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랑스 골프장 몽골피에 8.

반전 앙투아네트의 인기

by 마누아 브르통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이름, 인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소설. 프랑스 골프장 몽골피에.


프로암 경기를 치르고 몇 주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아니 누구라고? 그리지엘이면 유명인 집안이잖아! 아버지 감독 아들 배우. 혹시 그 사람들인가?’

프랑스 유명 영화감독 드니 그리지엘과 배우 로랑 그리지엘은 부자관계이다. 그런데 그 두 사람과 같이 라운딩을 하게 될 거라니.


저번 주였나? 앙투아네트와 같이 골프를 치려고 몽골피에 골프장 예약시스템에 토요일 9시 30분 티 타임을 예약해 놓았다. 그런데 그 그리지엘 부자도 같은 시간에 예약을 해 놓은 것이었다.


'분명히 내가 예약할 때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는데. 우와! 설마. 우연히 이름이 똑같은 거 아니야? 이 사실을 아는지 앙투아네트한테 물어보아야지.’

얼른 앙투아네트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5분도 안되어서 답장이 왔다.

쿠쿠*(Coucou) 마에,
응 그 사람들 맞아. 그리지엘 가족들 몽골피에에 자주와. 우리랑 같은 시간에 예약했구나.
나는 이미 여러 번 같이 친적있는데 소개시켜줄께. 그 사람들 매우 쌩빠*(Sympa. sympathique의 줄임말)해. 토요일에 재미있겠다.
토요일에 보아.
비쥬*(Bisous)

대박 사건이다. 그 그리지엘 가족은 그 둘만 영화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 전체가 영화계에 종사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나는 배우 로랑 그리지엘 보다 그의 아버지 드니 그리지엘에 더 관심이 많다. 그의 영화란 영화는 다 봤는데 그 사람을 직접 만나다니. 그리고 같이 필드를 돌다니 너무 신기했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골프 가방을 정리하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몸을 풀고 연습을 하려고 프랙티스로 향했다. 주변에 안개가 자욱했는데 아침햇살이 그 빽빽한 안개 사이사이로 내리쬐고 있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아기 사슴들, 뛰어다니고 있는 다람쥐들을 보자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연습도 너무 잘되는 것이 9시 반 티 타임이 기다려졌다.


도미노 사건의 주범 알베르틴

“마에, 와있었네. 잘 있었어?”

앙투아네트가 왔다.

“안녕, 잘 있었지. 앙투아네트는 어떻게 지냈어?”

“나야 아주 잘 지냈지. 지난주에 대단한 일이 있었어. 시니어들 경기가 있었는데 알베르틴이랑 이베트랑 점수를 잘못 기록한 거 있지? 그래서 둘이서 싸우다가 알베르틴이 이베트를 밀려고 했어. 그런 알베르틴을 또 장밥티스트가 잡았지. 그러다가 거기 서있는 사람들 다 도미노처럼 넘어졌어.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2층에 수여장에서 그런 일이 있었어서 카페트 위에서 다 넘어진 거지. 그래서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고 도미노가 뭔지는 거기 있는 모두가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어.”


‘헉. 결국 알베르틴이 사고를 쳤구나.’ 프로암에서 알베르틴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는 사람들과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도미노’ 사건이라니. 놀라웠다.

“난리네 완전 난리 났었구나. 그래도 다들 나이가 많으신데 안 다쳐서 다행이다.”

“그렇지. 여하튼 애들보다 못해.”

“그러고 보니 알베르틴이 요즘 안 보이네?”

“당연하지. 그러고 어떻게 얼굴을 보여. 오기 힘들지. 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올 거야.”

한동안 알베르틴을 안 보아도 된다니 뭔가 오히려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반전. 인기쟁이 앙투아네트

“안녕 파스칼?” “안녕 장 밥티스트” “안녕 롤랑드”

‘어라? 이렇게 아는 사람이 많아?’ 앙투아네트가 우리가 있는 곳 옆으로 지나가는 할아버지마다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앙투아네트가 아는 할아버지가 굉장히 많았다. 게다가 할아버지들은 앙투아네트를 매우 반가워했다. 앙투아네트를 바라보며 할아버지들은 마치 매우 귀여운 존재를 바라본다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안녕, 앙투아네트. 우리랑 언제 같이 치는 거야? 다음 주에 시간 돼?” 할아버지들은 앙투아네트와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아! 이거구나. 알베르틴이 앙투아네트를 싫어하는 이유가.’

