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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이어폰을 샀다

by 맨오브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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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쓰던 싸구려 무선 이어폰이 망가졌다. 처음엔 '매일 재택근무니 그냥 이어폰 없이 살아도 될 듯'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튜브나 음악 소리, 화상통화 소리가 아내에게 방해가 된다.


새 이어폰은 당연히 무선 모델을 사려고 했다. 선이 없어 편하고, 부엌 냉장고로 향할 때 굳이 귀에서 빼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한 번 충전하면 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결국 주문한 제품은 애플 유선 이어팟 (28,150원). 사용한 지 약 3주 되었는데,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일단 싸구려 무선 이어폰은 사기 싫었고, 에어팟 같이 제대로 된 제품은 너무 비쌌다. 에어팟 프로를 쓰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이즈 캔슬링이 정말 최고라고 한다. 많이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아마 막귀인 내가 들어도 최고일 것이다. 에어팟 프로로 음악을 들으며 "오오~"라며 감탄하는 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도저히 이어폰에 20만 원 이상 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어폰을 들었을 때 저음이 그럭저럭 느껴지면 내 안에선 합격인데 굳이.


또, 이어폰을 충전하지 않는 일상으로 돌아오니 생각보다 쾌적하다. 무선 이어폰 충전이 오래간다 한들, 충전 자체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어폰을 꼽으면, 소리가 나온다'라는 단순함이 반가웠다.


블루투스로 이 기기 저 기기 연결하고, 충전하고, 충전 케이블을 보관하고, 행여나 잃어버리지 않을까 조심조심하던 것이 사라지니 마음이 편안하다. 유일한 문제는 밖에서 음악이나 영상을 볼 때 유선은 걸리적거리는 점인데, 그냥 이어폰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것으로 해결했다. 밖을 돌아다닐 때는 멍 때리며 눈을 쉬거나, 업무 메일을 보내거나, 저장해놓은 책을 읽는다. 들고 다닐 물건이 줄어드니 일석이조였다.


언젠가 유선 이어폰이 유물 취급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잘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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