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서 '듣는 것도 독서인가(@슈카월드)'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았다. 확실히 주변에서도 그렇고 오디오북을 통해 책을 듣는 활동이 흔해지고 있다. 나의 어머니도 공원 산책을 할 때 꼭 무료 오디오북을 듣는다고 하셨다.
조사해 보니 책뿐만 아니라 오디오북에도 ISBN이 발급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은 국제표준도서번호를 뜻하며, 전 세계 도서에 부여되는 고유한 식별번호다. 보통 책 바코드와 함께 표기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오디오북 ISBN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전문 성우나 저자가 직접 낭독해 녹음작업을 거쳐야 한다. 기계식 음성(TTS), 영화나 공연의 녹음 자료, 강연 녹음 자료 등은 오디오북으로 인정되지 않아 ISBN 발급이 불가능하다.
오디오북에도 ISBN이 발급된다는 것은 오디오북이 책으로 인정된다는 이야기다. 책의 또 다른 형태라고 보는 것이 알맞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교사는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상황을 기록하게 되어있는데, 이때 'ISBN에 등재된 도서에 한해 기록 가능함'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참고: '2024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독서활동상황). 즉, ISBN이 발급된 오디오북을 들었다면 생활기록부에 "다 읽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기록할 수 있다.
...
그러나 '오디오북이 독서냐 아니냐'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보단 내가 읽는/듣는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었느냐가 핵심이다. 걷기를 운동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 논쟁만큼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걷기를 통해 몸이 어떻게 변화했느냐지, 어떤 카테고리에 부합하는가를 논쟁하는 것은 피곤할 뿐이다.
나는 팟캐스트는 종종 듣지만 오디오북은 듣지 않는다. 책은 내 페이스대로 읽고 싶기 때문이다. 팟캐스트야 내가 기대하는 것이 재미와 정보니 딴짓하며 들어도 괜찮다. 그러나 책은 생각하고, 다시 읽고, 메모하면서 읽고 싶다. 그래프가 삽입되어 있는 페이지는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고 싶다. 오디오북 성우에게 "조금만 천천히 읽어주세요"라고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에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읽는 것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소설책이라면 성우의 연기가 들어가니 듣는 편이 더 실감 날 테지만... 실감을 원하면 그냥 드라마나 영화를 보자는 게 내 결론이다. 소설을 읽을 때는 장면과 인물을 온전히 나의 상상력만으로 그리고 싶다.
결론: 대한민국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중고등학교 학생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학생의 독서활동상황에 기록할 수 있는 도서는 ISBN이 발급된 경우에 한정된다. 즉, 'ISBN 발급됨 <-> 책/오디오북 <-> 독서'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오디오북을 다 듣고 "나 그 책 읽었어"라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내가 읽는 속도와 성우의 목소리 페이스가 맞지 않아 오디오북을 듣지 않지만, 오디오북이 더 잘 맞다고 느끼는 사람은 오디오북을 들으면 될 일이다.
다만 책을 읽는 것과 오디오북을 듣는 것 둘 다 독서일지라도, 내용을 습득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둘 간의 차이는 분명하다. 이 점을 확실히 인지한 후 선택한 도서마다 알맞은 형태를 취사선택하면 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