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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Feb 04. 2024

애플 비전프로 안 써본 사람의 리뷰

며칠 전 애플 비전프로가 발매되었다. 비전프로는 애플에서 내놓은 VR 헤드셋으로,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것 같이, 빈 공간에 홀로그램 화면을 띄우는 컨셉이다.


내가 실제로 써보진 못했다. 가격이 400만 원 이상이라,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구입하기엔 너무 비싸다. 아직 쓸만한 앱도 없고, 무거워 보이고, 배터리 지속시간도 짧다(2~4시간). 일단은 다른 이들의 리뷰 영상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직접 써보진 않은 사람의 시점으로 정리해 본다.


1. 공간제약의 극복

비전프로는 SF영화의 모습을 어느 정도 재현해 준다. 헤드셋을 끼면 내 주변 360도 전체가 가상공간이 되며, 그 안을 수많은 창으로 채워 넣을 수 있다. 물론 창 1개를 거대하게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 이 부분은 모니터라는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헤드셋으로 인해 현실세계와의 접점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비전프로는 다른 VR 헤드셋과 달리 현실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내 거실 공간을 보면서 화면도 띄울 수 있다. 비전프로를 뒤집어쓴 상태에서 내 스마트폰 화면에 뜬 뉴스 기사를 읽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거실 공간은 내 눈이 아닌 카메라에 비친 모습을 투영해서 보는 것이라, 정확도와 반응속도가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 손가락 콘트롤

애플 비전프로에는 콘트롤러가 없다. 눈앞의  인터페이스에서 조작하고 싶은 부분을 쳐다본 상태로 손가락을 까닥하면 반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캘린더 창을 닫고 싶으면, 캘린더 창의 [X] 버튼을 응시한 상태에서 손가락을 까닥거리면 된다. 시선과 손가락을 추적하는 센서와 카메라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분명 멋지고 신기한 기술이다. 하지만 결국엔 콘트롤러가 별도 기기로 발매되지 않을까? 조작하고 싶은 부분을 하나하나 눈으로 쳐다봐야 한다는 점이 피로할 것 같다. 비전프로 화면에 유튜브 쇼츠, 릴스, 틱톡을 한꺼번에 틀어놓고 이리저리 눈동자를 옮겨가며 손가락을 까닥 대는 디스토피아를 상상해 보았다. 너무 있을법한 일이라 끔찍하다.


3. MacOS, iOS와의 연동

비전프로는 비전OS라는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가동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비전OS 전용앱만 구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OS앱이 MacOS에도 돌아가듯이, 비전OS에서도 돌아간다. 사파리, 애플tv, 이메일, 메시지뿐만 아니라 엑셀이나 디즈니플러스도 잘 구동된다.


앱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비전프로 헤드셋을 낀 상태에서 책상 위 맥북을 쳐다보면, 비전프로가 '이 물체는 맥북이다'라고 인식한 뒤, 맥북 화면을 비전프로로 가져올 수 있는 기능이 활성화된다. 내가 맥북에서 작업하던 내용을 (단순히 쳐다보는 것만으로) 비전프로 공간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유용할지는 모르지만 그 기술 자체가 선사하는 마법이 기억에 남는다. 애플 기기간의 연계는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이라 생각한다.


...


결론

미래 예측을 하나 해보겠다. 나는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이 미친 듯이 폭발할 것 같다. 모니터를 사서 설치하고 코드를 꼽는 건 너무 번거롭지 않은가? 모니터 화면 사이즈가 고정되어 있는 것도 불편하지 않은가? 공간 컴퓨팅은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소해 준다.


하지만 만족되어야 할 조건이 몇 가지가 있다.


1. 스키 고글 정도로 가벼워져야 한다(200g 내외). 지금의 무게는 600g 정도로, 목이 금방 피로해질 것 같다.

2. 현실 투영의 퀄리티가 더 올라가야 한다.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가 되어야 한다.

3. 가격이 저렴해져야 한다(150만 원 정도... 너무 도둑놈 심보인가?).


아직 1세대니까 앞으로는 나아질 일만 남았다. 대중화를 위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러 세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후에 반드시 사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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