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제품(프로덕트)을 관리(매니지)하는 사람(er)인데, "관리"가 정확히 뭘까. 정의하기 나름인 것 같다. 이제 프로덕트 매니저(이하 프덕매) 3년차이지만 아직 확 와 닿지 않는다.
'what does a product manager do?'라고 검색을 해보면,
- 프덕매는 제품을 총괄하는 미니 CEO다
- 프덕매는 제품에 대한 전략을 세운다
- 프덕매는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을 끊임없이 개선한다
- 프덕매는 제품 개발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율하고 출시 및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하나같이 맞는 말 같지만, 읽다 보면 의문이 든다. "제품 전략을 고민하는 것은 CEO도 하지 않나? 그리고 고객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건 다른 팀에서도 하는 일 아닌가?"
그러면 프덕매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왜 필요한가?
2. 조별과제 조장인 듯
프덕매 일을 하면서 스스로의 업무를 돌이켜보았다. 그 동안 보낸 이메일, 진행한 회의기록, 슬랙 대화 등등... 유심히 살펴보니 대학교 PPT 조별과제의 조장 역할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장은 의견을 취합해 조별과제의 최종 목표를("우리 다 같이 A+ 노려볼까요?ㅋㅋㅋ") 정할뿐만 아니라,
- 발표 주제는 뭘로 할 건지
- PPT 파일은 누가 만들고
- 자료조사는 누가 할 것이고
- 결과물을 언제,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 PPT 디자인이 구리면 어떻게 개선할지
- 누가 발표할 것인지
- 다음 회의는 언제, 어디서 할 것인지
등등...
최종 목표까지의 과정이 원활하도록 조율하는 사람인 것 같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예: 자료조사 담당 조원이 아프다며 연락 안 됨)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조원 중 한 명이 "제가 자료조사 해올게요!!"라며 의욕 넘치게 자원하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조장이 자기 시간 헐어서 때워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A+를 딴다는 대의를 위해.
3. 그래서 프덕매가 뭐하는 사람이라고?
사업 팀은 돈 벌 생각을 한다. 개발 팀은 개발할 생각을 한다. 이 둘을 같은 방에 앉혀놓고 "자 다들 모였군요. 이제 엄청난 제품을 개발해서 떼돈 법시다!"라고 해봤자,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이들 중간에 비집고 들어간다.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협업할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해야한다. 거창한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 무엇을 만들까?
- 그걸 왜 만들어야 하지?
-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있나?
- 어떤 식으로 만들까?
- 우리에게 그걸 만들 능력이 있나?
- 다 만들었다 치자. 어떤 식으로 서비스해야하지?
-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 그걸 만들 돈과 시간은 있나?
- 오늘 점심은 삼계탕 어때요?
이야기하다 보면 현재 우리 위치는 어디이고, 앞으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대충 방향이 잡힌다. 그 후엔 각자 맡은 역할에 집중하는 것뿐. PPT 담당은 PPT 열심히 만들고, 자료 조사 담당은 열심히 자료 조사하고, 조장은 모두의 결과물이 "노력해서 만든 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