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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희 Oct 04. 2018

03 경력, 그 한끗 차이

part2 박마담의 슬기로운 여성생활 03

03 경력, 그 한끗 차이


또 한 줄, 새로운 경력


나의 30대를 보낸 회사 퇴사 후  2년, 새로운 환경과 일에 대한 도전과 성취감, 그리고 그에 동반한 스트레스로 희비가 엇갈리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새롭게 시작한 전문직 공무원의 생활 

기업, 학교와는 또 다른 패턴과 업무방식을 익혀야 하는 또 신입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었다.

외부의 시선은 전문 경력직인 것! 

‘전문경력직’이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이래서 경력!


신입은 신입인데 경력이다. 

‘전문경력직이라는데…’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고 자격지심 일지 모르겠지만 따가운 눈총을 스스로 느끼며 첫 한 달을 보냈다.

나는 그렇게 공공의 조직이라는 생소한 조직의 생태계와 업무 방식을 파악해야 했다.

생각보다 더  체계와 룰을 중시하는 조직생활이었고 새로운 과제들을 만들어 내는데도 그 예정계획과 맞아야만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먼저 연간 계획에 맞는 일의 흐름과 연계 기관들과의 협업, 그리고 체계적인 협업과 근거를 만들며 해나가야 하는 것이 우선라는 것을 파악을 하게 되었다.


첫 번째 나에게 주어진 업무!

공공의 영역에 시민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이었다.

다만 그 일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일반 기업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동일하나 그 아이디어의 실현을 위해 업무와 기관과 실행계획과 연관된 많은 부분들을 미리 체크하고 움직여야 할 일들이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스스로 파악하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겠구나.’

짧은 기간 파악한 관계도를 머리속에 그리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나는 공공영역에서 요구하는 일들에 맞춰 부지런히 다양한 기획서와 제안서를 냈다.

실무기반으로 진행했던 많은 기획방법들을  공공 영역에 맞는 안들로 바꾸어 제안했고 또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 보고자 했다. 하지만 번번이 공공의 영역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업무 프로세스 파악에 밀려 그 많은 기획안들은 의미 없는 아이디어로 사라졌다. 

회사를 다닐 때는 기간별 주어지는 일들을 해가면서 서서히 쌓인 경력과 축적된 시간들로 새로운 일을 대하는데 어려움이 덜했다. 지금의 일은 같은 일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전혀 다른 부분이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 기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즈음 돌아가는 상황 파악이 되었다. 

내가 놓친 것들이 무엇인지 작성해 보았다.


협업 프로세스를 이해도 부족!

아이디어보다 먼저 전반적인 계획 사업을 이해!

협업을 위한 인적 관계 관리의 중요성!


기관과 부서 간 협업의 룰을 파악하는 부분에 있어서 일의 시작과 실현을 위한 복잡한 상관관계들을  풀어가는 것이 더 큰 이슈였다. 

여러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파악하지 못하면 풀지 못할 부분들이 눈앞에 보였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을 보내며 나는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에 맞게 나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해보고 싶은 영역에 대한 제안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 일반 기업에서 쓰던 업무 리스트 정리 방식을 적용해 정리했다. 


워크시트 작성!

‘목록, 일정, 체크리스트 , 담당기관, 협업 유관부서, 담당자, 미팅 일정, 각 부서별 분기별 이슈’

꼼꼼히 체크하고 준비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공공 영역에 필요한 스킬과 프로세스를 익히며 하고자 하는 일을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갔다.


‘이래서 경력직이야~!’


기업 경력 15년 차 경력직, 그걸 증명하고 싶었다.

준비하면 열릴 일들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하나하나 일을 해나갔다. 하지만 늘 마음속은 늘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소통을 위한 체크리스트


또 하나의 업무는 많은 기관과 기업의 담당자를 컨텍해 공공의 영역과 그들의 사업의 교집합을 만들어 가는 일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제휴를 위한 미팅, 또는 업무를 위한 거래처 미팅 들을 처럼 같은 목표를 위한 협업의 자리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게 주어진 이 일은 내가 하려는 사업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함께 할 수 있게 만들어가야 하는 일이었다.

‘소위 말하는 영업?’ 

‘내가 하려던 일이 이것이었나?’

처음 생각하고 지원했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일을 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고, 또 내게 요구되는 일이었다.

고민은 접어두고 그리고 또 새롭다. 그리고 소통을 위한 기업과 기관들과의 미팅을 통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좋은 경험 있었다고 생각된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하지만 또 한편 결과를 만들어 가기 위한 협의 절차는 심플하게 전달되고 결정을 요구하기에 되어야 하기에 신경 써야 할 절차들이 많고 힘들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루트를 통한 나만의 소통력! 

이슈의 전달 방법과 결과를 이끌어 내는 소통력이 필요했다. 

나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발견한 계기가 되었고, 그 결핍을 채우는 노력을 해나갔다.


소통을 위한 다섯가지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이메일, 전화, 메시지 , 미팅, 회의록 단계별 그들과 소통전 준비사항들을 새롭게 체크한다.




1  메시지, 전화통화 전 메시지는 필수! 연락 목적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처음 받는 이의 연락은 스팸과 같다. 소속과 이름, 그리고 연락한 목적을 보내며 미리 연락 가능한 시간을 문의한다. 답을 받았을 때는 꼭 인사의 메시지를 남긴다. 

