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랑스 골프장 몽골피에 4.

악셀, 적군의 적군 등장

by 마누아 브르통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이름, 인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소설. 프랑스 골프장 몽골피에.


이미 이야기해 놓은 것을 뒤집기는 어려웠다. 결국 프로암에 참여하기로 하고 등록을 마쳤다.

우리 팀 악셀 코치는 아직 이 분위기를 모르는 듯했다.

악셀이 몽골피에 골프장에 온 지 한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악셀이 우리 팀 프로로 참가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프로암을 위해서 코치진 들이 경기에 참여할 인원을 바쁘게 모집하는 동안, 악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참여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코치진 중에서는 가장 어리지만 가장 멋진 스윙을 겸비한 코치라 사람들이 같이하고 싶어 할 텐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악셀은 예전에 꼬뜨 다쥐르(Côte d’Azur. 프랑스 남부 도시 니스가 포함된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프라이빗 골프장 바스티드 로크포에서 코치로 일하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게다가 여기 오기 전에는 골프와 아무 상관없는 무언가 영업 일을 조금 했었다고 했다. 의외이긴 하지만 여러 곳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바스티드 로크포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 남불의 한 골프장

어느 코치와 팀을 이룰까 고민하고 있다가 한 발 빨랐던 골프장 회원들과 팀이 다 결성되어 버렸고 남는 자리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악셀이 생각나 한번 물어볼까 싶다가도 모집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 하여 망설여졌다.

'모집 안 하고 있는 걸 보면 악셀 코치는 경기에 나가기 싫은 걸까? 괜히 물어보는 걸까' 물어보는 것이 대단한 에너지가 드는 일도 아니고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 한번 물어보지 싶어 악셀에게 물어보았다.

"악셀, 혹시 이번에 프로암에 같이 나갈 생각 없어? 나 팀을 만들고 싶은데 네가 팀의 프로로 참여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악셀이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대답은 한껏 격양된 목소리이다.

"당연하지! 당연히 나갈 수 있지. 언제인지는 들었는데 어디라고 했더라? 나도 관련 정보 알려줄 수 있어? 나머지 팀원은 벌써 구성한 거야? 잘 아는 골퍼가 있어?" 악셀이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 잠시만, 하나씩 천천히 말해보자."


아니,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무도 악셀에게 제안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악셀은 몽골피에 골프장으로 온 지가 얼마 안 되어 사람들을 모집할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제의를 받아 악셀은 신이 난 모양이었다. 악셀 눈에서는 빛이 반짝반짝거렸다. 그리고 곧장 인스타그램에 자기가 프로암에 참여한다고 참여 날짜까지 그날로 바로 올려놓았다.


그때는 아직 나머지 팀원이 전부 다 구해지지도 않은 상황이었는데 조금은 당황스러운 행보였다. '여보세요, 나머지 팀원을 구해야죠.' 말하고는 싶었지만 너무 신나 보여서 흥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로 며칠 있다가 바로 기욤과 알베르틴이 합류하기로 했으니 다행이었다.


프로암 대회가 3일 정도 남았을 때 주최 측으로부터 조별 티오프 시간표와 안내 이메일을 받고 우리 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단체 채팅방도 만들었다. ‘기욤 알베르틴 앞에서는 최대한 앙투와네트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알베르틴이 악셀에게 말을 건다.

“봉쥬르 악셀, 나는 마담 드 콩티(De Conty)예요. 알베르틴이라고 불러도 좋아요. 당신과 함께하게 된 것이 나에게는 영광이자 큰 기쁨입니다.” 그 말 뒤로 미소 띠며 지긋이 웃는 알베르틴 얼굴이 겹쳐 보였다.

'이런 아리스토크라트 가문* 사람 같은 이라고.' 아직 프랑스혁명 전 앙시앙헤짐(ancien régime. 구체제라고도 불림)에 살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소개한다고? 나한테 그냥 알베르틴이라고 소개해서 다행이었네.’


알베르틴이 악셀에게 스스로를 소개할 때는 분명히 무언지 모를 미묘하게 매캐한 연기를 퍼트리고 있었다. 보통 운동을 같이 하는 사이에서는 (코치를 포함하여) 소개할 때 이름과 성만 이야기하지 마담(여성)인지 무슈(남성)인지는 말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말은 일단 적어도 아래 세 가지 정도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았다.


1번. '나는 너보다 위의 계층이니 ‘마담 (또는 무슈) 땡땡”이라고 높여 불러줘.’

2번. '너와 나의 사이가 가깝지 않고 먼 사이이고 공식적인 자리니까 ‘우리 서로 마담 (또는 무슈 땡땡)이라고 부르자.’

3번. ‘나는 신분이 높지만 쿨하고 서민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으니 그냥 케쥬얼 하게 내 이름 불러도 괜찮아.’


‘이게 농담이겠지? 직접 만나는 자리도 아니고 메신저에서 이렇게 말하면 악셀이 오해할 수도 있는데.’


