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동안 다양한 장소로 출근했다. 사무실로 출근했다가, 집에서도 일했다가, 카페에서도 일했다. 가끔은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기도 했다. 장소마다 어떤 장단점이 있고, 내가 일하기에 어디가 가장 적합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동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말은 내용 자체보다 표정과 말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으니,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했을 때는 정말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다. 특히 미묘한 뉘앙스가 중요한 의견을 구할 때는 이메일과 슬랙 메시지만으로는 힘들다. 화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이를 대체할 수가 없다.
물론 출근길에 오르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묘한 긴장감이 늘어짐을 잡아준다. '이 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라는 인식과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라는 편안함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느낌.
다만 나의 집중력이 깨질 확률도 올라간다. 누군가 불쑥 내 자리에 찾아와 "물어볼 게 있어요"라고 하면 나는 응대를 해주어야 한다. "혹시 10분 후에 이야기해도 될까요?"라며 응대를 미뤄도 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집중력은 이미 흐트러져있다.
출근과 퇴근이라는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최대 장점. 귀찮게 준비하고 이동하는 절차가 없으니 일단 몸은 편하다. 내가 사는 집이니 마음도 최대로 안정되어 있다. 업무 환경도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내 마음대로 세팅할 수 있으니 몰입하는 순간 정말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단점은 휴식과 업무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것이다. 일할 때도 집, 쉴 때도 집이면 나도 모르게 일 생각이 휴식 중에도 흘러들어온다. 일하면 놀고 싶고, 놀고 있는 와중에 일 생각이 나곤 한다. 새로운 자극이 들어올 환경도 아니라 자칫 쉽게 늘어질 수 있다.
'오늘 좀 늘어지는데?' 같은 날이 있다. 이럴 때 카페를 가면 정신이 환기되어 집중력을 되찾기 쉬워진다. 일단 밖에 나왔으니 약간의 긴장감이 생겨 몰입하기 나쁘지 않다. 사무실과 나에게 말 걸 사람도 없으니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
그러나 카페에서 장시간 업무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 의자가 편안하지 않고, 테이블 공간도 좁다. 게다가 커피 하나 시켜놓고 몇 시간씩 자리를 차지하기는 미안하다. 화장실을 갈 때 노트북을 놓고 다녀오기 살짝 불안하고,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 주변 소음 때문에 잘 안 들릴 수 있다. 와이파이 신호가 약한 곳도 많아 대용량 파일을 주고받으며 일할 땐 속이 터진다.
이전에는 콘센트 있는 자리를 찾아 헤매는 것도 불편함 중 하나였는데, 이것은 M1 맥북을 사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M1은 배터리가 50%만 있어도 든든하다.
처음에는 '평생 집에서 일해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했었다. 집에는 업무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공간이니까. 외출할 때 동반되는 귀찮음도 전혀 없으니까. 그러나 지금의 결론은 조금 다르다. 환경을 꾸준히 바꿔가면서 일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출근하고 퇴근하는 게 귀찮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게 매일이면 너무 귀찮지만, 가끔이면 오히려 신선하다. 카페에 가면 사람 구경하면서 일하는 재미도 있다. 집에서만 일하면 당장은 효율이 좋지만 어느새 권태로워지고 소속감을 느끼기 힘들다.
최근에는 2~3일은 집에서, 하루는 사무실 출근, 나머지 하루는 카페 같은 식으로 일하고 있는데 밸런스가 괜찮다고 느낀다. 집에만 있어 지겨워질 때 즈음에 출근해서 (온라인에서만 보던) 동료들 얼굴도 좀 보고, 카페에서는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몰입을 즐기는 식이다.
처음에는 사무실이나 카페에서 일하려고 하다가도 '나가기 귀찮으니까 집에 있자...'라는 생각이 들어 마냥 늘어지는 날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구글 캘린더에 '월~수:집, 목:사무실, 금:카페' 같은 식으로 일하는 장소를 미리 지정해둔다. 일주일 단위로 정하면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정하는 것보다 일할 기분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