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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Apr 22. 2024

어린왕자 소설 속의 장미가 그렇게도 까탈스러웠던 이유

여주의 <초록 공간>에 100 여 그루의 장미를 심은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100 여 그루의 장미들을 예쁘고 건강하게 잘 기르기 위하여 지난 2주간 얼마나 많은 인터넷 자료와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았는지 모르겠다. 해당 자료와 영상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장미를 키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네 가지는 바로 다음과 같다. 물, 햇빛, 바람, 그리고 영양!



먼저, 장미는 물을 좋아하는 꽃이다. 장미에게 물을 자주 주되, 물을 너무 많이 줘서는 안 된다. 장미 주변에 습도가 높으면, 잿빛 곰팡이병, 노균병, 흰가루병과 같은 질병이 발생하여, 장미의 면역력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장미를 심을 때에는 마사토와 같이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장미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햇볕이 너무 강한 곳에 심어서는 안 된다. 하루 3~4시간의 적절한 일조량을 받을 때에 장미가 가장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너무 강한 햇빛은 장미의 여린 잎과 꽃잎을 태워, 결국에는 장미 전체를 시들게 한다.



셋째, 장미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심되, 그렇다고 너무 강한 바람을 맞게 해서는 안된다. 노균병은 통풍이 되지 않는 곳에서 자란 장미의 잎에 까만 반점이 생기는 병이다. 장미 주변의 습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잘 부는 곳에 장미를 심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강한 바람은 장미의 줄기와 가지를 흔들어 장미의 뿌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넷째, 장미는 비료를 좋아하는 식물이다. 비료에 신경을 쓰는 만큼, 우리는 더 화려하고, 더 많은 양의 장미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영양과 관련하여 내가 참으로 흥미롭게 느끼었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장미는 자신의 뿌리 근처에 다른 식물의 뿌리가 있으면, 자신의 성장보다는 고사하여 죽는 것을 선택한다고 한다. 다른 식물에게 자신의 영양을 빼앗기느니,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만큼이나 장미는 자신이 남보다 더 돋보이고 싶어 하고,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식물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주간, 장미의 생태와 습성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소설 속 장미의 까탈스러움이 이해가 된다. 장미는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도, 너무 적게 주어서도 안 된다. 햇빛을 너무 많이 쬐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적게 쬐어도 안 된다. 바람이 너무 적어도 안 되고, 바람이 너무 많아도 안 된다. 그래서 소설 속의 장미는 그렇게나 많이, “유리덮개를 씌워 달라, 유리 덮개를 다시 열어달라, 벌레를 잡아달라, 바람을 쐬어 달라, 목이 마르다,”하고 어린 왕자에게 치근덕대었나 보다.       



그리하여, 내가 최근에 장미를 공부하며 내린 결론은, “어린 왕자를 쓴 생택쥐페리라는 작가는 장미라는 식물을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설 속의 장미 캐릭터를 그렇게나 까탈스럽고 맛깔나게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평소에 장미라는 꽃을 아끼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그 꽃에 대한 애정이 그의 소설에도 그대로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와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기를 원한다면, 제일 먼저, 그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 사람이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알게 될 때, 그제야 그 사람처럼 느끼고, 그 사람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바로 그곳에서부터 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시작된다고 한다.

물과 햇빛과 바람과 영양분! 나도 이제부터 장미처럼 느끼고, 장미처럼 생각을 해볼까 한다. 나는 누구보다도 장미와 사랑에 빠지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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