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비슷해 보이긴 함
나는 '기획자'라는 타이틀로 일해 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기획자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IT기획자면 IT기획을 하는 사람!"이겠지만,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밤낮없이 기획서를 쓰는 모습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어서 검색을 좀 해보았다.
-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획서 작성
- 사업팀에서 요청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스토리보드 작성
- 시장 조사 및 경쟁사 벤치마킹
-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 조율
-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하지 않는 업무 다 도맡아 함
등등...
언뜻 보면 내가 프덕매로서 하는 일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냥 프로덕트 매니저=기획자 아냐?"라고 대충 마음속 결론을 낸 채로 기획자 관련 글을 계속 읽었다. 그러다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었다. 기획자는 프덕매와 비교해 제품에 대한 '권한'이 약하다는 점.
2. 말이 통해야 한다
스토리보드를 작성. 커뮤니케이션 조율. 둘 다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프로덕트 매니저는 제품의 방향성, 개발 우선순위 등도 책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제품의 방향성을 잡으려면 사업팀과 수익 관련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 우선순위를 정하려면 제품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설계되어야 하는지 (개발자만큼은 아니라도) 이해해야 한다. 사업팀이 "돈 벌어야 함!!!"이라 외치면서 무리한 요구를 쏟아낸다면 그들을 진정시켜야 한다. 개발팀이 코드를 완벽히 다듬는 것에 심취해있다면 선을 그어주어야 한다.
만약 사업팀의 요구와 개발팀의 의견이 충돌한다면?
(예)
- 사업팀: "매출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어요!"
- 개발팀: "매출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려면 구현할 게 너무 많아요!"
(프덕매가 적절하게 교통정리를 해주어야 한다)
- 프덕매: 매출을 실시간으로 보면 좋은 점이 뭐죠? 기술적으로 관리할 것이 더 많아지고 복잡해지지는 않나요? 혹시 실시간은 아니지만 1시간 딜레이면 타협이 될까요? 등등
위 예시와는 반대로, 사업팀 요구에 개발팀이 열광적으로 호응할 때도 있다.
(예)
- 사업팀: "유저들에게 실수로 성인 광고가 나가면 안 됩니다. 모든 광고를 실시간으로 스캔하는 솔루션을 도입해야 해요!"
- 개발팀: "새로운 형태의 솔루션! 개발해보고 싶다!"
- 사업&개발팀: "우리는 하나다! 우오오!"
- 프덕매: "그 솔루션 사용료가 월 2만 달러ㅋ" (팩폭으로 모두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권한이 있는 만큼 제품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한다. 개발팀과는 기술적인 이야기를, 사업팀과는 수익성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식과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3. 내 나름의 결론
글을 쓰다보니 의문이 조금 풀린 것 같다. "프로덕트 매니저 = IT기획자 아닌가?"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은:
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