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을 만나 밥을 먹는데, 나에게 '챌린저스'라는 앱을 소개해주었다. 운동하기, 책 읽기 등의 챌린지를 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앱이었다.
지인의 챌린지는 '몸무게 줄이기'였다. 체중계 위에 올라가 체중 숫자를 카메라로 찍어 앱에 업로드하면 인증이 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인증을 매우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인의 꼼수는 처음 체중계에 올라갈 때 옷을 겹겹이 입는다. 그리고 인증할 때마다 옷을 조금씩 가볍게 입어 체중계 숫자를 조금씩 줄여나간다. 그러면 마치 꾸준히 감량한 것처럼 조작할 수 있다.
사실 매번 목표한 대로 몸무게를 줄이기는 어렵다. 일이 바빠서 운동을 못할 수도 있고, 친구랑 술 한잔 마실 수도 있고, 애초에 몸무게가 잘 줄지 않는 체질일 수도 있다. 그러면 챌린지를 그냥 안 하면 되는데, 이미 챌린지에서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으니 '안 하면 아깝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이것은 문제다. 물론 챌린지 앱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 누가 꼼수를 쓰라고 부추기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꼼수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와는 상관없이, 챌린지 앱들이 장기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처음에야 운동도 하고 보상도 받는 맛에 재밌을 수 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는 것은 결국 내재적 동기에서 와야 한다. 어릴 적에 부모가 '책 한 권 읽을 때마다 간식 줄게'라는 방식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간식을 위해 어떻게든 빨리 읽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그냥 재밌어서 책에 몰입하는 쪽이 독서의 퀄리티가 깊을 수밖에 없다.
외적 보상은 '우리는 왜 그것을 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아주 많이 희석시킨다. 챌린지 앱의 보상을 보고 잠깐 혹했지만, 나는 목표를 설정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데에는 개인적으로 스프레드시트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