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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ul 09. 2023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냅둬라 쫌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미국의 아툴 가완디라는 외과 의사가 쓴 책이다. 제목 그대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 크게 감명받은 부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 예를 들어 내가 다리가 후들거려 걷기 힘든 노인이라고 치자. 이때 가장 안전한 방법은 나를 강제로 휠체어에 앉히는 것이다. 넘어질 위험을 없애 나의 무릎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이런 강제성을 웃으면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문제다.


많은 노인들이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넘어질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타는 대신 두 발로 걷고 싶어 한다고 한다. 무릎이 깨질 위험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어찌 됐든 나 스스로 걷고 싶은 것이다. 즉, 무릎이 깨져도 내 의지대로 걷다가 깨진다면 납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린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면 (좋은 의도와 좋은 잔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반항이 돌아온다. 타인에게 이래라저래라 말이 많아지면 옆에서 듣고 있던 사람이 "냅둬라 쫌"이라며 개입한다. 삶의 방식을 건드리는 것은 어찌 보면 선을 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삶의 방식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각자가 스스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정보와 영감을 줄 수는 있다. 대신 실천은 직접 해야 한다. 누군가를 강제로 바꾸고자 하는 것은 자칫 위협이 될 수 있다. 좋은 의도를 담고 있어도 강제성을 띄면 역효과일 수도 있다.


일에서도 그런 것 같다. 팀원들에게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팀원들이 목표를 직접 세우는 게 가장 좋겠지만) 수용될 수 있다. 하지만 지시한 내용을 처리하는 방법까지 간섭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휠체어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내 방식대로 일하고자 하는 마음은 본능이다. 만약 그 방식을 건드리고 한다면, 당사자 간의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충고, 잔소리, 지적질 등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 왜 안 먹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다들 무릎이 깨질지언정 내 방식대로 걷다가 깨지고 싶은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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