정말 헛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프로암 전에 프랙티스에서 알베르틴이 앙투아네트를 나쁘게 말할 때 동의한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쳐다보던 사람들,

스크램블 때 끝나고 앙투아네트와 이야기하며 음료를 마실 때 이상하게 쳐다보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모두 다 할머니들이었다.

묵혀있던 미스터리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런 이유였구나. 근데 기욤은 뭐지? 왜 알베르틴과 한패이지? 할머니도 아닌데. 칭찬이 많이 고팠던 걸까? 아니 그런데 고작 이런 것 때문에 사람을 그렇게 나쁘게 이야기한다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래가지고 내가 아침이 먹고 싶어서 일찍 일어난다니까? 나는 아침에 버터 바른 토스트를 너무 좋아해. 잼도 맛있지만 꿀이 최고야.” 앙투아네트가 할아버지들과 계속 수다를 떨었다. 내가 봐도 귀여웠다. 이렇게 밝고 재미있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리고 있었다.


"난 몸 풀고 연습도 좀 해야 해. 곧 티오프야. 우리는 그러면 다음 주에 봐." 앙투아네트가 할아버지들에게 그렇게 인사했다. 수다를 떨던 할아버지들은 갔고 연습에 다시 집중하려고 했다.


공 맞을뻔하다.

그런데 갑자기 공이 하나 날아와 앙투아네트 옆을 스치는 게 아닌가.

“괜찮아? 공 아니야? 안 다쳤어?” 너무 놀라서 앙투아네트를 살피며 말을 걸었다.

“어. 안 다쳤어. 공이 어디서 온 거야?” 앙투아네트도 놀라서 나에게 말했다.”

“저기 어프로치 연습하는데서 날아온 것 같아. 어떻게 여기로 쳤지?”


'아무리 보아도 이쪽 방향으로 칠 수가 없는데.' 나도 너무 놀라서 공을 친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누가 막 달려오고 있었다.

‘저 사람이구나 공친 사람이.’ 사과하러 오나 싶어 쳐다보고 있었다.


“내 공 못 봤어요? 여기로 지나갔는데.”

어이가 없었다. 지금 사람이 다칠 뻔했는데 자기 공을 찾고 있었다.

“아니 공이 사람 옆을 지나가면 발*(Balle. 불어로 공이라는 뜻.)이라고 외쳐야죠.” 너무 당황한 앙투아네트가 말했다.

“아… 말했어요.”

‘저 사람 거짓말하네?’

“우리는 못 들었는데요.” 예의 없는 것을 넘어서서 누가 맞기라도 했다면 다쳤을 텐데. 저렇게 책임감 없이 말하는 것이 너무 황당해서 내가 말했다.


“아 정말 말했다니깐요.” 그렇게 말하고는 공을 찾으러 우리를 지나가 버렸다.

“진짜 못 들었는데…” 앙투아네트가 작게 말했다.

의외였다. 앙투아네트가 이런 일이 있으면 막 따지고 싸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많이 놀라서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하고 다시 연습에 집중해 보려는 것 같았다.

“앙투아네트, 저 사람 정말 매너가 없는 것을 넘어서 위험한 것 같아. 진짜 다쳤으면 어쩌려고.”

“그러니까 나는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결국 연습을 다시 이어 가지 못했다. 일어난 일에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그 유명한 그리지엘 부자가 보였다.


*쿠쿠(Coucou): 프랑스어로 원래는 뻐꾸기가 내는 소리로 약간 까꿍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함. 프랑스어로 매우 친근한 사이에 만났을 때 또는 대화를 시작할 때 하는 인사말 "안녕". 한국말의 “안녕”처럼 헤어지거나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 "안녕"으로 쓰이지는 않음.

*쌩빠 Sympa(Sympathique): 프랑스어로 정확히 한국말로 번역하기는 어렵다. 비슷한 말을 찾자면 성격이 좋고 호감형이다 정도.

*비쥬 Bisous: 키스 또는 뽀뽀란 뜻인데 아주 가까운 사이일 경우 애정을 담은 작별 인사로 사용함. 가족끼리도 많이 쓰고 절친한 친구들 사이에도 많이 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친했던 게 아니라면 성인 남성들 사이에서는 잘 안 쓴다.

*발(Balle): 공을 잘못 치거나 하여 공이 사람 근처로 지나가게 되면 “발”이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서 공을 맞지 않고 피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골프 매너이자 규칙처럼 여겨진다. 영어로는 fore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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