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오브피스 Jul 02. 2023

블랙미러 시즌6가 실망스럽다

블랙미러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의 나의 느낌은 '씁쓸하게 몰입된다'였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을 어떤 식으로 (대부분의 경우 어두운 방향으로) 바꿔버리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즐길 수 있었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약간 자조적인 느낌으로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였다.


'기억을 영상으로 재생할 수 있는 장치'처럼 말이 될 듯 안 될 듯한 설정은 기술의 부작용을 듬뿍 느낄 수 있게 해 줬다. 어둡지만 즐거웠다. 생각할 거리도 있었고.


하지만 얼마 전 공개된 시즌6은 실망스러웠다. 모든 에피소드가 별로였던 것은 아니지만 시즌 전체적으로 별로였다.


에피소드1 '존은 끔찍해'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엔터테인먼트로 엿보며 소비하는 것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기업의 탐욕도 꼬집고 싶었던 것 같고. 메시지는 좋았다. 하지만 작중에 활용되는 기술이 뜬금없고 마법 같아서 와닿지 않았다. 있을법한 일이지만 연출과 구성 탓인지 있을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에피소드2 '헨리호'

시즌6에서 그나마 가장 재밌었다. 기술하고는 크게 상관없지만 콘텐츠 제작과 소비에 중독된 현대사회에 있을법한 이야기였다.


에피소드3 '저 바다 너머 어딘가'

시즌6에서 두 번째로 흥미로운 에피소드. 시즌 중 가장 블랙미러스러웠다.


에피소드4 '메이지 데이'

기술하고도 상관없고, 뜬금없이 오컬트 설정이 나오고... 


에피소드5 '악마 79'

기술하고 아예 상관 없어진 반면, 오컬트 설정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야기 자체는 괜찮았는데, 이게 왜 블랙미러 타이틀을 달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

.

.


결국 시즌6의 문제는 '기술하고 상관없는 내용이 많다'다. 내용이 나쁜 것은 아니다. 대체로 흥미롭게 봤다. 하지만 보는 내내 '이게 왜 블랙미러지?!'라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시는 분은 댓글을 부탁드린다.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기대 수준 관리'였다. 절대적으로 좋은 것은 없다. 사람은 자신의 기대에 따라 기뻐하고 실망하기 때문에, 이를 잘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기대에 맞지 않으면 와닿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에어팟을 보면 가끔 화가 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