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랑스 골프장 몽골피에 3.

앙투아네트의 적군들 (2) 단계 2

by 마누아 브르통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이름, 인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소설. 프랑스 골프장 몽골피에.


귀욤과 비즈(bise. 프랑스 식 볼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난 후 나에게도 비즈를 청하며 말을 거는 알베르틴.


1번. "봉쥬르 (Bonjour. 프랑스 어로 안녕하세요.) 마에, 어제 보고 또 보네. 연습이 가장 중요하지. 프락티스* 연습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2번. 봉쥬르 (Bonjour. 프랑스 어로 안녕.) 마에, 어제 보고 또 보네요. 연습이 가장 중요하지요. 프락티스 연습은 어떻게 되어가는 건가요?"


'1번일까 2번 일까?'


프랑스어 특성상 상대방을 2인칭으로 직접 대화에 서술하지 않으면 존대를 하고 있는지 반말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알베르틴이 1번 뛰투와예(친근한 사이의 반말)를 하고 있는지 2번 부부와예(거리 있는 사이의 존대)를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내 연습은 시작도 못했지만 알베르틴 당신은 잘하고 있냐를 물어보려니 2인칭인 알베르틴을 존대할지 말지 고민이 되었다. 어제 알베르틴과 처음 대화를 나누었고 말을 놓을 만큼 가까운 사이는 분명 아니지만 이제 곧 경기를 한 팀으로 참여할 것이고 모두 같은 방식의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프랑스에서 운동을 같이 하는 사이끼리는 말을 놓는 것이 일반적이니 우선 뛰투와예를 권하는 것이 맞겠지?'


"봉쥬르 알베르틴, 우리 이제 한 팀으로 경기할 텐데 뛰투와예 어떨까요?"

"당연히 좋아요."라고 말하는 알베르틴의 말과 표정이 달랐다. 문장은 흔쾌히 좋다고 말하지만 목소리는 너무 작았고 입은 웃고 있었지만, 불편함 가루 한 스푼 정도 들어가자마자 꽉 막혀버린 하수구 같은 표정이었다.

'나도 이렇게 처음 알게 되는 사람과 부부와예가 훨씬 편한데. 가만히 놔둘걸 그랬나?'

혹시나 내가 청한 것이 '네가 말을 놓고 싶을 만큼의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에 나는 관심 없어. 지금 내가 원할 때 너도 따라 해라는 말로 이해한 걸까?'싶어 괜한 후회가 되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점점 더워지지? 5월이 이렇게 더웠나?' 몽골피에 골프장은 남불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며 오히려 북부지방과 가까운 곳인데 숨 막히도록 아찔한 8월의 남프랑스 쨍한 해가 머리를 찍어 누르는 기분이었다.


그 어색하고도 타는 느낌이 느껴졌는지 기욤이 끼어들었다.

"우리 한 팀인데 당연히 뚜투와예 하고 친하게 지내야지."

"그리고 프로암 열리는 골프장을 알베르틴이 잘 안데. 종종 가는 골프장이래."기욤이 한 팀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불을 지피고 있었다.


"응 맞아. 나 거기 너무 잘 알아. 거기는 코스가 두 개 있는데 이번 프로암 경기가 열리는 코스가 좀 어렵지. 다른 코스는 좀 쉬운데 각 홀 마다 거리가 길어서 장타자한테 유리하고."

꽤 큰 소리로 알베르틴이 말했다. 타구음만 '탕, 탕.' 들리는 이곳에서 어찌나 날카롭고 이질적인 소리인지 끓는 주전자의 "삐- 빽" 같은 톤이었다. 하마터면 들고 있던 피칭웻지*를 떨굴뻔했다. 왜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지 의아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거기 프락티스에 있는 사람들은 다 들었을 것 같다.


