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백종원 대표를 좋아하지만 빌런들 보기가 싫어 골목식당을 굳이 챙겨보진 않았었다. 시간이 많이 자난 후에 쇼츠로 몇 개가 떠 보았는데 아마 연돈 볼카츠의 사장님 같은데.. 솔루션 초반 백종원 대표가 우동과 카레 메뉴를 빼라고 하자 '찾지 않는다고 메뉴를 없애면 이 세상에 없어져야 할 메뉴가 몇인데..' 라고 아쉬워하는 장면이 있었다. 해당 점주는 이 솔루션 이후로도 장인 정신을 가지고 본인이 힘들어야 손님이 편하다는 보기 드문? 정신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 더더욱 저 아쉬움이 크게 느껴질 만도 했다.
심지어 카레를 먹어본 다른 출연진은 카레 정말 맛있었는데.. 하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백종원 대표는 단호하다. 왜냐면 솔루션의 목적이 장인 정신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잘되게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십여년 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창업동아리 경진대회에서 나름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Muk-方' 이란 이름으로 그 당시 막 인기가 생긴 먹방에서 착안해 지방의 향토음식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프리미엄 한식뷔페의 느낌이었다. 서산의 게국지, 경상도식 매운 소고기무국, 강원도의 다양한 나물밥, 익산 황등의 토렴한 육회비빔밥 등.. 교내 경진대회에서 그 아이디어로 상을 탔는데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분의 소개로 백종원 대표를 만나 잠시 조언을 들을 일이 있었다. 심사위원분이 백종원 대표와 볼 일이 있었는데 따라가 한신포차에서 함께 자리한 정도였는데 당시에는 방송에 지금처럼 많이 나오던 때가 아니라서 그냥 새마을 식당 앞에 사진으로 붙어있는 아저씨 정도의 인식이었다. 물론 백종원 대표도 나를 기억하지 못할 일이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때 백종원 대표에게 많은 꾸중을 들었다. 나는 나름대로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신나서 떠들었는데 백종원 대표는 게국지는 쿰쿰한 맛에 먹는데 그걸 좋아하는 외지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향토 음식은 가끔 먹어야 별미지, 그걸 운영할만큼 유지하는 비용은 또 얼마가 들 것 같냐며 오분 여가 넘게 설명해주었다.
머쓱했다. 제대로 계산해보니 내가 생각한 한식뷔페는 뜨내기 손님이라도 잡으려면 음식의 가짓수를 최대한 늘려야하고 최대한 늘릴수록 마진률이 떨어지는 절대 하면 안되는 장사 프로세스를 가진 아이템이었다. 백종원 대표는 특별한 맛을 원하는 고객보다 대중적인 맛을 원하는 고객이 더 많고 떡볶이집과 김밥집에서 아무리 특이한 메뉴가 나와도 클래식한 김밥과 떡볶이가 잘 팔리는 이유라고 말해주었다.
대화가 무르익을 때 쯤, 한신포차의 스테디셀러인 닭발이 나왔다.
백종원 대표는 이게 제일 잘 팔리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았다. 소주안주하기 좋고 적당히 옛날 메뉴같아 추억을 살리고... 그러니 백종원 대표가 싸고 적당히 먹을만해서라고 말을 잘랐다. 맛의 비결은 뭐인 것 같냐고 물어보길래 국내산 태양초 고춧가루에 올리고당에 다진마늘 어쩌고 식으로 얘기하니 웃으면서 그냥 조미료 넣으면 된다고 역시 말을 잘랐다.
그러면서 나는 쉐프가 아니라 장사꾼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그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쉐프가 아니라 장사꾼! 그 뒤에 십여년 간 방송에서 꾸준히 얼굴을 보일 때에도 백종원 대표는 누군가 본인더러 쉐프라고 부르면 '무슨 쉐프에요, 그냥 장사꾼이지.' 하며 손사레를 쳤다. 엄마와 쉐프는 다르고, 쉐프와 장사꾼은 또 다르다.
엄마는 건강한 음식을 가족에게 먹이는 것이, 쉐프는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 장사꾼은 적당히 돈받고 잘 파는 것이 미덕이다.
장사꾼이 장사꾼의 마음을 가지면 만원을 지불하는 1000명의 고객을 얻는다.
장사꾼이 쉐프의 마음을 가지면 10만원을 주는 10명의 고객을 얻는다.
장사꾼이 엄마의 마음을 가지면 돈을 얼마 받든 돈을 남기지는 못한다.
가끔 본인이 쉐프인지, 엄마인지, 장사꾼인지 구분을 못할 때가 온다.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다.
그럴 때마다 백종원 대표와의 10여 년 전 소주 한 잔을 생각하고는 한다. 그래서 항상 내 스승님 중의 한 분이라고 마음속으로 깊이 존경하고 있다. 사업적으로 , 인간적으로 어떠한 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쉐프와 장사꾼의 차이를 알려주신 것만으로도 아직 내게 큰 스승으로 남아있다.
지나가는 작은 말에서도 항상 배우고 깊이 새기자.