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창 의문이었던 것이 있다. 왜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어려울까? 왜 운동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하기는 싫고, 매일 똑같은 시간에 기상하는 계획을 세워도 반복적으로 뭉그적거리게 되는 것일까? 그냥 아는 대로 행동하면 끝날 일인데 왜 자꾸 그러는 것일까.
여기서 다시 한번 등장하는 것이 사이먼 시넥의 2009년 TED 강연이다. 모든 것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의다. 우리는 많은 경우 상대방을(또는 스스로를) 논리로 설득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손에 잡히고 설명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논리적 설명에 큰 오류가 없다면 상대방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동의했다는 사실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백날천날 건강 관련 지식을 설파해 봤자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소수다. "꿀팁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같은 긍정적 반응이 나왔더라도 거기서 멈출 확률이 높다. 나는 이런 현상이 늘 답답했다. "아니, 알겠다고 했으면 행동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나도 똑같았다.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서 항상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결국 "왜?"라는 질문까지 해소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건강을 챙기지 않아도 아무 일 안 일어나기 때문에 와닿지 않고 감정에 변화가 없으니 행동하지 않는다. "건강 챙기지 않으면 일찍 죽는다!"라고 해도 멀쩡히 살아있으니 "왜 운동해야 하는데?"라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내면에서의 왜가 해소되어야만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가장 극단적인 예시가 죽을병에 걸렸다가 되살아나는 시나리오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으니 얼마나 감정의 변화가 많았겠는가? 그 과정을 거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면 행동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벼운 예시들도 많다. 어린 시절 친구가 당신을 멍청하다 놀렸을 때, 그 마음의 상처가 계기가 되어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다.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몸단장을 더 신경 쓰게 될 수도 있다. 친구들과 놀러 가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도 하나도 안 피곤하다. 이것은 모두 머리가 아닌 감정에서 비롯된 행동 변화다.
물론 감정 없이 억지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길게 가려면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납득이 가야 한다. 그리고 납득을 하려면 무언가 느껴지는 바가 없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외부인이 던진 공격일 수도 있고, 가족의 사랑일 수도 있고, 나 스스로에게서 느끼는 혐오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