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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Nov 08. 2020

슬랙 워크스페이스 통합

모(母)회사는 지난 몇 달간 다양한 회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IT 인프라를 통합해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일원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도 그렇고, 인수된 다른 회사들도 전부 슬랙(Slack)을 사용하고 있었다. 슬랙 사용법 트레이닝을 따로 가질 필요는 없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알림, 북마크, 데이터를 슬랙에 저장해놓았는데, 계정 통합 과정에서 행여나 저장된 정보가 손상되거나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디지털 업무에서는 디테일이 생명이다. 미세조정해놓은 설정이 날아가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IT 팀에서는 다 괜찮을 것이다 호언장담했지만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였다. 통합된 워크스페이스로 들어가니 낌새가 이상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거실의 가구 배치가 다 바뀌어있는 느낌이었다. 북마크와 즐겨찾기 설정이 사라졌고, 숨긴 채널들은 죄다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으며, 글자와 배경색 옵션은 전부 초기화되어있었다. 읽지 않은 메시지는 다 읽음으로 처리되어있었다. 다른 회사와 공유한 채널은 더 이상 공유 상태가 아니었다. 채널별로 만들어놓은 워크플로우(Workflow)도 싹 날아갔다. 회사 역사와 함께한 커스텀 이모티콘들도 증발했다.


우리는 한껏 불만을 공개 채널에 쏟아낸 후, 고칠 점을 한 곳에 정리했다. 다행히 전에 쓰던 워크스페이스가 아직 살아있었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면서 필요한 내용을 복사하면 될 것 같았다. 다만 IT 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우리의 인내심이 너무도 짧았다. 그 짧은 인내심에 공감한 디렉터는 나를 포함한 열 명 정도에게 슬랙 관리자 권한을 부여했다.


관리 권한을 받은 자들은 바로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북마크나 즐겨찾기는 개인별로 다르기에 손댈 수 없었지만, 채널을 함께 공유했던 외부인들을 다시 초대하거나 워크플로우 만드는 부분은 바로 고칠 수 있었다. 커스텀 이모티콘들도 부활시켰고, 통합 과정에서 성격이 겹치는 채널들은 하나로 합쳤다. IT 팀에게 맡겼다면 며칠 걸릴 일이 불과 두세 시간 만에 끝났다. '모두가 힘을 합친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오랜만에 다시 확인할 수 있어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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