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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ul 25. 2020

본죽 앱을 써봤다

점심을 뭘 먹을까. 아내와 내린 결론은 본죽이었다. 육개장 죽이 먹고 싶었다. 미리 주문한 후 픽업하면 좋을 것 같았다. 순간, 예전에 매장에 갔을 때 본죽 앱이 있다는 걸 들은 기억이 났다. 구글플레이에서 검색해보니 <본오더>라는 앱이 있었다. 일단 본오더라는 이름이 와 닿지 않았고, 앱 아이콘도 이질감이 들었다. 흰 바탕에 영어로 'Bon'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데, 매장 간판에 있는 한글 '본'이 더 친숙하지 않나? 구시렁거리며 앱을 실행했다. 로딩 화면 하단에 적힌 Copyright 연도가 2018년이었다. 업데이트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구나 싶었다. 시작부터 불길했다.


주문 방식에는 '간편 주문'과 '일반 주문' 두 가지가 있었다. 서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반 주문'을 눌렀다. 이때가 오전 10시였는데, 주문은 10시 30분부터 라며 주문 기능이 차단되어 있었다.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놓거나, 예약주문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30분을 기다렸다. 드디어 메뉴가 열렸다. 로그인 창이 떴다. '비회원 주문은 없는 건가...' 다행히 네이버나 카카오 로그인 옵션이 있었다. 네이버 로그인을 눌렀다. 네이버 앱으로 넘어가 인증하기를 누르면 될 줄 알았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직접 쳐야 했다. 꾸역꾸역 네이버 로그인을 끝냈다. 승인이 되면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회원 가입 페이지였다.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도 본오더 회원가입은 필수였다. '이럴 거면 왜...' 귀찮음은 조금씩 분노로 바뀌어갔지만 그래도 참았다. 본인인증을 마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었다. 왜 이메일 주소와 성별까지 필수항목인지 모르겠지만 다 적었다. 스트레스.


드디어 주문 화면에 이르렀다. 포장을 어떤 식으로 할 건지 고를 수 있는 점이 좋았다(예: 대용량 용기에 한꺼번에, 또는 여러 개에 나눠 담기 등). '일회용 수저 필요 없음' 선택지가 있어 눌렀다. 또, 픽업 시간을 지정할 수 있어 1시간 이후로 선택했다.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기를 눌렀다. 지역화폐로 결제하고 싶었지만 선택지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카카오페이로 결제했다. 결제가 완료된 후,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고객님의 주문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 포장 완료 예정 시간: 15분 소요" 나는 1시간 이후로 선택을 했는데 어째서인지 15분 후에 준비된다고 한다. 주문을 취소하고 나중에 다시 주문해야겠다 싶었지만, 주문 취소 기능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마스크를 쓰고 본죽 매장으로 향했다.


본죽 사장님은 친절했다. 포장은 깔끔했고, 요청한 대로 일회용 수저를 넣지 않으셨다. 차가운 호박 식혜는 내가 픽업할 때에 맞춰 냉장고에서 꺼내 주셨다. 죽을 집으로 가져와 테이블에 올려놨다. 놀랍게도 1시간이 지나도 죽은 따뜻했다. 그리고 맛있었다. 그리고 본오더 앱을 지웠다. 죽도 맛있었고 사장님도 친절했고 포장용기의 보온성도 뛰어났지만, 앱은 실망 그 자체였다. 앱 때문에 본죽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떨어졌다. 본죽 매장에 가면 <정성>이라는 제목의 책이 놓여있다(저자는 본죽의 대표). 죽은 정성을 다했을지는 몰라도, 앱에는 정성이 1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그냥 전화로 주문하기로 했다. 참고로 구글플레이 평점은 2.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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