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맥북을 새로 구입했다. 그리고 내 일상에 늘 함께했던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져 버렸다.
원래는 회사에서 받은 맥북프로 13인치(2017년 형) 모델을 사용하고 있었다. 용량은 256GB로 큰 편은 아니었지만 파일을 많이 저장해놓는 스타일이 아니라 괜찮았다. 램도 16GB여서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CPU와 키보드가 문제였다. 무려 듀얼코어(!) CPU라 프로그램을 여러 개 실행하면 쿨링팬이 엄청난 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얇고 나약한 나비 방식의 키보드라 많이 쓰는 키(특히 A, E)는 늘 달그락거렸다. 컴퓨터를 쓸 때마다 버벅대고 달그락 거리는 것이 스트레스였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새 맥북을 질렀다.
애플의 맥북 라인은 인텔 칩에서 2020년부터 애플이 직접 설계한 M1 칩으로 바뀌었다. M1 모델은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사기 전에 유튜브와 블로그 등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당연히 M1 맥북프로를 사려고 했는데... 알면 알수록 맥북에어만으로 충분해 보였다. 벤치마크 점수를 보니 M1 맥북에어가 나의 2017년형 맥북프로의 5배 가까운 점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째서 에어가 프로보다 강력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고민할 것 없이 당장 맥북에어로 선택. 오래 쓸 생각으로 램을 16GB로, SSD 용량을 512GB로 업그레이드하여 총 190만 원을 결제했다.
주문한 맥북에어가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10일 정도 걸렸다. 배송에서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중국의 애플 공장에서 출고되자마자 DHL이 제품을 픽업, 당일에 비행 편으로 한국까지 옮긴 후 인천공항에서 바로 배송 오는 점이다. 지역 집하장까지 배송되고 여러 손을 거쳐서 오는 것이 아니라 DHL이 픽업부터 배송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말 그대로 공장에서 막 나온 따끈따근한 녀석이 퀵으로 배달되는 느낌.
그래서 이전 맥북프로와 비교했을 때 성능은 어떤가 감상을 적어보면 그야말로 최고다. 램은 기존과 같은 16GB이지만 CPU는 듀얼코어에서 옥타코어가 됐고, SSD 용량은 2배가 되었다.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거의 2배, 3배 빨라졌으며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했을 때의 버벅거림은 싹 사라졌다.
키보드는 납작하고 달그락거리는 나비 방식에서 느낌 좋고 안정감 있는 가위 방식이 되었다. 나의 손가락을 적당히 저항하는 느낌이 아주 만족스럽다. 또한 M1 맥북에어에는 쿨링 팬이 없기 때문에 소음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무거운 프로그램으로 기계를 혹사시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발열도 없다.
배터리 또한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다. 기존 맥북프로는 5시간 정도가 한계였다. 카페에서 쓰다 보면 금방 힘들어하며 나에게 콘센트 자리를 강요했다. 하지만 M1 맥북에어는 카페에서 5시간 연속으로 사용했을 때 겨우 20%밖에 달지 않았다. 앞으로는 카페에서 일할 때 굳이 충전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 진작 바꾸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들 정도로 만족하는 제품이다. 이렇게 성능이 좋아졌으면 오히려 더 비쌀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격은 이전에 쓰던 모델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번에 산 것은 190만 원, 이전 맥북프로의 가격은 (회사가 사 준 것이긴 하지만) 2,400 유로 정도 했다.
M1 칩 만세라는 것이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