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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온 Jun 27. 2022

차 공부 계속할 수 있을까

개완 배우기

"어머니, 같이 가실래요? 아무래도 아기랑 둘이 있으면 저번처럼 울고불고 안 달래 지면 어떡해요. 같이 가요."


수업 두 번째 날이다. 오늘은 남편이 없다. 별 수 없이 시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했다. 유독 엄마만 밝혀서 엄마가 사라지면 금방 울어버리고 마는 막둥이 서아.


어머니도 참 고생 많다.


"어머니, 수고비 계좌로 조금 넣었어요. 차 공부할 수 있는 거 다 어머니 덕분이에요."


택시를 타고 어머니와 아기와 함께 가는 길. 오늘 수업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아기가 제발 잘 있어주길.


"어머니, 제가 젖먹이고 재워놓고 갈게요. 유모차로 왔다 갔다만 하면 안 깨고 잘 거예요. 만약에 일어나서 울고불고하면 저한테 바로 전화하세요. 제가 바로 나올게요!"




오전 11시/ 다심헌.



다심헌에 도착하니 상큼한 자몽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이게 무슨 향이지...!'


"어서 와요. 승희 씨. 아기는 어떻게 하고 왔어요?"


"아, 선생님! 어머니께서 아기랑 같이 오셨어요. 통인시장 앞에 정자에서 아기랑 기다려주신데요. 그래도 혹시 울면 제가 수업 도중에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은 올해 가져온 다즐링 다원의 아리아를 우려서 애프터눈 티로 내어주셨다.  상큼한 자몽향. 금방 맡았던 향이 이 차였구나. 가뜩이나 습한 날씨에 진땀 내며 달려온 나에게 단비 같은 차.


'아. 너무 좋다.'


"오늘은 개완에 대해 배워 볼 거예요. 차나무의 식물학적 특성 이론을 배운 후에 개완으로 차를 우려 봅시다. 당나라 육우가 쓴 <다경>에 보면..."


지잉~지잉~지잉.


그때 울리던 진동소리. 아기가 울고 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마침 심장도 쿵쾅대고 있던 찰나였다. 심장소리와 휴대폰 진동소리가 맞물려 손에 쥐었던 찻잔이 덜덜 떨렸다.



[응애~~~~~~~~]


"네, 네 어머니. 갈게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내 고막을 깨웠고, 수업을 듣는 도중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번을 왔다 갔다 했다. 달래면 다시 울고, 달래면 또 울고. 낯선 동네에서 아기도 낯설었는지 동네가 떠나가라 울었다. 나도 울고 싶었다.


"아고, 너 수업 못하겠다. 이런 애기를 두고 어떻게 하겠어. 엄마만 찾는데."


'어떡하지...'





오후 1시/ 다심헌


"승희 씨. 아기는 어때요? 달래 졌어요? 진짜 고생이 많아요."


선생님께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을 건넸다.


"선생님, 저기... 혹시 수업을 다음 기수로 미룰 수 있을까요? 아기가 자꾸 울기만 하고. 저 아니면 달래 지지도 않고. 애가 너무 어린데 제가 차 배우러 다닌다고 너무 욕심을 냈나 싶고요. 아휴."


어렵게 시작한 차 공부인데.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까지 잘하고 싶다. 차에 대한 나의 마음은 이렇게나 진심인데. 내가 너무 욕심내는 걸까.


"한 달만 채워봐요. 승희 씨! 응원하고 싶어요. 두 번만 더 와보고 그래도 도저히 안될 것 같으면 그때 미루도록 해요. 아기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엄마는 리프레시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조금만 더 버텨봐요."




그렇게, 나는 더 버텨보기로 했다.

나의 작은 천사에게 진심이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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