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가온 토요일 7시 20분

바질 이야기 6. 오페라를 가긴 가다.

by 마누아 브르통
“가브리엘, 난 나중에 너 같은 파트너가 되고 싶어.” (지난주 마지막 장면)


“뜬금없이 이건 무슨 소리야? 오페라 티켓 때문에 그러는 거야 갑자기?”

“아니, 아니야. 내가 너였다면 너처럼 행동하지 못했을 것 같아서 그래. 고마워 가브리엘.”

“이제 내 입장도 생각해 주는구나 바질. 내가 너에게 고마워. 이메일 보고 있으니까 이메일로 연락하고 급한 건 메시지 따로 남겨주고.”


“응 그렇게 할게.”


전화를 끊고 무언가 후련해졌다.

그리고 가브리엘의 상황을 내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안달복달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 금요일까지 열심히 달리는 거야.”

혼자 중얼거리며 일에 열중했다.


1. 토요일 오전 9시 30분 - 11시


일로 꽉 찬 한 주를 보내고 마침내 토요일이 다가왔다.


“헤이 바질. 어디 보자 연습 좀 했어?”

“띠에리 안녕. 야 내가 연습할 시간이 어디 있냐. 오피스에서 어딜 나갈 수가 있어야지. 내가 여기 온 것만도 기적이다.”


“그래 오랜만에 토요일 오전에 얼굴 보네. 어디 스윙부터 한번 보자.”


제미나이 화질 개선이 필요해라고 했지만 AI이라서 도와줄 수 없단다. 무슨 말일까?


어릴 때부터 띠에리 집에 많이 모여 놀았다. 띠에리는 프로골퍼로 20대 때 활동 하다가 얼마 전부터 티칭을 하고 있다. 띠에리네 본가 마당에서 오랜만에 주말 아침 스윙연습을 시작했다.


“아참, 너 오늘 저녁에 뭐 해?”

“나 럭비 보려고. 오늘 샹피오나 톱 14*(럭비리그) 뚤루즈*(최다 우승팀) 경기잖아. 그것도 모르고 뭐 하고 사니.”


“럭비 재밌지. 그런데 그거는 나중에 보고 오페라나 가자.”

“럭비를 나중에 보면 재미없지. 오페라는 뭔 오페라. 요즘 만나는 여자 없어? 왜 나랑 가쟤 갑자기 뜬금없네. 피차 오해할 일 만들지 말자.”


“뭐래? 우리 팀 파트너가 티켓을 줬는데. 요 며칠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깜빡하고 아무한테도 말 못 해서 그런 거다 이 자식아. 오해는 무슨, 내 앞길 막는 이야기 하지 말고 오늘 저녁에 오페라나 보러 가자.”


“누구 건데?”

“베르디. 끝나고 펍 가자 애들도 부르고.”

“오페라 관람 복장으로 펍 가자고?”

“가긴 갈건가 봐? 요즘 오페라에 누가 차려입고 가 그냥 입으면 되지 운동복만 안 입으면 돼.”


“자리가 뭔데?”

“Optima”

“미친 거 아니야? 진작 이야기했어야지. Optima에 앉으면서 이렇게 갈 수는 없지 그래도. 그리고 끝나고 Harry’s 가자 그러면. 몇 시에 끝나? 애들 10시에 부르자.”


“안 간다더니 신났네? 토요일 10시에 Harry's* 못 들어가지 않을까?”

“그건 이따가 이야기하고, 스윙이나 해봐 찍어나 보자 어떻게 하고 있나.”


띠에리가 나에게 스윙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난리다. 비교적 딱딱한 스펀지인지 스티로폼인지 긴 막대를 여기저기 세워 놓고 머리를 고정하고 치라는데 쉽지 않다.


“완전 지친다.”

“좀 많이 휘두르긴 했어. 살살하라니까 힘 빼고 20% 힘으로 치라고.”

“그게 마음대로 되면 내가 여기서 이러겠냐? 나 가련다. 이따 7시 반이니까 7시 20분에 오페라 앞에서 만나자. 내가 와츠앱 채팅 방에 애들한테 10시에 올 수 있는 사람 오라고 메시지 할게.”

“엄마가 너 점심 먹고 가라던데.”

“아냐, 나 지금 가서 장보고 할 일 많아. 제안해 주셔서 감사해했다고 꼭 전해줘. 이따 저녁에 봐.”


허리가 아프다. 엉덩이도 아프고 허벅지도 아프고 안 아픈 데가 없다. 제자리에 서서 골프채를 휘두르기만 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모르겠다. 주말에 장 봐놓고 빨래하고 놀고 쉬기까지 하기에는 주말이 너무 짧다.


2. 토요일 저녁 7시 20분


그저께 스케치북 꺼내 그리고, 오늘도 잠시 꺼내 끄적끄적.


“띠에리 여기야 여기.”

“바질, 먼저 와있었네? 매일 출근하는 동네인데 일찍 오고 싶냐?”

“근처에 살 거 있어서 잠깐 보고 왔어.”


“아 그래? 야 근데 저기 저 사람 옷이 너무 멋진데.”

띠에리가 바라보는 곳을 보니 어떤 여성분이 시상식에서나 입을법한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근데 이 날씨에 좀 춥겠다.”

“많이 추울 것 같아.”


그러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그 여성분 곁으로 가는 것이었다. 얀이었다.


‘어라 얀이네?’

얀을 부르려고 하는 순간, 얀과 그 여성이 서있는 곁으로 저 멀리서 또 한 사람이 다가왔다.

얀과 같이 있던 여성은 다가온 사람에게 입 맞추고 팔짱을 꼈다. 다가온 사람이 내가 잘 보이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는 순간 흠칫했다.

바로 브리스였다.


분명 제미나이에게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계단 앞을 그려달라 했는데. 뭐 오페라도 그 앞도 많이 비슷하긴 하다.


‘얀과 브리스가 함께 오페라를 본다고?’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다시 봐도 얀과 브리스가 맞았다.


‘분명히 며칠 전에 얀이 브리스의 간접화법을 설명함과 동시에 뭔가 브리스에 대해 생긴 나의 반감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는데. 뭐지 왜 같이 있는 거지?’


“바질, 왜 아는 사람들이야?”

“어 아… 아니야. 빨리 들어가자.”


“왜? 뭔데 뭐 때문에 그러는데.”

계속 그쪽을 쳐다보며 멍하게 있던 내 얼굴을 보며 띠에리가 궁금해했다.


“아 말도 안 돼. 빨리빨리. 내가 들어가서 말해줄게.”


얼른 얼굴을 돌리고 입구로 바로 직진했다. 다행히도 대화하느라 그 셋은 나를 못 본 듯했다.



* Harry's :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근처 유명한 바.

* 샹피오나 톱 14: Championnat - Top 14. 프랑스 국내 럭비리그.

* 뚤루즈: Toulouse, 프랑스 남부지역의 한 도시. 이 대회에서도 6회 우승으로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팀.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인물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소설. 이제 꺼져 몰리토, 자책과 두려움


[글쓴이의 말: 두둥. 바질에게 조언을 해주던 얀과 함정을 파는 것 같던 브리스가 같이 오페라를 보다니 이건 무슨 상황일까요? ]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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