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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Dec 13. 2020

레이 트레이싱

최신 게임들의 그래픽은 입이 떡 벌어진다. 고해상도 텍스쳐, 인물 표정, 동작 애니메이션, 광원 효과 같은 여러 요소가 하나로 뭉쳐져 진짜 같은 세계를 화면 속에 보여준다. 그리고 그 마법에 홀린 나는 열심히 게임 패드를 두드린다.


마법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레이 트레이싱'이라는 기술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ray = 광선, tracing = 추적) 빛을 그래픽화하는 기술이다. 레이 트레이싱이 적용되지 않은 게임을 해보면 물은 물이요, 유리창은 유리창이고, 갑옷은 갑옷이다. 각자 독립적인 물체로 존재하며 주변 환경과 별로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용된 게임에서는 물 표면에 푸른 하늘과 캐릭터의 모습이 비친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이 건물 유리창에 비친다. 철로 된 갑옷의 표면에 풀숲의 모습이 굴절되어 반사된다.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훨씬 더 리얼해 보인다.


문제는 주변을 반사해서 비추는 물체가 세상에 너무 많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물, 유리창, 갑옷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눈동자, 장신구, 금속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물건, 자동차 등 한 장면에서도 수십 개의 물체가 주변을 비춘다. 이 모든 것에 반사효과를 주려면 하드웨어 스펙과 기술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 하드웨어가 달리면 영상이 버벅거릴 것이고, 어설프게 적용했다가는 오히려 리얼함에 역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세대 하드웨어가 점점 보급될수록, 개발사들의 노하우도 발전하는 것이 느껴진다(플레이스테이션 5의 '스파이더맨'에서는 쾌적함과 리얼함이 함께 한다).


모든 게임이 리얼함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블록버스터 게임들은 결국 더 리얼해질 수밖에 없다. 리얼하면 리얼할수록 그 세계관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레이 트레이싱은 그 리얼함에 크게 기여하는 기술이다. 아직은 어렵고 무거운 기술이지만 레이 트레이싱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3D 게임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준화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갈려나가는 개발자 분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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