악셀의 대답은 강력했다.

“봉쥬르 마담 드(De) 콩티, 당신은 우아한 귀족출신이지만 비천한 저에게 알베르틴이라고 감히 이름까지 부르게 허락해 주셨군요. 당신은 우리 계층과 같은 친근함까지 갖추었군요. 저에게 이런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베르틴. 저는 악셀이라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악셀의 성은 커렐인데 “De”가 붙지 않았지만 악셀의 성이야 말로 실제 로렌느 지방의 유서 깊은 영주의 성씨로 귀족의 성이다. 그럼에도 악셀은 자기의 성씨나 출신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악셀의 대답은 위의 3가지 옵션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말한 것 같아 더욱더 강력한 대답이었다.

‘와우. 이렇게 세게 나온다고?' 전혀 밀리지 않는다.

강력한 대답을 할 의도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농담이면 나도 농담인데 내가 한술 더 뜰 거고, 당신이 무언가 의도가 있었다면 그래 그 의도로 한번 겨루어보자’ 정도 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알베르틴은 악셀의 뜻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자신을 추켜 올려 세워준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 이후로 들뜬 어조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둘의 소개의 순간에 조마조마했던 내 마음을 아마 누구에게도 이야기 못할 것 같다.

악셀과 알베르틴 그 둘은 두 편으로 나누어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는 듯했고 한 편은 자기가 먼저 시작한 것도 모르고 자기가 당하고 있는 것도 전혀 모르는 형세였다.


'이 분위기로 프로암 어쩌지?' 둘의 대화를 지켜보는 내내 불편함이 마구 밀려왔다.

알베르틴이 이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악셀의 말에 그저 민망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모르는 것보다 민망한 것이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는데.' 무언가 드라마틱한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프로암 경기가 진행되는 날 동안은 아무 일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최악은 알베르틴이 ‘이 전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감히 네가 어디서 나에게.’이런 의미로 '하하 호호'하며 친히 내려다보시고 응해주시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런 숨 막히는 신경 탐색전인지 아니면 간접적 강력 공격인지 어느 전술인지 모르는 대화가 메신저에서 이어졌다. 그러다가 프로암 당일 7시 45분에 경기가 열리는 골프장 리셉션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래도 별 탈 없이(?) 대화가 끝났다. '다행이다.'


뜨거운 핸드폰을 탁자에 놓는데 악셀이 전화가 온다.

“마에, 지난번에 바꾼다고 했던 골프채 샤프트*는 바꾸었어?”

‘알베르틴 이야기할 줄 알았더니 다행이다.’


“응 바꿨지. 아주 좋아 이제 오른쪽 왼쪽 휘청거리지 않고. 이제 원 없이 쳐도 잘 가.”

“잘됐다. 지난번 연습할 때 보니까 샤프트가 너한테 너무 약한 것 같더라고. 그러면 힘을 못 받지. 그 샤프트로는 네가 스윙 스피드를 잘 내도 그 속도만큼 칠 수가 없어. 너무 아깝잖아. 그러면 거리도 덜나지. 게다가 약한 샤프트로는 일부러 살살 치려다가 오히려 정확도도 떨어질 수 있어. 방향성과 비거리를 잡으려면 나에게 알맞은 샤프트를 써야 해.” 악셀이 내 샤프트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클럽* 몇 개는 떼뜨(Tête. 골프 클럽의 헤드 부분)도 같이 바꾸었어. 피팅은 진짜 예상 못한 지출이야. 나 이제 한 동안 빠뜨(Pâtes. 프랑스어로 파스타)만 먹고살아야 해.” 빠뜨를 살 여유는 남아 있을는지 사실 생각도 안 하고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다.


“하하 맞아. 골프채가 가격적으로 접근성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지.”

“그래도 피터(피팅을 해주는 사람) 말이 이제 바꿀 일 없을 거래. 불행 중 다행이지.”

“아 그래? 왜? 중간중간에 에딸로나쥬(étalonnage.)*하면서 조금씩 바꿔야 할 수도 있을 텐데.”


“아 그거 말고 전체 피팅을 또 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는지 물어봤거든. 샤프트나 떼뜨를 금방 또 바꾸어야 하면 너무 생활에 타격이 크잖아. 그래서 물어봤지."

"그랬더니?" 악셀이 궁금해하는 것이 전화기 너머로 그대로 전해졌다.

"만약에 스피드가 또 늘어서 골프 클럽자체를 바꾸어야 되면 그때는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데."

"아 그래? 어떻게?" 더 궁금해하는 악셀.


"응 그 정도 되면 티브이에서 보게 될 테니 스폰서가 클럽을 해줄 거라고."

“하하. 맞네. 그렇지 더 연습해서 티브이에도 나오고 스폰서도 받아보자.” 악셀이 나를 아주 잘 놀린다.

“에이 그럴 일 없을 거라는 말이지. 나도 일하고 먹고살아야지. 언제 내가 그렇게 연습하고 가능하겠냐.”