"나 거기서 올 초에 주니어 경기 꼬미세흐(commissaire. 마샬처럼 역할로 경기 진행위원이나 관리자를 프랑스어로 지칭하는 말)로 초대받아서 경기 진행을 담당했지.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러워. 부모가 같이 없을 때 말이지. 자기 아이를 이기게 하려고 속이는 부모도 꽤 많이 있다구. 그럴 때 내가 개입해서 정리해야 하는데 너무 그게 힘든 거지. 여하튼 부모만 없으면 애들 자체는 진짜 너무 귀여워. 애들 미운 짓도 부모가 있을 때만 한다구." 목소리를 계속 크게 하고 말하고 싶었는지 소리를 내 지르다가 마지막 몇 마디는 꺾여버린 쉰 목소리로 말하였다.

'록 앙 센느(Rock en Seine)는 아직 하려면 멀었는데.' 매년 여름 세느강 옆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의 엠프를 통해 근방 5킬로미터 거리 내에 어디든 거뜬히 도달하고 마는 일렉기타 같은 소리였다.


그래도 목소리가 꺾이고 나서는 아까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알베르틴이 말했다.

"골프는 우아한 운동이야. 나는 그 우아함을 좋아해서 골프와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지. 어때? 넌 경기에 많이 참여해?"

알베르틴 질문에 대답하려는데 기욤이 바로 낚아챘다.

"마에는 지난번 스크램블 경기에 참여했었잖아. 앙투아네트랑 같은 출발 조에서 경기했었어."

"앙투아네트? 정말이지 힘들었겠구나. 걔는 여기와 어울리지 않아."

'알베르틴은 앙투아네트와 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욤에 이어 알베르틴까지 그렇게 이야기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앙투아네트는 까칠한 것을 넘어서 나한테 질투해. 내가 자기보다 잘 치니까."


'뭘까?' 일단 알베르틴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실상은 완전 반대다. 몽골피에 골프장 인트라넷의 경기결과는 알베르틴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둘 다 참여했던 한 달 전 경기에 앙투아네트는 1위를 했고 알베르틴은 꼴찌를 했다.

'아니, 설사 앙투아네트가 알베르틴보다 골프를 못 치는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말을 저렇게 할 수 있다고?'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기욤도 끼어들었다.

"앙투아네트는 우리 팀원으로 추천 안 하지. 나도 경기 내내 좋은 시간 보내고 싶거든."

"맞아. 우리는 골프를 치면서 좋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앙투아네트와는 그런 게 어렵지. 얼마 전에 내가 평일에 혼자 필드를 돌고 있는데 나랑 조인하게 된 두 므시유(Messieurs. 여러 명의 남자를 뜻하는 프랑스어)는 나랑 같이 치게 되어 너무 즐겁고 좋았다고 했어. 내가 매너가 너무 좋으니 다음에 또 같이 치자고 하더라고." 이런 말을 하면서 알베르틴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듣고 있자니 속이 꼬이는 것 같았다. 저 눈은 또 왜 지그시 감는지 궁금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이런 자아도취가 말하는 문장마다 스며들어서 냄새를 지독하게 풍기다니.'


"나는 정말 모두를 친절하게 대하거든. 내 25년 인생 골프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이를 함부로 대한 적이 없어. 모두 나와 같이 하는 것을 즐거워하지. 내가 꼬미세흐로 참여하는 경기마다 다 순조롭게 흘러갔어."

'둘 다 25년인데... 뭐 그래서 라이벌쯤으로 생각하는 걸까?'

그렇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잘못들은 것은 아닌지 멍해졌다.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다고?' 다른 이를 함부로 대한 적 없다더니 앙투아네트는 함부로 대하고 있잖아.' 이제는 이 상황이 황당하기까지 해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네가 꼬미세흐 역할을 잘하니까 그런 거지." 알베르틴 말에 한 술 더 뜨는 기욤이었다.

