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팝 아트의 창시자, 앤디 워홀은 실크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표현 기법을 개발하여 예술품의 대량 생산 및 상품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그는 콜라병과 브릴로 상자, 통조림 캔 등의 이미지를 작품화하여 예술 작품이라는 것이 그리 추상적이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대상화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캠벨 수프 통조림이다.
화면에 가지런히 배열된 캠벨 수프들은 모두 다 똑같은 캠벨 수프이다. 그러나 어떠한 의미에서 이 캠벨 수프들은 모두 다 똑같은 캠벨 수프 수프가 아니다. 그래서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들은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일치하는 이미지가 없다. 그것이 색채가 되었든, 음영이 되었든, 배치가 되었든, 각각의 이미지들은 바로 옆에 이웃해 있는 비슷한 이미지들과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앤디 워홀은 이러한 이미지를 실크 스크린 기법을 이용하여 수 천 개, 수 만개를 만들었고, 그의 캠벨 수프는 오늘날의 많은 현대인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마 14년 전인가, 15년 전의 일이었던 것 같다. 공연 뒤풀이의 술자리, 어느 선배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졸업한 선배들이 왜 매년 정기 공연을 보러 학교에 다시 찾아오는지 아느냐고...... “음..... 글쎄요......” 그 선배님께서 말씀하셨다. “솔직히 공연은 매번 뻔해. 처음에 고사하고, 그다음에 사물놀이하고, 그다음에 설장구하고, 그다음에 북이나 채상 개인놀이하다가 판굿 하겠지. 그것도 정읍우도로 말이야. 선배들이 공연 보러 오는 건 말이야, 정말로 공연을 보기 위해서 오는 게 아니야. 1, 2학년 때 죽어라고 악기만 치고 졸업하기 전까지 뛴 판굿이 몇 번인데, 무엇이 아쉽다고 자기가 몇십 번 뛴, 똑같은 판굿을 또 보러 오겠어? 차라리 다른 전문패의 다른 공연을 보러 가면 모를까. 그런데 중요한 건 말이야....... 똑같은 순서, 똑같은 판굿이라도 매번 공연이 똑같지가 않다는 거야. 물론 작년이나 올해나 내용은 다소 비슷하겠지. 그런데 그 분위기라는 게 매번 달라. 그래서 작년 다르고, 올해 또 다르지.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선배들은 공연을 보러 오는 게 아니야. 사람을 보러 오는 거지.....”
매년 똑같은 공연, 매년 똑같은 판굿! 그러나 어떠한 의미에서는 매년 똑같지 않은 공연, 매년 똑같지 않은 판굿! 그것은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처럼 어딘가 서로 닮아 있지만, 그것은 또한 어딘가 서로 달라 있다. 나는 7년째(정확히는 4년째) 똑같은 동아리 방에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졸업할 즈음의 동아리 방의 모습이 내가 입학할 즈음의 동아리 방과 똑같다고는 감히 이야기할 수 없다. 바로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이 달랐기 때문이다. 똑같은 외형의 포장임에도 각각의 캠벨 수프가 서로 다른 통조림인 것처럼, 똑같은 동아리 방에서, 똑같은 공연을 하고, 똑같은 판굿을 하고 있지만 작년과 올해의 동아리 방이 서로 똑같지 않은 이유는 그 안에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동아리 생활을 더욱 재미있게 해 주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공연의 계절, 봄이다. 올해에는 또 어떤 공연이, 그리고 또 어떤 캠벨 수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서 그런지 집에 들어가거든 따스한 수프 한 그릇 끓여 먹고 싶다. 물론, 야식은 이와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