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기억

반짝반짝 빛나는

by 박상희


내가 살던 고향을 떠나온 지 이십 년이 되어간다.

성인이 되어 직장인이 되었을 때 떠나온 곳, 그리고 그 시기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생겨버린 곳, 그리움과 아픔이 공존하는 곳이다.

갑자기 어떤 기억이 쑤욱 머리를 든다.


초등 5학년 어린 마음에 아직도 상처로 남은 한 번의 기억이 있다. 회장 선거를 하던 시기 친했던 아이들이 한 번에 등을 돌렸던 일이 있었다.

이유 없이 변해버린 친구들의 행동, 영문도 모른 체 나는 그 아이들의 행동을 받아들여야 했다.

학교 다닐 때 친구 관계는 원만한 편이었고, 특별히 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쭈뼛쭈뼛 한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있잖아. 누가 그러던데 네가 하기도 싫은 회장 자리를 두고 애들이 너를 밀어줘서 해야 한다며 잘난 척을 하고 다닌다고 하더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그런 말 한적 없어.”

“네가 진짜 그런 거 아니지? 그렇지?”


나에게 정말 그랬냐고 물어보는 친구의 말이 고맙기도 그저 나를 오해한 친구들이 야속하기도 했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 있지도 않은 행동으로 나는 나도 모르는 한 사람이 되어 있었고, 나는 일방적으로 한 아이의 비방의 말에 묻혀버린 것이었다.

그 시기는 반 회장 선거를 하던 시기였다. 회장 후보로 올랐던 나와 그 아이는 나를 비방하며 자기를 지지해 줄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닌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릴 적 학교 시절 에피소드로 넘길 수 있었겠지만, 그때의 나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이유도 묻지 않고 나에게 등 돌린 친구들, 그리고 나의 행동과 상관없이 돌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는 상황에 어떻게 보면 교훈을 얻었던 것일 수도 있다.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떤 한 아이의 말에 휘둘려 일명 ‘왕따’를 경험했다.

그 기간은 일주일도 안되어 나를 비방하던 아이의 말은 들통났고 그 아이는 사과를 하고 그 일은 일단락되었다.

아직도 그 친구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와 특별히 친하지도 않았고, 나와 친한 그룹의 친구들과 그저 친해지고 싶어 어린 마음에 했던 행동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계획적인 행동이었다.

친구들과의 오해는 풀렸고, 나의 친구들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긴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았다.

나는 나를 믿지 못한 친구들 탓보다는 믿음을 못준 내 탓을 하고 그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다.

오래 지나 성인이 되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 그 뒤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기에 더더욱...


가끔 살다 보면 필요 없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그런 오해로 누군가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기도 한다.

나만 아니면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마음속으로 나는 더 많은 상처들을 안고 치유해야 한다.

직장을 다닐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결국 그 직원의 거짓말은 얼마 안 되어 들통났다.

그 사람은 늘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직장에서는 그런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 이후로 나와 다른 직장동료들과는 더 돈독해지는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얼마 전 취소한 강의 한 건이 있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인원과 대상이 정해져 있는 초청된 강의였고, 약속된 시간까지 원래의 인원의 반도 신청과 입금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관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강의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라 인원 미달로 취소 통보를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신청자들이었지만 나는 뒤에서 들리는 비방을 감당해야 했다.

나의 sns를 통해 주말 내 응급실을 갔던 상황이며, 아이의 병가 덕에 쉰다는 나의 이야기들, 일명 신상 털기로 자신의 단톡 방에 나를 도마 위에 올렸던 것이다.

나의 사생활과 상관없이 어떤 상황이든 나는 약속된 일을 했을 것이다.

이유가 되지 않는 이유들로 내 잘못으로 돌리며 자신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또 한 번 모두 내 맘 같지 않으니 그저 흘려보내자 했던 것 같다.


사람들과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가끔 나의 의사와 상관없는 일을 겪으며 나도 어느 순간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늘 경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혀에서 나온 단 한마디가 어떤 사람들에게 긴 시간의 상처가 되기도 하고 또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제 늦은 저녁 20년도 넘게 아무 연락 없이 지내던 그 친구(나를 비방했던)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기억하냐고...

갑자기 그 기억이 머리를 든다.

그냥 스팸처럼 무시해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의심의 눈으로 그 메시지를 바라보게 된다.

단순히 나를 그렇게 찾았을 것 같지 않은 기분, 나의 고향에 가고 싶지 않은 그 이유까지 떠오르게 하는....

내가 하는 일이며, 나의 가족들의 근황을 묻는 그 친구의 말이 그저 반갑지 않다.

건성건성 대답하며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며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이 친구는 나를 그저 초등학교 동기로만 기억하고 있을까? 그 친구에게는 자신의 행동은 용서받고 사라진 기억일지 모르겠다.


어릴 적 작은 에피소드, 어린 시절을 장소를 떠나 살게 된 스물아홉 즈음의 기억, 그때를 떠올리게 한 오늘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나타난다.

마음으로 행동으로 쓸데없는 기억이고 걱정이라고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발목을 잡고 있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며 살지 않기

말은 필요한 말만 하기

누군가의 말을 나의 해석으로 전하지 않기


살아가며 이런 철칙은 살아가며 겪은 일들로 내게 생긴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 준 만큼 나에게도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할 수 없는 일들을 겪을 때마다 나아가기 위해 더 단단해진 마음을 가지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또 기억하게 된다.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소신 있게

그리고 겪어내야 하는 일들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