'이런 알베르틴의 말은 다 허용을 넘어 더 해라 기름 부어주고, 자기가 이상한 이름을 잘못 불러놓고는 한번 째려봤다고 앙투아네트는 기욤에게 이상한 사람이라고?.' 이들이 과연 어디까지 더 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확실히 할머니끼리 질투나 암투를 정도가 아니야. 알베르틴과 기욤 이 둘은 한 편이다.' 앙투아네트는 그 편에 속해 있지 않은 것이 명확했다. 그 편에 기욤은 나를 편입시키고자 하는 것 같았고 알베르틴은 자기편에 속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먼저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정말 '으악'스러운 기분이었다. 골프공에 사슴 똥이 묻은 경험과 견줄만했다. 필드를 돌다가 샷 미스로 공이 러프*로 들어갔는데 멀리서 보니 '비교적 짧은 러프라 괜찮겠지.' 싶었다가, 정작 샷을 치러 가서 확인하니 나무 숲 사이로 돌아다니던 사슴의 똥이 내 공에 찰싹 붙어있는 경험말이다.


"아참, 앙투아네트와 경기하는 동안 너는 귀찮게 안 했어? 뭐라고 안 하던?" 기욤과 같이 자기편에 나를 편입시키려는 알베르틴이 시동을 걸었다.

"우리는 저번에 분위기 좋았어. 앙투아네트가 이것저것 조언도 많이 해주고 파스칼 직업이 코미디언이야? 농담을 왜 이렇게 잘하는 거지." 알베르틴의 시동에 같이 걸려주고 싶지 않았다.

"몰랐어? 파스칼은 정말 다정하고 유쾌한 데다가 사람이 아도라블(adorable. 사랑스러운)해. 그런데 앙투아네트는 안 그렇지. 조언은 무슨 참견을 대단히 했겠구먼."

파스칼을 먼저 이야기하길래 이제 앙투와네트 이야기는 적당히 하려나 미약하지만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앙투아네트를 비난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파스칼을 사용하다니.' 이 자리에 같이 서 있는 것 자체가 앙투아네트의 적군에 가담하는 것 같아서 다른 곳으로 피하고 싶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이들의 마음 각도에서는 곡해가 가능했다.


'연습장에서 다른 사람들도 들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과감하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떠들어도 되는 건가.'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비릿한 누런색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이 사람들 모두 앙투아네트의 적군이잖아?' 내가 바로 그 적진에 들어와 있었다. '아, 나가고 싶다.' 나는 앙투아네트의 적군이 될 생각이 전혀 없는데 꼬여버린 듯한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그저 몇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뿐인데, 그들과 생각을 같이 하지도 같은 말을 하거나 동의한 것도 아닌데 적군은 자연스럽게 내 발을 그리로 끌어다 놓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러고 있는 동안 앙투아네트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난번에 앙투아네트와 같은 출발 조였던 날 클럽하우스에서 앙투와네트를 칭찬하고 있는 나를 왜 사람들이 요상하게 쳐다보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도 앙투아네트의 적군이거나 적군과 마음을 함께하는 자들이 분명했다. 이 프로암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골이 아파왔다. '아직 등록절차는 안 했는데. 다 말해놓고 엎어버려? 가지 말아?' 고민이 되었다. 이런 것 딱 질색인데 내 발은 앙투아네트의 적들의 늪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프락티스 (Practice): 드라이빙 레인지. 샷을 연습할 수 있는 연습장의 한 장소를 지칭한다.

*피칭 웻지(Pitching Wedge): 아이언 중에 비교적 길이가 짧은 클럽으로 그린에 올리거나 가까이 붙일 때 많이 쓰는 클럽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프락티스에서 연습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길이가 짧은 웻지 종류로 몸을 풀고 점점 더 긴 클럽으로 몸을 푸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러프 (Rough): 골프 코스에의 여러 구역 중 공이 떨어질 경우 풀이 길거나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변수가 추가되어 샷이 어려워지는 지역이다. 공을 치기에 좋도록 잔디를 비교적 짧게 깎은 페어워에(Fairway)와 대조된다고 불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소설] 프랑스 골프장 몽골피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