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애플 월드와이드 개발자 컨퍼런스(줄여서 WWDC)가 있었다. 사실 일정을 체크하고 있지 않다가 유튜브 추천 영상란에 보여서 발견했다. 개인적으로는 역대급으로 실망스러운 WWDC였다.
1. 가장 화제가 된 업데이트는 바로 Liquid Glass UI다. 이름 그대로 새 버전의 OS 테마는 유리다. 버튼이나 알림 창이 모두 반투명한 유리처럼 느껴지도록 디자인되었다. 청량함을 강조하고 싶다는 의도로 느껴졌다. 그러나 내 취향은 아니다. 버튼이 반투명하니 페이지 텍스트와 희미하게 겹쳐져 읽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보기에는 멋있게 느껴질 수 있으나 디자인은 어차피 금방 익숙해진다. 나는 아마 옵션에 들어가 투명도를 0%로 낮출 것 같다.
2. OS 버전 넘버링이 통합되었다. iOS, macOS, visionOS 등 애플의 모든 OS가 26 버전으로 일관화 된다. 연도를 따라가며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알기 쉬워 좋았다.
3. 스크린샷을 찍어 화면 내용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안드로이드의 Circle to Search와 유사하지만 덜 편리한 기능이다. 스크린샷을 찍는 것보다 그냥 동그라미를 치는 Circle to Search의 편의성이 더 좋다.
4. macOS Spotlight에 클립보드 히스토리가 추가되었다. 이제 Cmd+C로 복사한 텍스트나 이미지의 히스토리가 보존되니 잠깐 전에 복사한 내용을 다시 복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Alfred 앱에서 오랫동안 지원해 온 기능이라 딱히 새롭지 않았다.
5. 그 외에도 여러 기능이 추가되었으나 대부분 안드로이드 또는 서드 파티 앱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라 '애플만의 무언가'는 기억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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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망한 이유는 아마 Apple Intelligence와 Siri 관련 업데이트가 기대에 못 미쳐서인 것 같다. 허위 광고 논란이 있을 만큼 애플은 약속한 기한을 계속 미루고 있다. WWDC 2025를 검색해 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Liquid Glass인데 이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Apple Intelligence의 존재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OS의 기능과 점점 융합되는 방향성은 좋다(예를 들어 Live Translation). 이것이 AI 사용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것은 확실하나 이미 AI를 잘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어필이 될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어 Image Playground를 macOS에서 쓸 수 있게 되는 건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나는 온디바이스에서 돌아가는, ChatGPT와 Gemini만큼 강력한 Apple Intelligence를 원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ChatGPT와 Gemini를 사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