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macOS 업데이트가 있었다. 이번 업데이트의 이름은 빅서(Big Sur).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의 산맥 중 하나라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macOS 업데이트의 이름은 늘 캘리포니아 지역의 이름을 사용한다. 내가 잘 모르는 무언가의 전통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빅서는 macOS의 17번째 업데이트다.
1.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디자인이다. 아이패드는 점점 맥化 중이고, 맥은 점점 아이패드化 중이다. 아이콘 모서리는 동글동글해졌고, 컨트롤 센터와 위젯은 아예 아이패드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쓰기 더 편해진 점은 없지만, 보기에는 더 일관성이 있다. 불만도 몇 가지 있다. 배터리 잔량을 퍼센트로 표시하는 옵션이 없어졌고, 캘린더 알림에서 큼지막한 '닫기' 버튼이 콩알만 한 'X'로 바뀌어서 누르기 힘들어졌다. 위젯도 예전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든다.
2. 그냥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앱을 열고 닫는 속도가 빨라졌다. 맥북 뚜껑을 닫았다가 열었을 때의 화면 반응도 빠릿빠릿해졌다.
3. 사파리, 메시지, 애플맵, 뮤직 앱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전혀 쓸 일이 없기 때문에 패스.
4. 시스템 소리가 개편됐다. 비활성화 영역을 클릭했을 때의 "띵♪"은 "뽑♪"으로, 휴지통 비울 때의 "슉슉슉♪"은 "쉉!♪"으로 바뀌었다.
5. 나는 메뉴 아이콘을 정리해주는 '바텐더'라는 유료 앱을 쓰고 있는데, 빅서 업데이트 때문에 9,000원을 내고 유료 업그레이드를 해야 했다.
정리하자면, 디자인 외에는 크게 체감되는 변화는 없었다. 사파리나 메시지를 쓴다면 모르겠지만 안 쓰는 입장에서는 그냥 무난한 업데이트였다. 다행히 예전 카탈리나나 모하비 업데이트 때처럼 호환성 문제도 없었다. 기존에 쓰던 앱들은 다 무난하게 작동했다.
macOS도 점점 안정되어가는 느낌이다. 미국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한국에서 제값 주고 쓰는 게 좀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래된 맥북에서도 최신 업데이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애플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