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프를 언제부터 썼는가 돌이켜보면 첫 직장에서였던 것 같다. 2010년이었는데, 해외 본사의 직원들과 이야기하려면 스카이프가 필요했다. ICQ라는 메신저도 사용했지만 그건 개발팀과 소통할 때만 그랬고 대부분의 경우 스카이프였다.
스카이프의 가장 큰 혁신은 무료 통화였다. 전 세계 사람들과 무료로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다니 마법 같았다. 스카이프 말고도 메신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다들 통화 기능이 없었다. 스카이프는 글로벌 미팅에 드는 비용을 저렴하게 만들어주었다. 메신저 기능도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 업무에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하늘색 말풍선이 뾱뾱거리는 것이 귀여웠다.
그러다 어느 날 슬랙이 등장했다. 내가 처음 써본 것은 2013년이었다. 깔끔한 UI와 다양한 기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주제별로 대화 채널을 나눌 수 있다는 점, 상대방 메시지에 리액션 이모티콘을 달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스카이프를 버릴 수는 없었다. 당시 슬랙은 철저히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외부 고객사와 이야기하려면 스카이프를 써야 했다.
다만 정체되어 있는 스카이프와 달리 슬랙은 나날이 발전해 갔다. 스레드 기능, 커스텀 이모티콘, 짤방 명령어, 자동화 매크로, 편리한 단축키, 상태 메시지 변경 등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갔다. 스카이프와 슬랙 두 개를 쓰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사용할 가치가 있었다. 이후 2018년 즈음 공유 슬랙채널 기능이 등장했고, 나는 스카이프를 내 노트북에서 말끔히 삭제했다.
그 후로는 스카이프를 쓸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슬랙도 있고, 카카오톡, 페이스타임, 왓츠앱 등 스카이프를 대체할 서비스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체 서비스들이 스카이프보다 퀄리티가 좋다. 재밌는 건 2011년에 스카이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자사의 팀즈(TEAMS) 서비스에 스카이프를 연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스카이프 대신 그냥 새로 개발하는 쪽을 택했다. 어떤 기술적 문제와 사업적 분석과 사내 정치가 있었을지 궁금하다.
스카이프는 올해 5월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스카이프는 과연 85억 달러(약 12조 원)의 가치를 했을까. 아마 아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