2  전화, 시작은 릴랙스~꼭 필요한 내용만 잘 전달하라!

늘 바쁜 업무시간이다. 할일 많은 시간 시간낭비라 생각할 수 있다. 부드럽게 시작하되 연락한 목적과 향후 전달할 메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전달한다.

3  이메일, 그들에게 끌릴만한 이슈를 잘 인지되게 써라!

전화로 이미 공지를 했으니 끌릴만한 이슈 눈에 잘 보이게 쓴다. 우리의 함께 일할 시 얻을 수 있는 혜택 위주로 또는 그들의 업무에 도움이 될 정보를 함께 빠르게 인지할 수 있게 1,2,3으로  이슈들을 정리하여 보낸다. 

4  미팅, 목적에 맞는 협업구조를 확실히 보이게 미팅록을 작성한다!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가 협의할 일들에 대해 공지했다. 이제 대면 미팅을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는 설명과 프로세스를 한눈에 보이게 정리하여 짧은 시간에 많은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게 한다.

5  회의록, 미팅 후 우리의 미팅 목표와 결론, 향후 방향에 대해 공유한다.

미팅 시 주요 이슈를 간결하게 정리한다. 이번에도 번호순으로 중요 이슈를 작성하며, 향후 협의해야 할 사항과 미팅 시 미결 상태의 이슈들의 확인기한과 차후 미팅 일정에 대해 미리 언급한다. 

그렇게 소통을 위한 준비와 함께 하나씩 일들을 풀어나갔다. 

같은 주제지만 많은 기관과 부서들의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조율은 쉽지 않았다.

대신 많은 전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소위 말만 하면 기업들의 담당자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 일을 통해 나만의 소통력과 또는 담력, 협업 프로세스 운영에 스킬이 고스란히 내게 남았다.

힘든 기간이었지만 그 조차 이후에 생각해보니 좋은 공부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나를 만나러 간다


공공의 다양한 시설들에 새로운 이슈들을 만들어가며 일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른 출근으로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줄었고, 긴 출퇴근 시간으로 회사 사람들과의 소통은 즐거움보다는 시간에 쫓겨 돌아가야 하는 마음으로 조급함이 더 컸다.

그런 시간의 반복으로 즐거워야할 만남은 즐겁지가 않았고 그들과의 소통을 위한 시간도 사라져 가고 있었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


‘박마담이 사라졌다’


아이디어를 발견하며 반짝반짝 빛나던 내 머리 눈과 머리, 

사람들과 소통을 즐거워하고, 

새로운 일을 만들고 노력의 결과물들을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꼈던 나! 

어느새 서류 작업과 해야 할 조율과 프로세스, 그리고 시간에  쫓겨 그 빛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왠지 모를 공허함! 나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 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의 브랜드가 되었던 ‘박마담’의 모습은 지금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원래의 나는 어디 갔지?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가?’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게 있었다. 삶과 일, 그리고 미래를 위해 늘 즐거운 일을 만들던 나는 사라지고 나의 박마담은 퇴색되어가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첫 직장, 원하는 일이었지만 늘 결핍이 있었다.

원하는 경력을 위해 다녔던 그곳에서 신입사원을 보냈던 나는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살지 못했고, 그 결핍으로  돌파구를 찾아 서울 상경을 결심했었다. 

돌아보니 지금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나는 나를 다시 찾아가야 할 시간임을 인지했다. 

이 기간 회사의 일,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 갑자기 찾아든 집안사로 더 이상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마저 찾아왔다. 

지금부터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시간임을 인지하며 나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 되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다시 나를 찾는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새로운 나보다는 원래의 나를 찾아야겠다. 


그 한 끗이 만든 첫 발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던가?' 


눈앞의 결과만 보고 달리기를 했던 때, 

출산과 육아의 시선, 예상치 못했던 교직생활, 

낯선 시선으로 나답게 살지 못했을 시기

생각해보니 모두 나를 잃고 살았던 시기였다. 


나로 살지 못했던 내,외부적 환경으로  나의 브랜드를 잃고 살아야 했던 시기 

그 시기를 뚫고 난 늘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 시간들의 결과치로 나는 다양한 경력을 가지게 되었고, 오래 머물렀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갖지 못할 경험치들이 쌓여 온전히 나에게 남았다. 



긴 직장생활로 얻은 나의 경험치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단단한 심장이 되었고,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은 나의 경력에 한 끗 차이를 만들어 준 강력한 기회들이 되었다. 

이렇게 얻은 나의 진짜 경험들로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날 준비가 되었다. 

이 곳에서의 직장생활을 마지막으로 나는 진짜 내가 만들어가는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오랜 직장 생활을 접으며 그 익숙함을 떠나는 것이 두려웠던 그때, 그 두려움으로 뒤로하고 시작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기회들.

그 기회들을 만나며 힘든 일도 때로는 후회의 시간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을 위한 공부였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시간들의 그 한 끗 차이를 만들어 오지 않았으면 도전하지 못했을 일, 그리고 내가 고군분투 해온 축적된 시간의 힘으로 이제 나는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길을 가보려고 결정했다.


가보지 않은 땅을 밟는 개척자의 마음으로 

그리고 마음 한켠 숨은 두려움을 뒤로하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에 대해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by 박 마담의 ‘슬기로운 여성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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