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웃을 때 제일 예뻐>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중국 드라마이며, 원래 제목은 <니미소시흔미(你微笑时很美)>이다. 중국어 공부용으로 볼 드라마를 찾다가, 이스포츠 선수들이 주인공인 점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나는 게임을 좋아하고 이스포츠 경기도 챙겨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눈길이 가는 소재였다.
그러나 9화까지 본 후 결국 하차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이스포츠 드라마인 동시에 별로 이스포츠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배경 설정은 흥미롭다. 남성 비율이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로게이머들 사이에 여성인 주인공이 프로선수로서 입단한다. 중국 서버 내 최상위권에서 노는 실력파이지만 유일한 여성 선수인 탓에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실력이 아니라 외모로 들어왔다', '다른 남성 선수들한테 꼬리 친다' 등 수많은 야유와 험담을 이겨내면서 선수 커리어를 밟아가는 이야기다.
나는 주인공이 게임에 열정과 노력을 쏟으며 실력을 키워가고, 팀원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스토리를 기대했다. 그런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핵심은 전형적인 연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연애 드라마 겉에 이스포츠라는 포장지를 씌운 형태이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열심히 게임 시합을 해나가지만, 주요 사건들은 결국 주인공을 둘러싼 사랑싸움이다.
주인공이 프로로서 고난과 극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제일 잘 다루는 캐릭터를 다른 선수가 더 잘 다룰 때의 패배감 같은 느낌은 꽤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좌절을 극복하는 과정이 크게 설득력이 없으며, 결국 남자 주인공과의 썸 타는 모습이 더욱 많이 다뤄진다.
그렇다면 연애 드라마를 좋아하는 층에는 어필이 됐을까 싶지만... 이 부분에서는 이스포츠가 발목을 잡는다. 축구나 농구는 룰을 몰라도 대충 볼만하다. 일단 선수들의 움직임이 역동적이고, 룰을 몰라도 누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포츠는 게임 속 화면을 이해해야 하고, 선수들은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게임 문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경기나 연습 장면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
<너는 웃을 때 제일 예뻐>의 오글거리는 연출이야 취향문제라고 해도, 이스포츠이기 때문에 더 재밌는 요소는 사실 없다. "요즘 젊은 애들 이스포츠, 게임 이런 거 좋아하잖아! 그럼 그걸 소재로 드라마 만들어!" 이런 식의 기획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좋은 것 여러 개를 합쳐놓는다고 무조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