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트위터는 직원들에게 평생 원격으로 근무를 해도 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반면 애플은 직원들에게 다시 사무실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그리고 많은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원격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적절히 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원격근무를 시행한 후 취합한 장점과 단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일 것이다.
나는 현재 같은 회사를 약 7년째 다니고 있다. 처음 5년 반은 사무실에서 일했고, 나머지 1년 반은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 원격으로 일해보니 분명 효율적이긴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단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지 알아보자.
데이터 같은 팩트는 메신저나 이메일로 전달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오히려 말로 하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나의 의견이나 생각을 글로 공유하기란 생각보다 힘들다.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글이나 엑셀 파일로 충분하지만, 그것에 대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전달하기 어렵다. 아무리 말로 '걱정된다' '심각하다'라고 표현해도 직접 만나 이야기할 때의 무게감까지는 전달할 수 없다.
메라비언의 법칙에서는 비언어적 표현이 커뮤니케이션의 93%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말의 내용보다 표정이나 손짓, 목소리 톤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비언어적 정보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그럼 원격근무에서는 이런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나는 메시지나 화상 통화를 할 때 나의 메시지가 너무 기계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 쓴다. 메시지에 이모티콘이나 짤방을 적절히 섞으면 인간적인 느낌을 묻힐 수 있다(대신 너무 많이 쓰는 것은 역효과). 슬랙을 사용한다면 회사만의 커스텀 이모티콘으로 '딱 맞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도 방법이다. 화상 통화를 할 때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카메라를 켜고 (내 표정이 잘 보이도록) 조명을 밝게 하자.
잡담의 실종은 애플이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아이디어가 잡담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에서 두 인물이 즐겁게 떠들다가 한 명이 갑자기 '방금 뭐라고? 다시 이야기해봐'라며 대화 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처럼, 목적과 의도가 없는 잡담에는 보석이 숨어있다. 각자 원격으로 일하면 효율적 일지는 몰라도 잡담할 기회는 필연적으로 줄어든다.
잡담 미팅을 만들거나 슬랙의 허들(Huddle) 기능으로 어떻게든 잡담의 기회를 늘려보자. '바쁜데 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각자의 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열리는 잡담 모임은 의외로 효과적이다. 잡담은 각자의 경계심을 푸는 동시에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만든다. 열린 대화는 숨겨진 아이디어를 끄집어낼 뿐만 아니라 협업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 부담스럽다면 잡담용 채널이라도 만들자. 어떤 형태로든 각자의 잡생각을 뱉어낼 공간이 있어야 한다.
회사에는 늘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있던 사람이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이 입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을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와 어떤 식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인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느낌이 통한다'라는 말처럼, 손발이 맞으려면 서로가 느낌을 교환하면서 통하는 구석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직접 만나지 않으면 '통하는 느낌'을 구축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같이 밥도 먹고 잡담도 하면서 작은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데, 원격으로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기 힘들다면 이야기라도 많이 해보자. 나는 새로 입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말을 건다(쑥스럽지만 용기 내어 엔터키를 누른다). 우연히 마주칠 계기가 없으니 일부러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 입장에서도 낯선 회사에서 (원격 근무로 인한) 고립감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말을 걸면 새로운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대신 너무 귀찮게 느껴지지 않도록 주의).
반대로 내가 입사자 입장이 되더라도, 새 동료들에게 일단 말을 걸고 1대 1 미팅을 잡아보자. 우리는 기계 부품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사무실 출근은 괴로운 프로세스지만 환경이 전환된다는 장점이 있다. 사무실이 주는 '여기는 일하는 곳!'이라는 느낌과 다른 사람의 시선이 주는 긴장감이 있다. 반대로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긴장감이 풀어져버린다.
웃긴 건 긴장감은 풀어지면서도 '일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빨래를 하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회사 일 생각이 난다. 마치 독서실을 가야 공부하는 척이라도 했던 학창 시절처럼, 새로운 환경이 주는 동기부여가 있다.
같은 장소를 끝없이 맴돌다 보면 일에 재미를 붙이기 힘들어진다. 심지어 퇴근할 때의 기쁨조차 느끼기 힘들어진다. 환경을 지속적으로 바꿔주면서 주의를 환기시키자. 카페도 좋고 공유 오피스도 좋다.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컴퓨터 배경화면이나 슬랙 테마도 주기적으로 바꾸어보자. 별 것 아니지만 기분이 새로워질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할 때 자동으로 채워졌던 그 욕구가 원격 근무에서는 더 이상 자동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매주 금요일에 온라인 퀴즈 대회가 열린다(나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 안타깝지만 참여를 못하고 있다...). 카후트(Kahoot)라는 퀴즈 게임 서비스를 줌(Zoom)과 연동하여 열리는 사내 퀴즈 대회인데, 주제는 영화, 드라마, 게임, 역사 등 다양하다. 상품도 있어서 열기가 꽤 뜨겁다.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할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회사에 꼴 보기 싫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온라인으로 음주 미팅, 관심사 모임 등을 갖는 것도 좋다. 어떻게 하면 팀원들과의 인간적 접촉점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보자. 사내 모임은 '해내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서로의 느낌을 공유할 기회가 훨씬 많다(대신 강제성이 없도록 주의).
원격근무 100%인 환경이 효율적이긴 하다. 번거로움이 없어 편하다. 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생산성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람은 효율적이면서도 창조적이고 즐거워야 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원격 근무와 사무실 출근이 적절히 섞인 형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굳이 한쪽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비율을 어떻게 섞을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매일 컴퓨터를 붙잡고 일하지만 우리 자신은 컴퓨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본 내용은 요즘IT와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