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삼 일간 짧은 휴가의 시작, 남편은 아침부터 들떠있는 듯하다.
짧지만 근교로 떠나는 휴가, 회사도 일도 피곤한 기분도 다 털어내고 오기를 바라며 아침부터 부산하게 여행가방을 쌌다.
“여보, 오늘 뭐할까.”
“여보, 오늘 머먹을까.” 여보~여보~
꼭 쉬는 날이면 나를 부르는 횟수가 많아진다.
가끔은 ‘귀찮아서’또는 ‘가끔은 자주 불러주는 게 듣기 좋아서.’
그래서 가끔은 대답은 하지 않기도 한다. 오늘은 후자인 날.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들뜬 남편, 오늘의 아들과 아빠가 참 똑같아 웃는다.
우리는 휴가를 가면 꼭 비가 온다.
자주 오는 비도 아닌데 전날 쨍쨍한 날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비 오는 날 수영장 사진도 참 많다.
오늘도 어김없이 야외 바베큐장에 비가 내린다.
처음엔 봄비처럼 오더니 점점 빗소리가 거세진다. 야외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싫지 않다.
비 오는 날 숯불에 구운 고기와 사케 한잔,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켜고 텐트 안에 음악으로 꽉 차는 저녁이다.
구운 고기가 다익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다. 그저 셋이 빗소리와 우린 사케,요큐르트잔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비에 젖은 파란 잔디 촉촉한 풍경까지 그저 좋기만 한 저녁이다.
“엄마, 산책 다녀올게요.”
“비 오는데.. “
“그러니까요. 비 오는 잔디밭 좀 걷다 올게요.”
남자아이지만 어릴 적부터 감수성이 남다르다. 정든 것은 버리지 못하고 나의 기분도 잘 들여다본다.
오늘은 그저 비오는게 즐거운 모양이다.
구운 소시지가 나올 무렵 아이도 나도 남편도 셋이 앉아 저녁을 먹는다.
미지근해진 사케도 잘 익은 고기도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도 그저 좋은 저녁이다.
’이렇게 앉은 저녁 그저 행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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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반짝반짝빛나는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