갈리지 않는 사실은, 소설 속의 그녀도, 영화 속의 그녀도 지극히 <나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나에게 타임머신이 있어, 누군가의 과거를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1988년 회기동의 그녀>를 만나러 갈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금, 2021년이 아닌, 1988년의 회기동에 와 있다.



*이 글과 그림은, 삶의촉수(이연) 작가님의 브런치 매거진, <1988 회기동>과 브런치 북 <어쩌다보니 부부로 25년을 살았다>, 그리고 브런치 매거진 <영화가 묻다>에 포함된 <나의 샌드라, 너는 어디에?>라는 글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업하였습니다. 해당 내용의 글들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삶의촉수(이연) 작가님의 브런치를 방문해보실 것을 적극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