“모르는 일이야."

'그렇지 아직 시니어프로가 남았지. 아마추어도 더 잘하게 되면 중계하는 경기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그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난 그저 이번 프로암이나 잘했으면 좋겠네. 악셀, 연습 열심히 하고 있어? 샹블이니까 우리 너만 믿는다.”

내 채 이야기도 좋지만 아까 메신저로 알베르틴이 그렇게 나오는 까닭에 다른데 신경 쓰느라 가장 중요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잊은 것 같아서 우리 팀 프로로서 좀 잘해보라는 의미를 담아 한마디를 건넸다.

“당연하지. 나 믿어봐.” 악셀은 확실히 자신감이 있다.


"아 그리고 헤드까지 바꾼 것은 적응이 안 되면 예전 클럽을 가지고 오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

‘아, 이 말을 하려고 전화했구나. 아까 대화에선 말하기 어렵지.’


“아 그래? 적응되는데 보통 얼마나 걸리는데?”

“평소에 많이 치는 사람은 필드 두 번 정도 돌고 한 1,2주면 될 것도 같아. 그게 아니라면 한 3개월에서 오래 걸리는 사람은 일 년도 걸려. 실력을 늘리겠다고 조금 어려운 채를 구입한 경우는 연습 안 하면 뭐 평생 적응 못하지. 그럴 수도 있고.”

악셀이 덧붙인 말은 도움이 안 된다. 내가 채에 적응이 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고 어쩌라는 건지 쉽게 판단이 안 선다. 결국 잘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이다. 한 가지 선택할 일이 하나 더 생긴 듯했다.


“악셀, 공을 좀 옮기자. 저녁에 행사가 있데.” 전화기 뒤에서 파울로 코치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에, 나 이제 가봐야 해. 대회 날 7시 45분 모이는 것 잊지 말고.”


'이렇게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따뜻한 악셀인데...' 악셀을 자극하는 알베르틴과 함께 하는 프로암 경기는 과연 어떻게 될까?'


기욤은 알베르틴의 편에 설까? 이번에 앙투아네트도 오는 걸까?


* 아리스토크라트(Aristocrate) 가문 : 프랑스혁명이전의 귀족계층을 의미하며 특권과 권력을 누리는 최상류 계층의 가족을 말할 때 쓰인다. 아닌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 “De”와 같은 전치사(소사)가 붙는 성씨가 많은데 그 이유는 ”어디로부터” 온 귀족이라는 전치사(소사)를 사용하여 어느 영지에서 왔는지를 알려주는 것으로 사용하였다. 그 이름이 현대에도 그렇게 쓰고 있어 구별되기도 하지만 현대에서는 그 이름을 쓰고 있다고 하면 여러 의미와 여러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각주에 설명하기에는 다소 긴 이야기게 될 수 있어 후에 기회가 있을 때 왜 그런지 다루도록 해 보겠다. 그리고 “de”가 붙었다고 항상 귀족인 것은 아니며 샤를 드골 (Charles de Gaulle) 대통령처럼 “de”가 붙었음 도 귀족과 전혀 상관없으며 출신 동네나 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성일 가능성도 있다.

* 샤프트 (shaft): 골프채는 공을 치는 부분을 '해드'라고 하고 손으로 쥐는 부분을 '그립'이라고 하는데 헤드와 그립을 연결하는 막대를 샤프트라고 한다.

* 클럽(club)또는 골프클럽: 골프채를 의미한다.

* 떼뜨 (Tête. 프랑스어 머리라는 말)/헤드(head): 골프채가 헤드, 샤프트, 그립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헤드는 공을 직접 타격하는 부분으로 샤프트(막대) 끝에 부착되어 있다. 아이언,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퍼터 등 클럽의 종류에 따라서도 헤드 모양이 다르지만 같은 아이언 안에서도 특정 기능에 맞게 제작된 경우 그 기능에 따라서 헤드 모양이 다를 수 있다.

* 피팅 (fitting): 골퍼의 신체 조건, 스윙 스타일과 스피드, 목표하는 운동 방향을 모두 고려하여 피터(fitter)가 골프채의 헤드와 샤프트 조합을 추천하면 골퍼가 그 조합으로 채를 쳐본다. 그리고 공을 칠 때 분석할 수 있는 탄도, 스피드, 방향 등을 과학적인 장비로 정보를 수집하여 가장 적합한 채를 고르는 과정이다. 그립도 선호하는 스타일을 (얇은 것, 두꺼운 것, 홈이 나 있는 것, 그립을 잡을 때 손에 땀이 많이 나는지 안 나는지 등) 고려하여 같이 피팅한다.

* 에딸로나쥬(étalonnage): 채의 라이(lie) 각이나 로프트(loft) 각을 교정하거나 클럽 스펙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표준에 맞추기도 하여 골퍼에게 골프채가 잘 맞도록 교정하는 작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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